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은 지금]② ‘쩐주’ 확보로 실탄 두둑…해외 진출에 자회사 설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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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은 지금]② ‘쩐주’ 확보로 실탄 두둑…해외 진출에 자회사 설립까지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4.14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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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뉴욕증시 상장 등으로 풍부한 자금력
배민, 동남아 진출 …배달앱 1위 목표
'쿠팡이츠서비스' 자회사 설립으로 사업 확장
요기요, R&D 조직 3년 내 최대 1000명 채용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인수·합병(M&A)과 상장 등으로 실탄을 확보한 가운데, 다양한 서비스 강화와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인수·합병(M&A)과 상장 등으로 실탄을 확보한 가운데, 다양한 서비스 강화와 신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배달 플랫폼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전례 없는 쿠폰 뿌리기는 물론 속도 경쟁, 상품 경쟁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중이다. 배달업계가 어떤 식으로 달라지고 있는지, 그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등장 초기에는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단순 플랫폼으로 시작했던 배달앱 업체들이 이제는 고객·업주·라이더를 위한 서비스 강화는 물론 신사업 확대까지 힘쓰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지만 배달앱 업체들은 거침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이같은 본격적인 머니게임의 배경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외 투자가들로부터 받은 대규모 자금 수혈이 있다. 각자 인수·합병(M&A)과 상장 등으로 실탄을 확보하게 된 플랫폼들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M&A·상장으로 ‘실탄’ 확보

거래금액 기준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올라탔다. 

지난해 말 DH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결정했다. 맨땅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한 김봉진 창업주의 성공 DNA와 배민만이 가지고 있는 '배민다움' 마케팅 전략을 높이 사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요기요를 가지고 있는 DH가 배달의민족까지 점유하게 되면 독과점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당시, DH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결국 DH는 요기요를 팔아서라도 배민과 인수합병하는 게 비즈니스적으로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DH의 거대한 자본과 배민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시작 단계의 서비스 혹은 앞으로 진출할 분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 역시 올해 1월 모기업인 쿠팡이 뉴욕증시(NYSE)에 상장하면서 5조 원이라는 대거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5조 원 중 10%에 해당하는 5000억 원만 쿠팡이츠에 투자해도 1위로 올라서는 건 시간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2019년 요기요는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약 2000억 원 가량의 마케팅 비용을 시장에 풀었고, 배민 역시 그에 가까운 금액을 쓰며 요기요에 대응했다. 결국 3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배민은 2019년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요기요도 2000억 원 비용을 한번에 쏟아내 내부적으로 출혈이 심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미국 배달 시장에서도 2017년 이전 5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던 1위 업체 그럽허브가 단 2년 만에 4위 업체인 도어대시에 1위를 넘겨주기도 했다. 도어대시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6억8000만 달러 투자금을 바탕으로 ‘한 번에 한 집 배달’ 서비스를 펼칠 수 있었다. 

DH의 결정으로 오는 8월 4일 내 매각을 앞두고 있는 요기요는 쟁쟁한 인수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요기요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주요 인수후보 10곳 이상에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투자설명서를 받아간 기업들은 신세계·롯데·GS리테일 등 주요 유통 대기업과 MBK파트너스·텍사스퍼시픽그룹(TPG)·CVC캐피탈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운용사로 알려졌다. 

만약 유통 대기업이 요기요를 인수하게 된다면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와 배송 속도 확보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위해 요기요 안에 자사 몰을 입점시키는 등 확장성이 두드러진다. 사모펀드에 인수되더라도 수익률에 집중해 이익을 내야하는 사모펀드가 요기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초기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 내부에서는 차라리 사모펀드에 팔리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한국 이커머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치기 때문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요기요를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의 일본 브랜드 이름 '푸드네코'(위쪽), 요기요의 초소형 바로배달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 사진제공=각 사
배달의민족의 일본 브랜드 이름 '푸드네코'(위쪽), 요기요의 초소형 바로배달 장보기 서비스 '요마트'. 사진제공=각 사

서비스 강화에 신사업 확대 등 ‘살길 찾기’ 분주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 업체들이 자꾸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사업 확대를 하는 것은 경쟁적인 배달앱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우아한형제들은 DH라는 글로벌 회사를 얻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싱가포르에 ‘우아DH아시아’를 설립했으며, 김봉진 의장은 우아DH아시아 이사회 의장 겸 집행이사로서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5개국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우아DH아시아는 배민 성공모델 기반으로 음식배달, 공유주방, 생필품 즉시 배달 서비스 ‘퀵 커머스’로 사업을 확대해 아시아 15개국에서 제2,제3의 배민을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는 ‘푸드네코’, 베트남에서는 ‘배민(BAEMIN)’이란 이름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 중이다. 베트남 음식 배달 시장에서는 2위까지 올라섰다.

또 배민은 플랫폼에 입점해있는 음식점 사장님들을 위해 ‘배민 사장님 광장’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관리 서비스 ‘배민장부’, 사업 노하우를 배우는 ‘배민 아카데미’, 식자재 구매하는 ‘배민상회’ 등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쿠팡의 경우, 배달앱 사업을 전문화하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쿠팡이츠’ 사업을 분사해 자회사 '쿠팡이츠서비스'를 출범했다고 14일 밝혔다. ‘쿠팡이츠서비스’는 고객, 상점주, 배달 파트너 지원 및 운영을 위한 서비스를 전담한다.

쿠팡이츠는 한 건의 주문을 한 집에 배달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전국적으로 쿠팡이츠 수요가 늘어나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회사 출범을 결정한 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국 서비스 시행을 목표로 내건 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문의사항에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쿠팡이츠의 모든 이용자들에게 한층 더 강화된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 같은 지원 시스템을 통해 배달 파트너들은 유연하게 근무하고,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쿠팡의 최신 기술을 쿠팡이츠에게도 적용해 고객들에게 뛰어난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상점주에게는 매출 증대의 기회를, 배달 파트너에게는 안전한 배달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쿠팡은 그간 핵심 경쟁력을 별도 자회사로 분사해 신사업에 진출하며 영역을 확장해왔다. ‘로켓제휴’로 풀필먼트 사업에 진출했고 ‘쿠팡페이’로 핀테크 사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 1월 ‘쿠팡로지스틱스’가 화물차 운송 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택배 사업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서비스 역시 처음에는 음식 배달이지만 나중엔 지역의 B2C를 모두 전담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이슈 건으로 비교적 늦게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던 요기요도 최근 연구개발(R&D) 조직을 3년 내 최대 1000명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요기요 익스프레스’에 적용되는 AI 딜리버리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해 주문부터 배달까지의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중 일반인 라이더도 도입한다. 요기요는 주요 업체 중 유일하게 일반인 라이더를 모집하지 않았다. 배민은 ‘배민커넥터’가 있고, 쿠팡이츠는 일반인 라이더 ‘쿠리어’에 배달 100%를 맡기고 있다.   

또 요기요는 배달앱 최초로 정기 할인 구독 서비스 ‘슈퍼클럽’도 론칭한 바 있다. 월 9900원을 내면 앱 내 모든 레스토랑 메뉴를 월 10회, 회당 3000원씩 총 3만원 할인받는 서비스다. 론칭 1주일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다만 경쟁이 치열한 업계 특성 상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와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부분은 기업의 숙제로 남아있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이라는 게 소비자와 점주, 라이더까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모두 다 신경 써야 하니 힘든 건 사실이다”며 “소비자 이용, 음식점 입점, 라이더 확보가 모두 맞아떨어져도 경쟁업체에 어떤 변수와 서비스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가격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쿠폰을 더 많이 주는 쪽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요일별 쿠폰, 브랜드별 쿠폰 뿐만 아니라 색다른 이벤트를 계속 제공해 소비자가 주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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