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은 지금]③ “밀리면 끝" 불붙은 서비스 경쟁...고객만 좋다?
상태바
[배달앱은 지금]③ “밀리면 끝" 불붙은 서비스 경쟁...고객만 좋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15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건 배달, 쿠폰 제공 등 고객 만족↑
라이더는 피로도↑ 수익↓ 이중고
점주 역시 과도한 수수료에 문제제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소속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이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번쩍배달로 인한 수입감소 해결과 지방 라이더 콜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플랫폼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전례 없는 쿠폰 뿌리기는 물론 속도 경쟁, 상품 경쟁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중이다. 배달업계가 어떤 식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그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배달앱 플랫폼들의 서비스 경쟁, 속도 경쟁,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요일별 쿠폰, 점포별 쿠폰을 날마다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젠 배달 음식을 받아보기 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덕분에 고객들은 맛있는 음식을 집에서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점주들과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라이더, 수익 감소에 열악한 노동환경 

배달앱 업체들의 단건 배달 경쟁이 심화되면서 라이더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기존에는 라이더 한 명이 적게는 2건, 많게는 5건씩 배달을 해왔던 것에서 1인 1배차로 강제되면서 그만큼 수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묶음 배달’일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배달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라이더들은 이동 거리 대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었다. 또한 플랫폼들의 인공지능(AI) 추천 배차 시스템 등을 통해 효율적인 동선이 가능해 고객들이 받는 도착 예상 시간 보다 더 빠르게 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건 배달로 한 번에 한 개의 주문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배달수수료 요금제가 똑같거나 오히려 줄어 라이더 입장에서는 수입은 줄어든 반면 운행 거리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달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 수수료를 최저 3100원에서 2500원으로 약 20%가량 하향조정한 바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30대 남성은 배달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속도 경쟁이 심하면 심할수록 힘들어지는 건 라이더와 가게들”이라며 “동선이 길어지니까 피로도가 너무 높은 데다 시간이 촉박해 피크타임 때 추가 금액을 주더라도 평균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탄했다.

또한 음식 도착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라이더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천천히 이동할 경우 제 시간에 음식을 배달할 수 없어 고객과 점주로부터 항의를 듣게 되고, 배달 건수가 많지 않아 최소한의 수입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더의 교통사고 산재가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배달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1047건, 승인 건수는 917건으로, 2019년 신청 570건, 승인 512건 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교통사고 산재 신청자는 이전 3개년 신청자 수를 모두 합친 것과 맞먹었다. 

배달 라이더를 전업으로 삼았던 20대는 "오토바이 배달 그만두려고 한다"며 "돈 벌려면 위반 행위를 너무 많이 해야하고, 아무리 길을 잘 안다고 해도 위반을 안하고는 수입이 형편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배달하면서 신호 잘 지키고 신호 위반 안해도 위험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며 "다시 생각해도 무서워 더이상 배달업에 발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쿠팡이츠에 내야 할 수수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해주는 블로그 페이지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점주, 여전히 높은 수수료 부담

점주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배달앱 플랫폼들이 단순 중개만 해주던 것에서 ‘단건 배달’로 주문에 배달까지 책임지면서 기업들에 내야 하는 기본 수수료가 높아진 까닭이다.

지금은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 입점할 가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돈을 내가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면 입점 가게는 ▲음식 값의 12~15%인 중개수수료 ▲결제 수수료 3.3% ▲배달수수료 건당 6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중 배달수수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 내는데, 더 많은 주문을 유치하기 위해 식당이 배달수수료를 전액 책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례로, 고객이 2만 원짜리 치킨 주문 시 식당이 수수료 9600원을 쿠팡이츠에 내야 한다. 만약 주문 가능한 최소 금액을 1만 원 정도로 낮게 설정하기까지 했다면, 수중에 들어오는 금액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에는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쿠팡이츠에 내야 할 수수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해주는 블로그 페이지까지 등장했다. 해당 게시글을 클릭하면 ‘고객부담 배달료’와 ‘예상판매가’를 입력할 시 최종적으로 얼마를 정산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김치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최근 배달의민족 ‘배민원’ 서비스 수수료에 대해서 불만을 토해냈다. 배민원은 쿠팡이츠를 겨냥해 한 건 배달 배민원 서비스를 론칭하며 쿠팡이츠보다 3% 낮은 중개 수수료를 내걸었다. 

A씨는 “수수료 12%, 결제수수료 3%, 배달 건당 6000원 진짜 장사하는 사람들 죽으라는 건지 쿠팡이츠로도 시장이 이렇게 어지러워졌는데 배민원 나오면 장사 접는 게 맞는 듯하다”며 “어쩔 수 없이 이용하면서도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게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라이더, 손님은 결국 해당 서비스로 몰리게 돼있어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수수료와 높은 배달료가 당연한 것처럼 된다”며 “그렇다고 배달비를 높이면 고객이 찾아주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는 플랫폼마다 라이더를 배치해주는 시스템이 달라 조리의 통일성이 사라져 음식의 퀄리티가 일정하지 않아진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렌차이즈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 플랫폼은 고객에게 주문이 들어오면 기사를 먼저 배정하고 그 다음 매장에 오더가 들어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매장 입장에서는 주문이 들어온 지 2분도 안돼서 라이더가 도착해 음식을 재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5분 조리, 15분 배송이라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데 조리가 늦어지면 본사에서 연락이 온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고객은 비싼 금액을 내면서도 퀄리티가 낮은 음식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