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美 아케고스캐피탈 사태, 금융시스템 위기의 전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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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美 아케고스캐피탈 사태, 금융시스템 위기의 전조일까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1.04.06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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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며칠 간 미국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아케고스 캐피탈이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들로부터 자산의 500%에 달하는 빚을 내 주식을 매수했다. 그런데 보유 주식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마진콜이 요청됐고, 아케고스 캐피탈은 빚낸 돈을 갚지 못해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밖에 없었던 일부 투자은행이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PBS는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컨설팅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일으킨 거래가 총수익스왑(TRS), 주식차익결제거래(CFD)이었음이 알려지면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들로부터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거래는 국내외의 많은 헤지펀드들이 사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또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유동성을 투자에 활용하는 것으로, 펀드로서는 자기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고수익이 가능한 반면, 보유 포지션의 가치 하락이 크게 나타날 경우 마진콜,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케고스 사태,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 낮아

이번 사태에서는 5~6개의 투자은행이 돈을 빌려줬다. 몇 개 회사는 발빠르게 대처하는 바람에 손실을 보지 않았지만, 일본계인 노무라와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 각각 조단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늘 그렇듯이 이들의 매도 물량이 아직 모두 나오지 않아서 증시가 더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불확실하고, 적어도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등을 통해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을 경험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다.

또한 국내에서는 아케고스 캐피털의 오너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함께, 얼마 전 모 사모펀드가 총수익수왑거래를 활용했고, 문제 발생 후 관련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자금을 회수하며 문제가 됐기 때문에 관심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케고스 캐피탈 사태 그 자체는 해당 회사의 기본적인 성격 때문에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번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패밀리오피스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외부 고객들의 자금을 받지 않고 회사를 차려 자신의 자금을 운용한 케이스다. 이 경우 투자자가 단일 주체이기 때문에 해당 회사로부터 펀드 런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한 비록 일부 투자은행의 손실 폭이 커서 신용평가기관들이 경고에 나섰지만, 현재 알려진 규모로는 금융기관간 신용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사태를 두고 초저금리 하의 레버리지 투자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아케고스 캐피탈뿐 아니라 많은 헤지펀드들이 대규모의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락하게 되면 대규모의 마진콜과 반대매매가 잇따르고, 이 과정에서 증시의 추가 급락과 더불어 일부 투자은행의 손실과 위험이 커져 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금리가 워낙 낮으니 이런 류의 투자가 무분별하고 급격하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법한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투자은행으로서도 저금리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를 늘리는 방안으로서 이 같은 거래 규모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유수의 투자은행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우려는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일단, 해당 거래에서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적용하는 대출 금리는 생각보다 낮지 않다.

전반적인 금리 하락 추세에서 주식 관련 레버리지 공급 금리도 이전보다 낮아졌겠지만, 투자은행이나 증권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대출은 거래 자체의 위험성이나 기대수익이 크기 때문에 신용이 낮은 헤지펀드에 무분별하게 실행할 성격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투자회사별 한도의 설정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의 세련됨, 컴플라이언스 규정 등이 달라 결과가 달라졌지만, 결국 문제는 전체 투자은행이 아닌 일부 투자회사에 국한되어 나타났다.

헤지펀드들이 보통 한쪽 방향의 베팅이 아닌 매수·매도를 동시에 진행하는 롱숏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도 전반적인 위험을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물론 롱숏 포지션에도 위험이 있다. 실제로 과거 일부 국내 헤지펀드의 경우 분석과 전망의 실패로 롱과 숏 포지션의 가치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며 수익률 변동성이 커지고, 자금 이탈이 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일반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많은 롱숏 전략은 시장중립적인 포지션을 기초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일부 헤지펀드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만한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

미국 아케고스캐피탈 사태가 월가에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하나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의 유동성 위험이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금융상품의 경우, 장외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상품화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기관들이 유동성 문제에 시달렸다. 반면 주식시장은 많은 경우 유동화가 가능하고, 투자회사는 이를 감안한 담보비율, 유지증거금비율 등을 정한다.

물론 주식시장에서의 대출도 대규모일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대규모 매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 그 자체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에 문제는 투자회사의 자본 여력으로 넘어간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금융감독기관은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레버리지 비율을 통제하는 가운데, 정기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해 왔다. 자본 여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해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작성된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PBS 계약 잔고는 약 30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 규모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며, 이 금액조차 2000여개의 펀드에 나눠져 있다.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일부 펀드의 문제가 시장을 흔들 만한 상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전체 TRS 계약잔고 역시 2조4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는데, 3~4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증권사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할 때 크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동 기법을 사용한 사모펀드 사태 등이 벌어지며 비즈니스를 확장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 주가가 흔들릴 때 일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겠지만,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몇가지 좋지 않은 신호들 경계해야

이번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안 좋은 신호를 내포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될 때 우리는 항상 이전에는 활성화되지 않아 주목하지 않았던 부채 확대가 문제를 일으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쪽에서는 자산가격 관련해 과다한 부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사태나 서브프라임모기지처럼 부동산 시장에서의 증권화 및 파생상품화, 과거 우리나라 외환 위기 당시 단기금융회사들의 장·단기 통화 측면의 미스매칭 등 실제로 문제가 되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현상들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과도한 레버리징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과도한 우려는 적어도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케고스 캐피탈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패밀리오피스의 각종 의무나 투자은행의 내외부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의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고, 이러한 규제 강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도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헤지펀드의 부채 문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즉, "지금 시장에 아케고스 캐피탈과 같은 현상이 만연해 있으니, 주식시장은 곧 붕괴될 것이다. 지금 나타난 현상은 탄광 속 카나리아다"는 식의 전망을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부채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늘고 있는 정부 부채와 코로나19를 이유로 늘어난 기업 부채의 만기 연장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각국의 부동산 가격과 이에 관련된 부채도 계속 관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정책 정상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나 자산가격 등에서 당국이 인내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때는 정책 스탠스의 변화도 지금 예상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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