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려야 하는데"...바이든, 봉쇄강화 촉구에 '코로나 방역 딜레마'
상태바
"경제 살려야 하는데"...바이든, 봉쇄강화 촉구에 '코로나 방역 딜레마'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4.13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 미시간주 백신 추가 요구에 "봉쇄" 촉구
연방기구의 이례적 개입...미국의 심각한 확산세 보여준다는 평가도
봉쇄 나설 경우 회복세 보이던 미 경제에도 타격 상당할 수 있어
지난해 뉴욕에 위치한 한 상점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뉴욕에 위치한 한 상점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해답은 백신이 아니다. 해답은 봉쇄다"

미국 연방 정부기관인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셸 월렌스키 국장의 발언이다.

미국 미시간주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수가 빠르게 늘어나자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추가 백신 공급을 요구했고,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 대신 '봉쇄'를 촉구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압도적인 백신 보급 속도를 내세우며 빠른 경제회복을 이뤄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두드러지자 연방기구인 CDC는 봉쇄를 언급하고 나섰다.

주요 해외 언론들은 주(州) 정부에 자율적인 지침을 허용했던 연방기구가 이례적으로 '봉쇄'를 촉구하며 개입을 하고 나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만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심화됐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빠른 백신 보급을 바탕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재차 봉쇄에 나설 경우 경기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정점이던 지난해 겨울과 비슷한 수준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미시간주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36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19 발병 이후 세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 겨울 미국 내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을 당시에도 단 두차례만 이 수준을 웃돌았다. 7일 이후 신규 확진자수는 다소 줄어드는 듯한 모습이지만 10일 기준 여전히 7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보건복지부 자료를 인용해 "입원환자 역시 4118명으로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하루 15명에서 45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시간주 내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휘트머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에 코로나19 백신을 추가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미 행정부는 현재 주별 인구를 기준으로 백신을 할당하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휘트머 주지사는 미시간주와 같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곳에 백신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며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렌스키 국장은 "백신이 아니라 봉쇄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시간주의 경우 고교 대면수업 중단, 청소년 스포츠 경기 및 연습 중단, 실내 식당에서 식사 자제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권고일 뿐 강력한 지침이 아니라는 것. 

그는 "그것에 대한 해답은 지난 봄과 여름, 우리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상점들을 닫고 서로 접촉을 줄이며, 가능한 범위까지 테스트하고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미시간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신 공급을 늘린다면, 백신이 효과를 내고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백신이 효과를 내려면, 즉 면역력이 생기려면 마지막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의 잠복기는 4~5일에 불과한 만큼, 백신 접종을 늘리는 것으로는 확산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 

뉴욕대의 전염병 전문가 셀린 가운더 박사 역시 "냉정한 사실은 당장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실내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것 등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전역에서 변이 바이러스 급증

주목할 점은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를 보이는 지역이 비단 미시간주 뿐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일리노이주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45% 증가했으며,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다른 여러 주에서도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NYT는 이를 전하며 "미시간주의 움직임은 다른 주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이것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전세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여느 국가보다도 압도적인 백신 보급률을 자랑해왔고, 이것은 미 경기회복의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루 300만~400만명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 가량이 최소 1회 접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간주에서도 34%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고, 2회 접종까지 모두 마친 이들도 22%에 달한다. 

강력한 백신 보급 속도를 기반으로 빗장을 걸어잠그는 유럽국가들과는 달리 미국은 경제 재개에 빠르게 나설 수 있었으나, 광범위한 백신 접종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재차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빠른 백신 접종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지나친 자신감을 안겨줬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특히 젊은이들이 각종 방역지침 준수를 느슨하게 만들고, 재확산의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보건당국은 빠른 백신 보급으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조차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시간주 의사들은 병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들이 앞서 1차, 2차 확산기에 비해 더 젊어졌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에서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백신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월렌스키 국장은 "지난 6일까지 미국 내에서 1만6000여명의 영국발 변이 감염자를 확인했고,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종(種)이 됐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전염병학자인 빌 해너지는 "영국발 변이는 일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최소 50% 이상 강하다"며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의 강한 전염력이 백신의 면역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봉쇄 나설 경우 미 경제 타격 불가피

연방기구인 CDC가 봉쇄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주 정부들이 실제로 다시 '봉쇄'에 접어들 경우 간신히 회복궤도에 올라선 미 경제가 재차 고꾸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역시 같은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1일 파월 의장은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 경제 전망이 상당히 밝아졌다"면서도 "이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너무 빨리 다시 문을 열고, 사람들이 너무 빨리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서 다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 (미 경제에 있어) 주요한 위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낙관적인 미 경제 회복 기대감은 코로나19 확산이 없다는 가정 아래 이뤄진 만큼,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되고, 주 정부들이 봉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미 경제 전망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비롯한 각 기관들은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률을 빠르게 상향조정한 반면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잇달아 하향조정해왔다. 이같은 차이는 봉쇄조치 여부에 따른 것으로, 미국이 봉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경제전망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어두워질 수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1일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4.1%로 하향조정하면서 "유로존의 봉쇄조치가 한 달 더 늘어날수록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매달 0.3%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유럽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면서 방역조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CNN은 "전문가들은 만일 미국인들이 백신접종과 방역조치를 계속 이어간다면 몇 주 이내에 잠재적인 확산세를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역시 "미국인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두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들은 계속해서 백신을 접종해야 하고, 조기 승리를 선언하고 규제를 해제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