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항공 무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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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항공 무질서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7.01.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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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한국인들…사회질서 다듬는데 에너지 모아야

[조병수 프리랜서] 2009년 늦여름, 잠깐 미국을 다녀올 때에 에어캐나다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다. 경유지인 밴쿠버공항에 내려서 잠시 쉬다가 서울행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서 탑승구 앞으로 다가가니까, 왁자지껄하는 분위기가 지금까지의 미국공항 내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와는 사뭇 달랐다. 외국여행을 하다가 보면 모두들 조용히 않아서 책을 보거나 나직나직 얘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곳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도 크고, 항공사 직원들이 좌석순서대로 체크인을 유도하는데도 줄을 서서 차분히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막무가내로 들어가다가 항공사 직원들에게 제지 당하는 모습도 보인다.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는 그 움직임들이 더욱 눈에 띄게 달라진다.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사인이 떨어지자 말자, 뒷자리에 있던 젊은이가 두세 자리 앞으로 나아가다가 사람들에 막혀서 멈추어 선다.

공항청사로 발을 들여놓자 말자 마치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가듯이 모든 사람들이 빠르게들 움직인다. 공항 내 열차를 타려고 몰려드는 모습들도 정말 압권이다. 어찌 그리도 열정적으로 바쁘게들 움직일 수 있는지, ‘과연 이것이 우리 발전의 저력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입국심사를 위한 대기통로에서도, 신사복 입은 아저씨나 지긋한 양장의 아주머니나 태연히 끼어들며 앞질러 나가는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얼마간의 기간 외국여행을 하면서 경우 바르게 줄을 서고 기다리며 지낸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재빠르게 움직였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엔 세계도처에 유행성 독감이 난리라고 해서 공항에서 부터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포들이 많았는데, 정작 중간 기착지인 밴쿠버나 뉴욕에서는 마스크 쓴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감이 기승이라고 마스크를 쓰고 공항에서 검색하는 뉴스를 자주 접하던 터라 인천공항에서 마스크와 소독약을 사서 썼던 나의 가족들도, 현지의 분위기 때문인지 미국 국내선에서는 아예 마스크를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각별히 주의해야겠지만, 우리가 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움직임, 민첩함, 집중력을 지켜보면서, 이 역동적인 에너지를 우리들 자신만을 위해서 마냥 내닫게만 할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로 결집시킬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 후 어느 날, 인천공항 내의 화장실에서 세 명의 외국인 젊은이들이 옆의 장애인용이 비어있음에도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일반인용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차마 비어있는 그쪽을 기웃거릴 수가 없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바로 준법정신과 기초적인 인성교육의 중요성이었다. 우리가 그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민주주의의 기본을 세워가고 있듯이, 어린이부터 어른들까지 사회생활의 기본기부터 새로 다듬어 나가는 데에 꿈틀거리는 우리들의 에너지를 모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저녁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낯 모르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안녕히 가세요'라고 밝은 목소리로 건네는 인사말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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