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체하는 영국인" 수상소감으로 英영화계 사로잡은 윤여정,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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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체하는 영국인" 수상소감으로 英영화계 사로잡은 윤여정, 다음은?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1.04.12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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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카데미시상식서 한국배우 첫 수상한 윤여정, 수상소감 화제
윤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에 인정받아 영광" 재치와 농담으로 환호받아
영화 '미나리' 6개후보중 1개만 수상...이달 25일 개최 美아카데미상 관심 고조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고상한 체'하는 영국 영화인들은 인정했는데, 미국 영화종사자들은 어떨까. 한국에서 온 까만눈의 73세 여배우의 연기력을 진심으로 존중할까.

영화 '미나리'의 주연배우 윤여정이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이제 관심은 오는 25일(현지시각)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여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한국인 배우로서는 연기부문에서 처음 수상한 상이다.

11일 화상으로 중계된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호명된 배우 윤여정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1일 화상으로 중계된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호명된 배우 윤여정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3세의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의 연기만큼이나 수상 소감을 전하는 장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유머와 여유, 그리고 우아함으로 영국 뿐아니라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았다. 

윤여정은 화상으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한국 배우 윤여정이다"고 영어로 인사를 한 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로 지명돼서 영광이다"라고 했다가 "아니, 이제 수상자죠"라고 고치면서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 별세에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고 영광(specially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very snobbish people)"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snobbish는 '아랫사람에게 뽐내는, 신사인 체하는, 도도한체 하는' 뜻의 영단어다. 

윤여정은 이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날 좋은 배우로 인정해줘서 기쁘다(and they approve me as a good actor. So I’m very, very privileged and happy)"고 마무리하자, 시상식장에서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윤여정의 이같은 재치있는 수상소감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화제가 됐다. 외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윤여정은 '이같은 시각이 개인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영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10년전 배우로서 케임브리지대에서 펠로십을 했는데 모두들 고상한 체한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안좋은 식은 아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영국은 역사가 길고 자부심이 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다. 그게 내 솔직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SAG)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으면서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한층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영미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아카데미상은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진행되는 만큼 미국 아카데미상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이번 영국 아카데미상에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여우·남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6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지만 아쉽게 1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올해 작품상은 영화 '노매드랜드'가 받았고, 이 영화를 연출한 중국 출신의 여성 감독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등 4관왕에 올랐다. 84살의 배우 앤서니 홉킨스는 '더 파더'로 20여년만에 다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타이완 출신 리안 감독은 협회상(fellowship)을 받았다.

한편 영화 '미나리'는 오는 25일 미국 헐리우드에서 열리는 제93회 美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외에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6개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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