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31)영국은 어떻게 홍차의 나라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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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31)영국은 어떻게 홍차의 나라가 됐을까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4.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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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중 하나인 영국
영국, 커피 수입루트 막히자 아시아 '차'로 눈돌려
영 동인도회사가 앞장...이윤 남기기 위해 '홍차' 수입 열올려
최근 런던서 '애프터눈 티' 유행...다시 '홍차의 나라' 재현할까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홍차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영국이고, 영국은 홍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하다. 많은 숫자가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전 세계기준으로 일인당 홍차(차 전체로 봐도 마찬가지다) 음용량 3위가 영국이다. 1위가 터키고 2위는 아일랜드다. 

1961년에는 전 세계기준으로 수출된 차(대부분 홍차다)의 43%를 영국이 수입했다. 이후 2000년까지도 홍차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영국이었다. 물론 현재는 수입량 기준으로 보면 미국, 러시아, 파키스탄에 이어 4위 수준이다. 지난 20년 동안 영국 수입물량도 줄어들었지만 이들 세 나라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난 까닭이다.

2015년 경우 유럽국가들 중 영국의 소비량이 약 11만톤인 반면 2위인 독일이 1만 9000톤, 3위인 프랑스가 1만 5000톤에 불과하다. 영국 홍차 소비량이 유럽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 위에서 보듯이 홍차에 대해서는 정말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커피의 나라' 영국, 뒤늦게 홍차 즐기는 나라로

하지만 차를 처음 유럽에 가져간 나라는 1610년 네덜란드였다. 영국에 차가 처음 소개된 것은 거의 50년 후인 1657년경으로 프랑스의 1639년 보다 도 늦다.  그런데 어떻게 영국은 유럽국가들 중 홍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되었을까?

사실 영국은 커피의 나라였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 초반사이 유럽 국가들은 개척한 여러 식민지들로부터 새로운 상품들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이 무렵 유럽에 소개된 것이 커피, 초콜릿(마시는), 차 등 이었다. 특히 커피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매우 유행했다. 1652년 런던에 첫 번째 커피하우스가 생긴 후 1700년 무렵 런던에는 2~3천개의 커피하우스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영국은 유럽최대 커피소비국이 되었다. 커피보다 늦게 수입된 차도 처음에는 이 커피하우스에서 판매되었다. 

1700년대 영국 런던의 커피하우스 모습. 사진= 구글
1700년대 영국 런던의 커피하우스 모습. 사진= 구글

프랑스와 패권싸움에서 밀려...아시아로 눈돌린 영국 

그런데 어떻게 영국은 커피 대신 홍차를 마시는 나라가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인이 커피보다는 홍차 마실 기회가 더 많았다. 많이 마시다 보니 홍차의 맛과 향에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니 더 많이 마시게 되었고 결국 국민 음료가 된 것이다.

영국은 커피를 지중해 동부지역인 레반트(Levant)에서 수입했다. 레반트는 현재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등이 위치한 지역으로 당시에는 아랍과 에티오피아에서 오는 커피를 중개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 무렵 지중해 지역은 프랑스 세력권 이었다. 

레반트 지역. 지중해 동부지역을 말한다. 사진= 구글
레반트 지역. 지중해 동부지역을 말한다. 사진= 구글

18세기 초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1701~1714년)에서 영국과 프랑스는 적대국으로 싸웠고 이후 영국은 지중해 지역으로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게 되었다. 즉 커피 수입이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반면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서서히 패권을 장악해가면서 아시아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영국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영국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1600년에 설립된 영국동인도회사는 아시아무역을 독점했을 뿐만 아니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아시아 지역에서 영국 정부의 역할을 대신 했다. 흔히 영국이 인도를 200년간 지배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전반기 100년은 동인도회사가 인도를 통치했다. 명목상으로는 한 회사가 인도를 지배한 것이다. 

영국 동인도회사, 이윤 내기 위해 열심히 '홍차' 보급  

그리고 영국동인도회사는 이익을 남기고 또 남겨야만 하는 회사였다. 따라서 레반트에서 커피 수입이 어려워지자 이런 막강한 힘을 이용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에서 차를 수입해 국내에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는 상류층 입맛을 홍차로 전환하고 또 새롭게 성장하는 여유 있는 서민층의 첫 음료가 홍차가 되게끔 유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국인 핏속에 홍차와 궁합이 맞는 어떤 DNA가 있어서 영국인이 홍차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홍차를 많이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지 홍차에 익숙해 진 것 뿐이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함대와 문양. 사진=구글
영국 동인도회사의 함대와 문양. 사진=구글

산업혁명에 가장 먼저 성공한 영국이 기술력과 군사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면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만들고 자신들의 홍차음용관습을 확산시키게 된다. 여기에는 홍차를 판매하고자 하는 상업적 의도도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전 세계적 홍차음용과 그 문화에 미친 영국 영향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홍차를 포함한 차 음용은 증가추세이고 이와 함께 다양한 차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 중 하나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유행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도 유행이지만, 특히 런던은 그야말로 애프터눈 티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국 런던 리츠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구글
영국 런던 리츠호텔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구글

런던을 찾는 외국인은 거의 대부분이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를 경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홍차의 나라 영국은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는 것일까?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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