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②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 영향은..."오히려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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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②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 영향은..."오히려 기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1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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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후공정' 등 공급망 전체를 미국으로 옮기진 못할 것
현지 소부장 업체는 경쟁사 공급사...가치사슬 바꾸기 어려워
삼성전자 SAFE 프로그램 통해 공급사 협력 생태계 구성
현재도 삼성 미국 파운드리 반도체 국내에서 후공정 진행
"위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중요"
삼성전자 ‘SAFE 포럼’에서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세계시장에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세기에는 반도체가 편자의 못(horseshoe nail)"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반도체 영역에서 중국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지난해 수출액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하는 한국이 있다. 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미·중간 반도체 경쟁 심화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후공정 업체 등을 포함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포함해 반도체 공급망 전체를 미국으로 옮기는 건 현실적이지 않고, 삼성전자 등이 그동안 구축한 공급망이 미국 업체로 바뀔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4일 리포트를 통해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 정책에 화답하는 인텔과 TSMC의 대규모 설비증설 발표 등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종 주가의 상승을 견인했다”며 “미국 반도체 장비 공급사를 고객사로 확보한 티씨케이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티씨케이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식각공정용 실리콘 카바이드 링(Solid Sic ring) 등을 공급하는 한국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내 반도체 ‘소부장’업체의 매출 증가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갈등의 근본 배경은..."반도체 수요 급증"

윤현직 SK증권 연구원은 “미중갈등과 함께 봐야할 것은 늘어나는 반도체 수요”라며 “파운드리 팹이 생기면 각종 부품을 공급해야 하고, 한국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게는 큰 시장이 열리는 수혜"라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존 예상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르다"며 "현재 미국의 움직임은 이 같은 시장 수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중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 라인을 증설할 거점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텍사스 오스틴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뉴욕이나 애리조나, 평택 등은 삼성이 텍사스  오스틴시 당국과 세제 혜택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협상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 가치사슬 바꾸기 어려워

삼성전자가 증설할 파운드리 생산라인의 위치와 별개로 국내 소부장업체와 테스트·패키징 외주 전문 기업은 신규 투자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늘린다고 해도 삼성전자가 벤더(공급사)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에 다른 소부장 업체와 테스트·패키징 업체가 있지만 그들은 경쟁사의 공급사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반도체 공급망에서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초미세 공정 경쟁이 심화될수록 테스트 업체의 역량에 따라 불량률을 줄여 생산성이 높아지고 패키징 기술 성숙도에 따라 반도체 직접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바일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패키징·테스팅 기법이 적용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파운드리 등 기업이 그동안 협력해온 후공정 업체를 단기간에 교체하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의 SAFE vs TSMC의 VAC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 기업은 각사의 제조공정과 후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사와 '가치사슬'을 만들어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팹리스과 후공정 외주 업체 등과 함께 ‘SAFE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협력사에게 디자인, 제품설계시 최적화를 위한 고려 사항 등을 제공하고 지적재산권(IP)을 공유하는 등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SAFE 프로그램은 동시에 공급사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 역시 ‘VAC(Value Chain Aggregator)’ 프로그램을 통해 IP, 웨이퍼제조, 조립, 테스팅 등 반도체 제조 공정의 각 단계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협력사와 공유하면서 대만의 비메모리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 등 미국 현지 파운드리 기업과 협력중인 후공정 업체나 소부장 업체와 새롭게 거래할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패키징·테스팅 등 후공정 업체는 미국 보다 대만과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미세공정이 진행될수록 후공정 난이도도 높아지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 파운드리 라인에서 만든 제품을 항공 운송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와 국내 후공정 업체에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늘려도 현재 국내 협력사인 네패스, 테스나, 엘비세미콘 등 기업과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공정의 경우 자동화가 어려워 인건비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미국은 인건비가 높은 편”이라며 “삼성전자는 대만과 한국에서 후공정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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