[언어학자가 본 한국 사회와 문화] 빨리빨리 문화 속 은근과 끈기 어디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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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가 본 한국 사회와 문화] 빨리빨리 문화 속 은근과 끈기 어디서 오나
  • 이창봉 가톨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 승인 2021.04.18 1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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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 신기한 '빨리빨리' 문화...서비스 분야서 탁월한 경쟁력
강한 '불확실성 회피'성향에 '장기적 안목'성향 결합해 특유의 문화
'빨리빨리' 추구하는 한편 은근과 노력으로 현재 어려움버텨
코로나 위기에 '더 빠르게 그리고 다함께 참으며' 이겨내야
이창봉 가톨릭대 교수
이창봉 가톨릭대 교수

[이창봉 가톨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표현 중의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 말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일 것이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제일 먼저 짐을 내리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 사람들이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타면서 그 위를 걷는 정도가 아니라 뛰어 가며 이동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한국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다. 

'빨리빨리'문화는 불확정성 회피성향 탓

한국 사람들은 왜 이리도 성격이 급하고 빨리빨리 움직이는 성향이 강할까? 그 의식의 뿌리는 한국 사람들이 '불확정성 회피(Avoiding Uncertainty) 성향'이 유난히 강한 데에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불확정적이거나 불안정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빨리 해결책을 찾으려는 욕구가 강하고 당장 닥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접속 속도, 총알 배송 서비스, 선진 배달 문화, 포장 이사, 대리 운전 서비스 등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의 전형적인 예이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와 글로벌 비즈니스(Korean culture and global business)’라는 수업에서 외국인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한국 식당에서 테이블 벨을 누르면 즉시 종업원이 뛰어 와서 필요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왜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을 못했는데 한국에서는 이 기발한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을까? 바로 한국 사람들이 원하거나 해결할 일을 두고서는 참지 못하는 급한 성향 덕분에 그런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분명히 비즈니스에 있어서 특히 친절함과 신속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서비스 업종에서 탁월한 경쟁력이 있다. 

장기적 안목 성향이 강한 한국인은 타국살이 하는 힘든 환경에서도 특유의 은근과 끈기를 잃지 않는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장기적 안목 성향이 강한 한국인은 타국살이 하는 힘든 환경에서도 특유의 은근과 끈기를 잃지 않는다. 사진은 영화 '미나리'의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은 '장기적 안목성향'도 강해...끈기와 인내 보이는 이유 

Hofstedt 교수가 세계 문화를 비교문화적 시각에서 이해하기 위해 제시한 비교문화 지표 중에 장기적 안목 성향(long-term orientation)과 단기적 안목 성향(short-term orientation) 지표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이 이 지표에 있어서는 장기적 안목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언뜻 보기에는 빨리빨리 문화와 상충되는 특성으로 보인다. 일을 빨리 해결하려는 욕구의 바탕에는 단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보는 성향이 연결되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표의 초점은 목전에 닥친 일이 아니라 먼 미래를 보면서 얼마나 고생과 노력으로 인내할 줄 아는가와 관련 있다. 한국 사람들은 위에서 지적한대로 불확실한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 덕분에 닥친 일을 빨리빨리 신속히 처리하지만 동시에 먼 미래를 바라보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참는 힘이 대단하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가난하고 척박하던 시절에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의 교육을 위해 희생해 온 그 인내와 인고의 정신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즉 한국 사람의 특징은 닥친 일에 대해서는 빨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 참지 못하는(impatient about something to be done) 반면 먼 미래를 바라보며 은근히 참고 견디는 데에서는 인내심이 대단하다(patient in enduring and suffering for the future).  

이런 성향의 조합은 위기에 처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초기 코로나 방역 전쟁에서 성공적이었던 것이 이 힘을 웅변한다. 지난해 2월 한국은 4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태에서 빨리 움직여서 테스트 키트 무기 개발을 끝내고 만반의 전투 준비를 했다. 특유의 빨리빨리 의식 문화의 영향으로 임기응변식 해결책을 찾는 창의성도 빛났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설치, 핸드폰 추적 시스템 등의 아이디어와 그 빠른 시행을 보고 세계가 놀랐다. 

미국인들은 단기적 안목 성향 강해...코로나 위기에도 드러나

한편 한국인의 장기적 안목 성향은 국민들의 팔로워십과 방역 전쟁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했다. 이 사실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과 비교했을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단기적인 안목 성향이 강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은 정반대 성향이다. 그들에게는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며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마인드가 약하다.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한국은 저축이 미덕이지만 미국은 소비가 미덕인 사회이다. 이 차이는 한국과 미국의 방역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간단히 말해서 한국 사람들은 참을 줄 알았고 미국 사람들은 참을 줄을 몰랐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DNA에 미래를 그리며 참는 성향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부모 세대로부터 힘든 시기를 이겨내며 참는 것을 보고 자란 환경적 요인도 있는 것 같다. 반면 미국은 사회 분위기가 늘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분위기이고 눈치도 안 보는 분위기 속에서 극우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방종에 가까운 그릇된 자유주의 살포로 참지 못하고 방역 노력을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2020년 6월말과 7월초가 미국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4% 밖에 안 되는데 전 세계 확진자의 25%에 가까운 처참한 상황이었는데도 미국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여행을 다녔다. 특히 극단적인 예로 디즈니 월드는 자유주의 여론을 못 이겨서 하루에 플로리다 주에서 확진자가 1만5000 이상이 나온 바로 다음날인 7월 11일에 부분 개장을 했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토록 참을성이 없는지 한국에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미국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자유를 추구한 대가는 혹독했다. 미국은 방역과 경제에서 모두 처참히 실패함으로써 온 사회가 처절하고 비극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한 대학 연구에 따르면 8백만의 미국인들이 작년 5월부터 극빈한 상태가 심화되었고 7명중 한명의 아이가 지난 7일 동안 먹을 음식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6월에 성인 40%가 정신병으로 시달리고 13%는 약물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었으며 젊은이들 중 4분의 1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결국 세계 최강국이자 최부국인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에서 참패하면서 정치적으로 붕괴되고 바이러스 창궐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림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을 정신병, 기안, 중독 등으로 바닥의 삶으로 떨어뜨린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초기 진압에 완패한 미국은 이제 '코로나 백신'으로 전면적 방어에 나섰다.

빨리 움직일땐 더 빠르게, 인내해야할 땐 서로 위로하며 참아야

한국 사람이 당장 닥친 일에 대해서는 성질이 급하면서도 미래를 보며 참는 힘이 대단한 언뜻 엇박자로 보이는 이 성향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을 접하자마자 즉시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가 생각난다. 우리 민족은 동굴 속에서 참지 못하고 뛰쳐나간 호랑이 기질과 끝까지 참으며 은근과 끈기를 보여 준 곰의 기질을 동시에 가진 민족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였듯이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침략을 많이 받아서 급하게 행동해야 했으며 역사의 질곡과 고통 순간을 참으며 인내해야 했던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길고 지루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는 성질이 급하면서도 은근과 끈기가 있는 타고난 성향이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일 때는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참고 인내해야 할 때는 서로를 위로하며 뭉쳐서 더 참고 함께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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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2021-04-19 05:23:46
저역시도 조급함이 가득하나 인내가 미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