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4·3문학상' 수상작가 구소은이 대담하게 그린 사랑이야기 '파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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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4·3문학상' 수상작가 구소은이 대담하게 그린 사랑이야기 '파란방'
  • 문주용 기자
  • 승인 2021.04.09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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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맹화가 '윤'을 둘러싸고 아름다움과 욕망, 결핍과 트라우마, 상처와 극복의 드라마
신간소설 파란방(지은이 구소은, 출판사 소미미디어)

[오피니언뉴스=문주용 기자] 때때로 우리는 부재를 통해서 실체를 본다. 결핍은 장애가 아니라 완전체를 깨닫게 해준다. 빛이 아니라 그림자가 사물의 실체를 가늠하게 해준다. 채우고자 하는 욕망이 채워진 인간의 본질도 알게 한다.   

늦깎이 여류 소설가 구소은의 신간 소설 <파란방>(출판사 소미미디어)은 적색과 녹색을 볼 수 없는 색맹 화가의 개인전을 앞두고 전시 예정인 그림이 파괴되는 사건 속에서 인간 본질이 파헤쳐지는 네 가지 사랑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의 중심인 적록색맹 화가 '윤'은 '색의 결핍'을 숨겨가며 연인인 어린이집 아동심리사 은채의 지원으로 준비하는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 재능이 부족한 은채는 자신에게 사랑을 보여주지 않는 윤을 향해 목숨처럼 사랑하지만 윤의 '색의 결핍'을 그대로 보듬어 주지 못하고 '장애'를 고치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희경은 '돈의 결핍'에 누드모델이 되어 '윤'의 작품에 참여해 윤을 유혹하고 '은채'의 소유욕을 부추긴다. 성형외과 의사 주오는 '성의 결핍'으로 인한 가족, 아내와의 갈등으로 괴로와 하면서 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나는 희경을 엿본다.  

소설은 개인전을 며칠 앞두고 윤의 캔버스들이 갈가리 찢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윤도 사라진다. 이 사건 속에서 윤과 은채, 희경, 주오까지 4인의 등장인물이 연결되어 이들의 질투와 욕망, 소유욕 등 인간의 본질을 그려낸다.  

구소은은 마치 스릴러 물처럼 하나의 사건과 다수의 용의자 구도에서 4인4색의 원초적 본능과 성(性)을 그린 만큼, 책에서는 차갑고, 쓸쓸하고, 가볍고, 잔인한 감정을 느끼도록 했다.

정여울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획일적인 미술교육은 윤의 색맹을 '장애'로 바라보지만, 그의 그림은 '색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 세계 또한 무언가 결핍된 세상이 아니라 또 하나의 오롯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세계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아름다움과 욕망, 결핍과 트라우마, 상처와 극복의 드라마로 가득한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 구소은 작가의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고 서평을 남겼다.

이 소설에서 성(性)은 본능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오브제이기도 하다.

구소은은 "성은 본능과 욕망을 드러내는 가장 적당하고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성을 터부시하고 있고 안과 겉이 너무 다른 태도를 보인다. 이 문제를 표면으로 올려서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은 곧 그 사람이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 대해 김미옥 칼럼니스트는 “이야기를 몰고 가는 작가의 대담함에 팔에 소름이 돋는다. 치열한 심리묘사가 프랑스의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연상하게 한다. 한국 문단에 작가 구소은이 있다”고 평했으며, 이산하 시인 역시 “이 소설은 아직 열리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그 상자 안에는 사실과 진실이라는 두 개의 함정이 있다. 책을 열면 빠진다”라고 극찬했다.
 
작가 구소은은 프랑스에서 6년간 유학하면서 광고를 전공한 뒤 귀국해 광고회사에 근무했다. 다년간의 시나리오 습작 끝에 첫 장편소설인 ‘검은 모래’로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응을 이끌었다. 

‘검은 모래’는 세종도서 우수도서로 선정되고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2018년 두 번째 장편소설인 ‘무국적자’ 역시 좋은 반응을 받았으며 그 결과 ‘검은 모래’와 ‘무국적자’는 미국에서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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