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트렌드] 미 증시, '스팩' 열풍 얼어붙나...감독당국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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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트렌드] 미 증시, '스팩' 열풍 얼어붙나...감독당국 "경고"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17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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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SEC, 스팩 광풍에 연일 경고목소리
260여개 스팩 상장 일시 중단되기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팩 광풍에 연일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스팩 광풍에 연일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한동안 월가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열풍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증권당국이 스팩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다. 

스팩 열풍 얼마나 뜨거웠길래...1분기에만 1000억달러 모였다

스팩은 이른바 '백지수표 회사'라고도 불린다. 실제 사업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사실상 껍데기 회사를 증시에 상장시켜서 먼저 자금을 조달하고,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이다. 이후 스팩은 그대로 사라지고 피인수 회사가 상장회사로 존속하는 역합병이 이뤄진다.

스팩은 상장 후 24개월 이내에 M&A를 해야 하며, 기한 내 M&A에 실패하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M&A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큰 부담이 없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전통적인 기업공개(IPO) 방식에 비해 상장 준비 시간을 빠르게 줄여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시장이 전례없이 활황을 보이는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기업들과,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투자처를 찾아 해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스팩 시장은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2017년 34개였던 스팩 상장 건수는 2020년 기준 248개로 늘어났다. 2017년 총 공모액도 100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3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분기에만 1000억달러를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스팩 회사들이 30년동안 모아온 금액보다도 더 많은 금액이라고 WSJ은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동남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투자회사인 알티미터 캐피털이 세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연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합병회사 가치는 396억달러(약 45조원)로 스팩 합병 사상 최대 가치로 평가됐다. 

스팩시장이 점차 뜨거워지자 미 증권당국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지난 1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성명을 통해 "통상적으로 스팩 대차대조표에서 자본으로 분류하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SEC의 지침은 다소 모호한 편이지만, 스팩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던 SEC가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월가에서는 뜨거웠던 스팩 열풍이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SEC는 지난달에도 스팩의 상장 업무를 맡는 투자은행(IB)의 위험관리 투자 실태 등을 조사하는 등 스팩 투자와 관련해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해왔다.

특히 지난 14일 게리 겐슬러가 SEC 위원장으로 확정된 점도 스팩 열기를 냉각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금융규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웰스스프링캐피털의 매니징 파트너인 매트 심슨은 "SEC가 이제 와서 파티를 중단시켰다"고 평가했다.

SEC 경고에 스팩 절차 중단된 기업도 수두룩 

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미 증권당국은 스팩 광풍이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스팩의 경우 일반 IPO와는 달리 낙관적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데, 이것이 투자자들을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SEC는 "스팩의 합병 대상 회사들에 대해 투자자들을 호도할 수 있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것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스팩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전기차 스타트업인 카누와 로미오파워는 향후 실적전망 및 전략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이를 설명하며 "최소 5개 기업이 현재 수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7년 이내에 100억달러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며 "구글만 보더라도 해당 수치를 달성하는데 8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스팩 거래는 급증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스팩 주가 흐름을 추종하는 ETF는 2월 최고 수익률 대비 25% 가량 떨어진 상태다.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던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와 카투 등은 상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다가 일제히 폭락한 바 있다. 

또다른 전기차 스타트업인 니콜라와 로즈타운은 공매도 투자업체의 사기 의혹 제기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WSJ은 "신주인수권은 초기 스팩 투자자들이 거래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이를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더라도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상장 신청을 했던 260여개 스팩의 IPO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스팩 상장 신청 역시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WSJ은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스팩 투자에 대해 경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13일 캐시우드 CEO는 아크인베스트 화상회의에서 "현재 스팩에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입됐는지를 고려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정말 좋은 기회는 매우 적지만, 지나치게 많은 돈이 몰리는 것은 언제나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번 중 2번 성공하면 매우 잘하는 것"이라며 "손대고 싶지 않은 스팩도 상당수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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