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⑫ 동일본대지진 10년과 전기 표준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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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혁신기업]⑫ 동일본대지진 10년과 전기 표준화 문제
  • 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 승인 2021.04.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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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 미래에셋증권 이사] 10년전 3월 11일 일본 동부해안 70km 떨어진 곳 수심 24km 아래 지점을 진앙으로 하는 진도 9 이상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쓰나미를 발생시켰고 이 쓰나미가 일본 동해안을 덮쳐 1만5천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천명이 실종되었으며 25조엔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발생시켰다. 10년전 세상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동일본대지진이다.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었고 피해규모도 막대했지만, 특히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하고 많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침수되면서 발생했던 방사능 유출 사고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해 외부 전력망이 차단된 상태에서 원자로 냉각을 위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 냉각 기능이 상실되고 치솟은 원자로가 녹아내리며 방사능을 대량 누출했던 사건이다.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사능 누출 문제는 진행중이며, 일본의 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의 전력 문제도 크게 부각된 바 있었는데,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전체의 원자력 발전이 일시에 중단되면서 전력부족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 직후 후쿠시마 원전은 물론 동해안 일대의 모든 원전이 가동중단 상태에 들어가고 화력 발전소 일부도 가동중단 되면서 전력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지진 당시 가동이 중단된 발전소는 후쿠시마 원전 이외에도 화력발전소가 총 11기와 변전소 9기가 가동 중지되었다. 이에 따른 전력 공급차질로 동북지방의 440만가구가 정전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후에도 전력 부족은 지속되어 사고 이후 4월까지 계획정전을 시행하는 등 전력 부족 문제가 이어졌다.

원전사고 때 전력부족이 더 심각했던 이유

반면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에서 벗어나 있었던 일본 서부지방의 경우는 전력 수급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동부지역으로의 송전은 이뤄지지 못했는데 이는 일본의 동부와 서부, 두 지역의 전력 표준(전력 주파수 문제)이 달랐던 데에서 기인한 문제였다.

1896년 도쿄 전등은 아사쿠사 발전소에 독일로부터 50Hz의 3상 발전기를 도입하고 오사카 전등은 사이와이쵸 발전소에 미국의 GE사로부터 60Hz의 발전기를 도입해 각각 발전을 시작했다.

이후 각 지방에서 서로 다른 표준의 전기가 독립적으로 보급되었으나 점차 도쿄와 오사카 중심의 두 가지 표준으로 정리되었고, 현재에도 도쿄, 도호쿠, 홋카이도의 3개 전력회사는 50Hz의 주파수를 가진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고, 간사이를 필두로 주부, 호쿠리쿠, 주고쿠, 시코쿠, 규슈, 오키나와의 서부 7개 전력회사는 60Hz의 전력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 주파수 차이의 문제로 인해 동일본대지진 당시 동부의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파수망을 운용하는 서부의 전력을 동부로 전송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동부지역에서 계획정전을 실시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력망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가 없었던 일본 서부지역은 전력사정에 여유가 있었으나 전략주파수 문제로 동부지역으로 송전할 수 없었다. 사진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로 폐허가 된 후쿠시마 원전 3호기(왼쪽)와 4호기 건물. 사진=연합뉴스

전세계 전력망 역시 주파수 기준으로 50Hz, 60Hz가 혼용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GE가 택했던 60Hz의 주파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과 한국, 대만,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 AEG에서 시작되었던 50Hz의 주파수는 유럽 전역, 중국, 인도와 동남아 대부분, 아프리카 대부분 등에서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부 예외는 존재하나 대체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의 주파수 표준은 동일해 국경을 넘어선 송전이 가능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타국에서의 송전은 물론 지역내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경우에 해당한다.

주파수 문제와 함께 전압 역시 국가별로 다른 표준이 채택되고 있다. 최초로 상업적인 전력망이 구축되었던 미국에서는 에디슨의 직류와 테슬라의 교류가 경합한 이후, 110v의 교류가 표준으로 정착된다.

반면, 미국보다 다소 늦게 전기가 보급되었던 유럽의 경우는 최초 110v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나 19세기말 독일의 베를린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220v가 채택되었고 이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EU의 출범 이후에는 영국의 240v와 통합을 위해 230v를 표준으로 위아래 10%의 허용범위를 채택하면서 표준을 정립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효율 측면에서 우위를 가진 220v의 표준은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부분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최초 110v의 전력망을 채택했던 우리나라의 경우도 1973년부터 220v로의 승압을 추진, 지난 2005년 32년만의 승압을 완료한 바 있다.

표준화는 효율성과 직결

표준의 문제는 효율과 직결된다. 전압, 주파수는 물론 콘센트와 플러그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전기 표준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상태다. 최초 전기 보급 시점부터 130여년이 지나는 동안 굳어진 인프라로 인해 개선의 여지도 크지 않은 상태다.

전기 보급과 상용화가 미국에서 먼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50Hz의 주파수와 220v의 전압 등 유럽 방식이 전세계에 훨씬 더 많은 인구가 사용하고 있는 점은 표준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던 결과이다.

최근 전기자동차 사용이 증가하면서 전기차 충전의 표준 등에서도 국가별, 업체별로 서로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등 사양에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어댑터 등을 통해 대부분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합의된 표준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표준의 문제는 평상시 효율의 문제 뿐 아니라 동일본 대지진의 사례처럼 긴급한 상황의 경우 보다 유연한 대응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인프라의 설치 과정에서의 비용 중복과 사용에서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기술의 채택에는 그에 따르는 표준의 문제가 시급하게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영원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에서 리서치 업무를 시작해 푸르덴셜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했다. 미래에셋증권에 합류한 이후 해외주식 분석업무를 시작, 현재 글로벌 주식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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