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① 난처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그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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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 ① 난처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그들의 선택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13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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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백악관, 삼성전자 등 초청 '반도체 화상회의' 진행
NSC "미국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 등 제재안 제시"
"미국이 고강도 제제안 발표하면 중국 보복 '명약관화'"
반도체 공급난 심화시킬 고강도 제재 가능성은 낮아
韓기업, 중국에는 메모리, 미국에는 파운드리 균형 투자도 해법
지난 12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를 들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시장에서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세기에는 반도체가 편자의 못(horseshoe nail)"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검토를 지시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반도체 영역에서 중국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지난해 수출액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하는 한국이 있다. 불붙은 미·중 반도체 전쟁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에 맞서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고강도 제재를 취하긴 어렵다고 전망하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균형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했다. 

백악관에서 13일 오전 1시(한국시간)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자로 초청받은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투자해줄 것을 여러 형태로 요청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같은날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는 연방의회에 액침불화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 같은 제재안을 실행할 경우 중국 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100일간의 검토를 지시한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보고서'(행정명령 14017호의 제3장, Section 3, 100-Day Supply Chain Review)가 완성된 후에야 알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한 고강도 제재안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中, 반드시 보복할 것”...반도체 가격 폭등 가능성도 

미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11월 네덜란드 ASML의 EUV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지난 12일에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EUV와 함께 Arf 장비의 중국 수출마저 금지해야 한다”고 연방의회에 제출했다. 

EUV와 Arf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넣는 노광공정 등에 활용하는 장비다. 광원의 파장이 짧은 EUV는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이하 초미세 공정을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상대적으로 광원의 파장이 긴 Arf장비는 10나노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사용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6세대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에서 D램을 양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생산을 위해 시안 1공장에 이어 2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 상반기 중으로 장비입고를 마무리할 경우 웨이퍼 기준으로 월 13만장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안에서만 월 25만장의 낸드 플래시 생산이 이뤄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능력을 월 47만5000여장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쓰지 않으면 사실상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은 불가능하다”며 “낸드와 D램 모두 해마다 수요가 늘고 있는데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라인 증설을 진행하지 못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함에 따라 2025년부터 중국 다롄에 있는 웨이퍼 기준 월 8만장 규모의 낸드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세계 D램 시장 점유율 72%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낸드 플래시 글로벌 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은 43%다.

낸드,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시장에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라 불리는 미국 IT 기업들이 가장 큰 구매자다. 

만약 미국 정부의 제재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시장 변화에 따른 중국 생산시설의 증설에 차질이 생기면 낸드와 D램 가격이 올라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도 감안해야 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양국의 패권과 연결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안을 발표하면 중국 역시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중국이 보복할 경우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 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며 “반도체 가격을 높이고 미국과 한국 기업의 이익을 축소할 수 제재안을 미국이 내놓는 건 현실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美·中에 분산, 균형투자가 해법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균형적인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결 이전에 삼성과 SK는 반도체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균형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의 80%를 수입했다. 중국이 전세계 PC, 스마트폰, 노트북 생산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지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액은 12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의 약 38%를 차지하는 규모다. 같은기간 삼성전자 역시 중국에서 반도체 판매와 생산에 따른 매출액이 3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액이 72조 8600억원였으므로 중국 시장 매출이 전체 반도체 매출의 42%를 차지한 셈이다.  

통상 반도체 생산 시설은 초기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장비를 추가 입고 하는 방식으로 생산능력을 조절한다. 양사가 중국에 확보한 생산 시설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미국에 팹(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도 공장 두곳을 짓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아직 확정을 안했지만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을 지으면서 중국에는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낸드 공장에 투자하는 등 분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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