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에서 아침을] 비운의 수에즈 운하, '연결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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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에서 아침을] 비운의 수에즈 운하, '연결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 신나리 카이로 통신원
  • 승인 2021.04.17 08:1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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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 아시아-유럽 뱃길 완전히 막혀...코로나에 이은 '멈춤' 충격
이집트 국가재정의 10%를 담당하는 운영수입...정부 우왕좌왕
BC 7~6세기부터 건설 시도...나폴레옹도 실패했다가 1869년 완공
1888년 콘스탄티노플 조약에 따라 "자유항행 보장" 국제운하 돼
막한지 1주일만에 세상 다시 열려...지구촌은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신나리 카이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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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신나리 카이로 통신원] 지난달 23일 발생한 후 일주일만에 종료된 수에즈 운하 항행중단사태는 현지에서도 낯선 사건이었다. 

이집트에 사는 우리는 여행지를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적이 있었는데, 선박 한척이 이 뱃길의 통행을 막을 수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형 운하가 없는 한국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는 자연이 정해놓은 것처럼 이 뱃길이 태초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평화의 뱃길처럼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이번 사고는 일본 선박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수에즈 운하내에서 좌초돼 운하가 양방향 통제된 모습이 전세계 방송을 통해서 시시각각으로 장면이 알려졌다. 

사고 선박은 2만2000TEU급 초대형선이라고 하는데(2만2000TEU급이란 20피트 컨테이너를 2만2000개 실을 수 있다는 규모다), 최초 알려진 뉴스는 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돌풍'에 밀려서 좌초됐다는 소식이었는데, 추가로 배의 엔진이 멈췄고 전기도 모두 나간 상태에서 돌풍을 맞았다는 분석과 진술이 계속 나왔었다. 

초대형 선박이 일개 바람에 좌초되다니

이런 초대형선이 단지 돌풍에 밀렸다고 하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자연재해를 대비해서 만든 초대형규모의 선박이 단지 '바람'에 밀려서 좌초했다니 말이다.

게다가 수에즈 운하 시작점에서 도선사가 인도조차 못한 것도 알려졌다. 오랜동안 운하를 운영해온 이집트정부는 가까스로 6일만에 선박을 끌어낼 수 있었다. 6일간의 막힘 사고에 대해 이집트 정부는 1조원이상의  막대한 손해배상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억지 권위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채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에버 기븐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에즈 운하에 좌초된 채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에버 기븐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이집트 정부는 이 운하 통행료로 전체 국가재정의 10%를 벌어들인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 선조가 만든 신화의 화신들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이집트를 먹여살리고 있는줄 알았는데, 초대형 선박들의 선주들, 화주들도 이집트 재정이 큰 기여를 하고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이 운하는 세계 물동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길이 막혔으니 아시아와 유럽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역사속 수에즈운하, BC 7세기에 착안...AD 19세기에 완공

사고가 난 수에즈 운하는 1869년 개통되기까지 역사적으로 큰 우여곡절을 겪었고, 이집트정부가 운영권을 갖는데도 시련이 적지 않았다. 

최초의 운하 건설은 기원전 7~6세기에 활동한 이집트 제26왕조의 왕인 네코 2세에 의해 시도됐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에 따르면, 네코 왕은 이집트 삼각주 유역에서 교역이 늘어나자 나일 강과 홍해를 잇는 운하 건설을 시작했지만 예언자들의 반대로 중단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후 기원전 500년경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1세가 홍해를 거쳐 나일 강 인근의 도시인 부바스티스(Bubastis)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수로는 한때 이집트의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중요한 교통로로 각광받았지만, 이슬람교 내분으로 폐쇄됐다. 그러다가 1798년 프랑승의 나폴레옹이 이집트 유적을 발굴하면서 통상로로 이용하기 위해여 개발 공사를 벌였지만 실패했다. 착공하 얼마 되지 않아 지중해와 홍해의 수위에 대한 계산 착오로 중단되고 말았다. 나폴레옹도 해내지 못했던 운하건설이었다. 

그 후 프랑스는 1859년 카이로 주재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페르디낭 마리 더 레셉(Ferdinand Marie de Lesseps)에게 수에즈 운하 건설의 맡겼다. 레셉은 토목 기사로서 정식 교육은 받지는 않았지만 젊었을 때부터 운하 건설에 대한 집념을 불태워 온 사람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869년 우여곡절 끝에 운하가 완성됐다. 그러므로 수에즈 운하는 결국 프랑스에 의해 탄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는 뱃길을 무려 6400㎞나 단축시켰다. 

수에즈 운하의 서쪽에는 저지대인 나일 강 삼각주가 있고, 동쪽에는 지대가 높고 지형이 험난한 불모지인 시나이 반도가 자리 잡고 있다. 운하는 개통 당시 수심 약 8m, 폭은 약 22m였으나, 공사를 계속해 1967년에는 수심 12m, 폭 54m로 일정하게 확장되었다. 길이가 168㎞에 이른다. 

수에즈 운하는 1967년 6월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3차 중동 전쟁으로 일시 폐쇄됐으나 1975년 다시 개통됐다. 1975~1980년에 다시 확장해 지금은 흘수 16m의 선박까지도 운항할 수 있다.

이 운하는 1888년 콘스탄티노플 조약에 의해 국제화됐다. 사실 이 운하는 수많은 강대국들이 눈독을 들인 곳이다. 운하를 만들며 건설비를 감당하지 못했던 이집트 정부는 운하운영권을 이나라 저나라에 팔아치우며 고생만 하고 제대로 돈을 거둬 들이지도 못한 적도 있었고, 열강들은 이런 이집트의 재정 상황을 악용해 자신들의 부를 축적시키기도 했다.

모든 외국선박에 개방...아시아-유럽은 물론 전지구인의 운하

공해와 공해를 연결하는 뱃길을 국제 운하 또는 국제 수로라고 한다. 국제 운하는 조약에 의해 모든 외국 선박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러므로 군함을 포함해 세계 어떤 선박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며, 어떤 경우에도 폐쇄하지 않는다.
 
이 곳을 지날때는 선박의 크기에 따라 한화로 300만원에서 3억원까지 요금이 추징되는데 하루에 150억원이 넘는 통행료수입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자금줄이다. 
 
그 뱃길 위에는 수많은 사연의 물건들이 가득 실려있고 라마단을 기다리는 수많은 동물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항행중단의 긴박했던 순간은 지나가고 이제 바닷길이 다시 열렸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 길이 1주일 막히는 사이에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선박선임비는 올라가고 화물배송이 지연됐다. 누군가의 배는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희망봉으로 배의 키를 옮겨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그 시간이 선박의 주인들, 통과를 기다리며 대기하던 배에 실린 물건의 주인들에겐 1년과도 같은 악몽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멈춘 것 같던 세상은 잠시 또 이중의 멈춤신호를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운하 길이 열리자 세상은 여전히 실타레처럼 엮여서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shall too pass away).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코로나 악몽도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잘 지나 왔네, 이제 끝났네 하며 웃는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해본다.

● 신나리 카이로 통신원은 한국에서 '신나리 영어교실'을 운영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다가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뜻밖의 이집트 카이로 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불안한 속에서도 씩씩하게 두 아이를 키우며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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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 2021-04-17 19:40:26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유가상승으로 또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안규정 2021-04-17 17:05:34
역사가 깊네요. 그리고 이집트 재정에서 10%를 차지한다니 놀랍네요. 관리 비용도
별로 안 들것 같은데... 자연으로 주시는 하나님의 큰 선물이네요.

Grace 2021-04-17 16:34:27
너무 신기했어요. 배 한 척이 길을 막을 정도로 좁은 수로였구나~ 수에즈 운하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만큼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네요~ 기사 잘 보았습니다^^

2021-04-17 16:33:01
수에즈 운하에 대해 더 많은걸 알게 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코코 2021-04-17 16:32:38
어머나 참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