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③ 중국 견제나선 미국의 히든카드는 통할까
상태바
[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③ 중국 견제나선 미국의 히든카드는 통할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15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중국 수출 규제' 가능성 제기
향후 미국 정책은 '중국 견제·공급망강화·기술우위 선점'에 집중
대만 의존도 높은 미국, 삼성 파운드리에겐 긍정적
다만 메모리 격차는 줄어들 가능성 높아
중국의 유일한 선택은 반도체 자급화...낸드 격차 줄수도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규제할 가능성이 높아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초미세 공정 구현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 전략을 수립 중인 가운데  향후 발표될 정책 윤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이 국내 기업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산업에는 긍정적이지만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중국견제, 미국내 생산기반 강화, 차세대 기술력 우위 선점 등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향후 정책이 어떻게되든 기술 동맹국이라 불리는 한국, 일본, 대만 등의 반도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향후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어떤 방식의 지원책을 제시할 것인가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효욜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만, 일본 등의 소재·부품·장비·후공정업체와 중국의 세트제조사와 협력관계로 묶여 있다. 

이준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효율적으로 구축된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미국으로 옮기는건 비현실적”이라며 “공급망의 각 단계에서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지점에 대해서 분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파운드리 대만 의존도 높아...삼성전자 수혜 예상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서비스 확대와 5세대이동통신(5G) 보급에 따라 초미세 공정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세제혜택 등을 제공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만과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중 10나노(nm) 이하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5.6%, 삼성전자가 16.4%를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은 TSMC와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수요는 계속 늘어날 텐데 후발 주자들은 10나노 이하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대표가 의장을 맡은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지난달 1일 (현지시간) 미국이 파운드리 부문에서 대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이 대만을 흡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불안한 韓 메모리, 마이크론의 추격 가능성 높아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D램시장 점유율은 71%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의 낸드 점유율은 43%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의존도가 높은 대신 D램을 중심으로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한국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D램은 한국과 미국에서 만드는데 중국 제조사들이 미국 제품보다는 한국 제품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95억7000만달러 중 중국 수출액은 57억3000만달러로 약 60%를 차지했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전체 시장 점유율의 약 90%를 차지하며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D램이나 낸드의 한국 의존도를 낮추려고 마이크론 등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의 50% 이상을 소비하는 만큼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칫 스마트폰, 서버, PC, 노트북 등의 생산을 위해 중국에 제조공장을 운영 중인 미국 IT 기업 역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다만 마이크론의 낸드 기술이 상당부분 한국 기업을 따라왔을 수 있다”며 “과거 도시바 연구 인력을 마이크론이 흡수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축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가 아닌 마이크론이 자체적으로 연구 역랑을 집중해 더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한국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유일한 선택지는 반도체 자립화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자립화 역시 국내 메모리 산업의 위협요소로 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설계 난이도가 높지 않아 중국의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중국은 수년 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주요 메모리 기업을 국유화해 D램과 낸드 생산 자립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보다 상대적으로 설계가 간단하다”며 “투자를 바탕으로 설계능력을 쌓고 공정 기술을 확보하면 중국도 자체적으로 메모리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D램은 아직 어렵지만 낸드의 경우 기술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가 낸드 기술력에서 한국 기업과 격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낸드는 결국 생산 장비를 입고해서 수율을 높이는 공정 효율화가 양산의 핵심”이라며 “최신 장비를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쌓는 방식으로 수율을 잡아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준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라인에 필요한 최신 장비를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2~3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장비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호 소장은 “미국이 반도체 생산라인에 필요한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를 시행하면 중국의 메모리 추격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라인이라는 건 같은 장비를 써도 전원을 껐다 켜면 다시 최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세컨티어 장비로 수율을 내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