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분쟁 종식] 밝아진 K-배터리 미래..."양사 모두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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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분쟁 종식] 밝아진 K-배터리 미래..."양사 모두 승자"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11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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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LG엔솔 "SK가 이직 인력 활용해 폭스바겐 납품"
ITC, 美연방법원, 델라웨어·서울중앙지법 등에서 양측 법정 공방
지난 2월, ITC LG엔솔 손들어줘...SK는 바이든에 거부권 행사 요구
바이든의 진퇴양난..."자국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vs지적재산권 보호기조"
한국 총리실 등도 나서서 양측 물밑에서 중재한 듯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하 LG엔솔, SK이노)간 2년여 동안 끌어 온 전기차 배터리 분쟁이 11일 전격 종식됐다.  

양사 대표는 이날 SK이노가 LG엔솔 측에 합의금 2조원 지급 등을 골자로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향후 10년간 같은 문제로 추가 송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양사가 서명한 이번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등이다. 

업계에서는 그간 SK이노가 수천억원, LG엔솔이 최대 3조원대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서는 양사가 주장한 합의금의 중간 지점인 2조원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지난 2월 ITC 최종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에 10년간 미국 내 10년간 미국내 수입이 금지된 명령은 무효화된다. 한국과 미국에서 양사가 진행 중인 특허 분쟁도 중지된다. 

분쟁발생부터 타결까지...길었던 713일

2017년~2019년 LG화학에서 근무하던 직원 10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시작했다.

LG측은 SK가 자사 직원을 통해 LG의 배터리 기술을 의도적으로 빼갔다고 의심했다. SK측은 초기 단계인 배터리 산업에서 인력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대응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연구 개발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SK로 이직했다는 것이다. 

2018년 말 폭스바겐이 북미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200만대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이 선정하면서 LG와 SK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LG엔솔(당시 LG화학) 측은 “SK이노로 이직한 직원들이 폭스바겐 관련 제품 기술을 다루는 부서에서 일했다”며 “SK이노가 기술탈취로 폭스바겐 수주를 따냈다”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LG엔솔은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양측은 본격적인 법정공방을 이어간다. LG화학은 같은해 5월 한국 경찰에 SK이노를 산업기술 유출방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맞서 SK이노는 그해 6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도 소송전은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해 9월 미국 ITC에 LG화학이 특허를 침해 했다며 제재를 요청했고 연방법원에도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LG화학 역시 ITC와 연방법원에 각각 SK이노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재 조치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맞제기했다. 

ITC는 지난해 2월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SK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예비결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올해 2월 ITC는 LG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결정을 내렸다. 이때 ITC는 SK이노의 리튬이온배터리의 미국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SK의 공급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해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각각 4년, 2년을 허용하는 유예 기간을 뒀다. 

고민 깊어진 백악관...韓 총리실도 적극 나서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 결정이 내려진 후 60일 이내에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LG엔솔과 SK이노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판결은 지난 2월 10일 내려졌으므로 오는 11일(현지시간)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SK이노와 LG엔솔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ITC의 최종판결 이후에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침해가 아닌 재판과정에서 절차적 흠결에 따라 조기 패소가 결정됐다는 SK이노의 주장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SK이노 측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중인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중인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공장. 사진=SK이노베이션

지난 8일(현지 시간)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보낸 선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26억달러(약 2조9100억원) 규모의 조지아주 투자를 성사시키거나 무산시킬 또다른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2600명 조지아 주민의 일자리가 ITC 판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양사의 합의문 발표 후 SK이노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난처한 입장이었던걸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은 ITC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없다.

더욱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에 강력하게 대응해 미국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0년간 미국내 사업이 사실상 금지된 SK이노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을 잃게 된다.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며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LG의 손을 들어준 ITC 결정을 용인할 수도, 그렇다고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행정부가 LG엔솔과 SK이노 사시를 꾸준히 접촉하며 중재를 한 끝에 이번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양사의 합의를 축구한 바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총리실 주도의 비공식 채널을 통해 중재에 힘을 보탠것으로 관측한다.  

최선의 결말...미국은 물론 양사에 공동이익

업계에선 이번 합의가 LG엔솔의 글로벌 배터리 사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한다. LG측이 ITC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는 승리했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일방적인 우위를 점한 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2년 넘게 분쟁을 지속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업체 등이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배터리 시장의 향후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LG측도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ITC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 분쟁에서 SK이노가 LG엔솔의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결정을 내린 바 있다. 

SK이노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항소를 통해 법정 분쟁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미 2년이상 법정 공방에서 양측이 수천억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한 상황에서, LG엔솔 역시 SK이노가 지속적으로 법정 공방을 제기할 경우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사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날 양측의 합의로 아직 ITC에서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영업비밀 침해의 파생 분쟁인 특허 침해 소송도 취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놓고 테슬라에 납품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CATL에 대항해 'K-배터리'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호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SK이노는 ITC의 수입금지 조치 무효화에 따라 조지아주 1공장을 안정적 가동하고 2공장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향후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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