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미친 5G 상용화 2년..."속도 보단 콘텐츠 개발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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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미친 5G 상용화 2년..."속도 보단 콘텐츠 개발 우선해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4.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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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불통 불만'...정부·이통사·콘텐츠 제작 업체의 각기 다른 속사성
통신업계 “20배 빠르다고 한 적 없다”...실제론 4.5배 수준
‘20배 빠른 속도’는 정부의 정책 방향
“속도보다는 콘텐츠 문제”...“통신요금 인하도 어려워”
5G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5G 통신 서비스 품질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현재 상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본다."

학계와 통신업계에서는 상용화 2주년을 맞은 5세대이동통신(5G)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의 원인이 정부나 이통사 등 특정주체가 제공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5일에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통사와 정부를 상대로 “5G 불통 문제를 겪고 있는 가입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5G 기지국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요금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신업계에서 바라보는 소비자 불만의 원인은 속도가 아닌 5G 특화 콘텐츠의 부재다. 4G에 비해 높아진 통신비가 소비자에겐 부담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실 5G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고민”이라며 “미국 등에서 킬러앱이 등장하면 빠른 시간안에 글로벌 시장으로 퍼질텐데 아직 그런 앱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5G소비자들의 문제제기를 통신사, 정부, 콘텐츠 업계 등 어느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통신업계 “20배 빠르다고 한 적 없다”...실제론 4.5배 수준

전문가들은 5G 상용화 초기에 LTE 보다 ‘20배 이상 빠르다’는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고 말한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 대표(전 순천향대 교수)는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건 이론적으로 28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사용했을 때 나오는 속도”라며 “3.5GHz대역을 사용하는 현재 5G망 최대 속도는 단독모드(SA)를 적용했을 때 3~4기가비트(Gbps)”라고 말했다. 

5G 상용화 초기 소비자은 4G보다 20배 빠른 서비스를 기대했지만, 이는 이론적인 속도일뿐 실생활에서 느끼기 어려워 실망감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SA방식은 주파수 신호와 데이터 전송을 모두 5G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유선망 데이터 전송 구간에서 LTE장비를 활용하는 비단독모드(NSA)에 비해 지연시간이 감소한다. 현재 이통 3사가 구축한 5G망은 NSA방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SA방식5G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통 3사의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49Mbps다. 같은 조사에서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3.10Mbps였다. 현재 5G가 LTE보다 4.5배 빠른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어떤 통신사도 5G 상용화 초기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3.5GH 대역의 5G 전국망이 완성되면 2~2.5Gbps 정도의 최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통신사들이 5G 상용화 초기에 공언한 5G 최대 속도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각각 2.7Gbps, 2.4Gbps, 2.2Gbps였다. 통신 3사는 상용화 초기부터 28GHz가 아닌 3.5GHz 대역의 5G망 구축을 기준으로 통신 속도 상향을 계획했던 것이다. 

‘20배 빠른 속도’는 정부의 정책 방향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5G 상용화 축하 행사’에서 “4세대 이동통신은 아직은 빠르지만 가까운 미래엔 결코 빠르지 않게 된다"며 "기존 4G보다 속도는 20배, 연결 기기는 10배 늘어나고 지연 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넓고 체증 없는 통신 고속도로가 5G"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5G는 대한민국 혁신성장 인프라"라며 "5G가 각 산업 분야에 융합되면 정보통신 산업을 넘어 자동차·드론·로봇·지능형 CCTV를 비롯한 제조업과 벤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산업 전체 혁신을 통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5G 전국 통신망을 구축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전국망은 3.5GHz로 구축하고 28GHz는 특정 지역에서 스마트팩토리 등을 목적으로한 특화망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정부가 밝힌 20배 빠른 속도는 28GHz를 활용한 기업간 거래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통신 서비스 속도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던 셈이다. 

“속도보다는 콘텐츠 문제”...“통신요금 인하도 어려워”

결국 5G에 특화된 콘텐츠를 공급해 소비자 불만을 잠재워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통신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생태계 구축의 선후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과 닮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3G에서 4G로의 전환을 돌이켜 보면 결국은 동영상, 음악 등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킬러콘텐츠가 등장해 데이터 소비량을 늘리고 소비자에게 효용감을 제공했다”며 “이번 5G 문제 역시 통신망의 품질이 문제가 아니라 킬러콘텐츠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학용 IoT전략연구소 대표는 “이통사가 통신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단말기가 보급되고 단말기 보급이 이뤄져야 콘텐츠가 활성화된다고 본다”며 “한국은 이런 순서가 아니라 이통사가 신형 스마트폰의 4G 가입을 막으면서 5G 가입자가 늘어난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지금 28GHz 전국망을 구축해도 기술발달을 감안하면 당장 자율주행차가 등장하지는 않는다"며 “그렇다고 소비자 요구대로 5G 통신비를 인하하면 이통사 입장에서 킬러콘텐츠는 5G에 비싼 돈을 들여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통신사가 5G로 수익을 내야 망구축과 저렴한 요금제 제공 등을 위한 곳간을 채울 수 있다"며 "올해 5G SA서비스를 상용화하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서비스 등 기업간 거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개별 5G 기지국이 네트워크를 여러 구역으로 분할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단일한 5G 네트워크를 자율주행서비스, 스마트팩토리, 자체 클라우드 등 용도별로 전용화, 세분화해 제공하면 네트워크 지연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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