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미 연준(Fed)이 밝힌 '질서정연함'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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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미 연준(Fed)이 밝힌 '질서정연함'의 의미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1.03.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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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금리 상승에도 크레딧 스프레드 안정적 흐름
MOVE· VIX지수도 안정적...주식시장에 '공포'전이 안돼
파월 의장 중시 '금융여건'도 큰 변동없어..."질서정연"
Fed 국채 매입은 부담돼...언제까지 매입할 순 없어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미국 국채 금리가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금리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미 연준(Fed)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딱히 Fed는 당장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파월 연준의장 "이번 금리동향은 질서정연하다"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금리 상승을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서 “이번 금리 동향은 질서정연하다(And that has been an orderly process)”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질서정연하다(orderly)’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 변수들의 동향이 가지런하다는 의미로, 경제의 건전한 조정자를 자처하는 중앙은행의 시각에서는 균형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은 안정적인 상황을 일컫는다. 당연히 대응이나 개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사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급증하는 국채 물량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는 가운데 통화당국이 이처럼 다분히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 야속할 수 있다. 더구나 금리 급등에 그치지 않고 증시까지 상승세가 꺾일 정도임에도 오히려 '질서정연하다'는 당국의 평가는 부답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필자는 연준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발언이나 행보들은 다분히 계획 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번 역시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나 매뉴얼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반대로 과연 금리 상승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해야 연준이 시장에 개입을 선언하고 행보에 나설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이에 필자는 Fed가 이번 국채 금리 상승을 질서정연하다고 언급했던 배경들로 1) 안정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동향 2) 안정적인 변동성 그리고 3) 완화적인 동향을 유지하고 있는 금융여건(financial condition) 등을 꼽고자 한다.

해당 지표나 변수들은 향후에도 국채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상황이 달라진다면 연준의 대응 역시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첫째, 안정적인 크레딧 스프레드 동향이다.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채권시장의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국채와 함께 채권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크레딧 시장의 여건을 살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시장 내에서는 가격 하락 요인 또는 충격이 발생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크레딧 채권의 금리 구조는 국채 금리에 스프레드로 표현되는 ‘+α’가 가산되는 형태다. 즉 그 근간이 되는 국채 금리의 변화는 크레딧 금리에는 출발점부터 변동 요인이다.

지난 2월 국채 금리 급등 이후 미국 크레딧 채권시장은 대체로 안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월간으로 2월과 3월의 반응은 달랐다. 2월은 상승했던 국채 금리와 달리 크레딧 금리는 역(逆) 주행에 가깝게 하락했고, 3월부터는 크레딧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2월까지는 국채 금리 상승을 신경을 쓰지 않았고, 3월에는 그 여파가 일부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그림1] TB 10년 금리와 회사채 스프레드

자료: 미 재무부, ICE BofA,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자료: 미 재무부, ICE BofA,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안정적인 크레딧 스프레드...시장 충격 '제한' 

그런데 크레딧 채권시장과 관련된 평가 잣대는 절대 금리 수준뿐만 아니라 크레딧 스프레드라는 툴(tool)이 하나가 더 있다. 앞서 언급한 +α를 살피는 것인데, 국채 금리의 상승에도 스프레드가 안정적이거나 축소되는 상황은 국채 금리 상승의 충격이 크레딧 시장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그림1).

이처럼 크레딧 채권시장 동향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비단 채권시장의 한 축이란 의미 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크레딧 동향이 가계나 기업 등의 대출시장(혹은 조달시장)에 상당한 연관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크레딧 채권시장 혹은 축소됐던 크레딧 스프레드 동향을 감안하면 이번 국채 금리 상승기에도 대체로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VIX지수 안정적...주식시장에 공포 '전이'안돼

둘째, 변동성 지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채권시장의 공포감이 다른 금융시장에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는 충격이 다른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공포 경로가 작동한다. 채권시장에서 발생된 공포는 여타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에 대한 공포를 통해 자산시장 전체로 영향을 준다.

지난 2015년 Fed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했을 당시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긴축 공포는 주식 등 다른 시장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위험자산 가격 하락으로 안전자산이 다시 강세를 나타내는 묘한 금융시장 내에서의 선호의 공방전이 발생했다.

[그림2] 2020년 7월 이후 채권과 주식의 변동성 지수

자료: Bloomberg,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자료: Bloomberg, 대신증권 Research Center

다시 최근 상황을 통해 공포의 전파 정도를 확인해 보자. 이번 국채 금리 상승 국면은 당연히 채권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MOVE(The 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Index)의 상승을 동반했다. 하지만 MOVE의 상승에도 채권시장의 공포는 주식시장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MOVE는 급등했지만 주식시장의 공포를 반영하는 VIX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그림2).

변하지 않는 완화적 기류...채권 더 매입中

셋째, 금리 급등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완화적인 금융여건(financial condition)이다. 

금융여건(FC)은 최근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사안이다. 여기서 말하는 금융여건이란 금리와 연관성이 높은 크레딧, 대출, 조달뿐만 아니라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다. 또한 금융여건의 진단은 완화적, 긴축적으로 이뤄지며 집계 기관에 따라 지수의 구성이나 값이 다소 다르다.

파월 의장이 주목하는 금융여건은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도 완화적이다. 최근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완화적 동향에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여전히 자금을 융통하고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운(긴축적인) 상황은 감지되지 않는다.

파월 의장의 금융여건에 대한 언급은 자신들의 역할론에 대한 입장과도 직결된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에서 자금 경색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자신들의 현재 가장 중요한 책무이며, 만일 이번 국채 금리 상승이 금융여건 악화로 나타난다면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구도를 시사한 것이다.

Fed의 반전...오히려 채권 매입 늘려

그리고 당연했던(?) 반전, Fed는 꾸준히 채권 매입을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필자는 국채 금리의 상승에도 Fed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주목했다. 향후 금리 상승이나 변동성 분출 국면에서 Fed의 적극적인 대응이나 행동 변화를 유발할 요인으로 다른 시장으로 금리 충격이 확산되거나 금융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Fed는 이처럼 직접 명시적인 입장을 표하지 않고도 여전히 적극적인 채권 매입을 통해 금리 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는 급증하는 정부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Fed가 대차대조표 확대를 꾸준히 지속하는 사실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현재 채권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이슈는 국채 물량이다. 수급 이슈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당연히 예견된 변수이긴 하나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채권시장이 사전적으로 충격의 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

2020년 부채 증가 속도가 단기에 가팔랐던 코로나19 직후를 제외하고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공공부채 잔액은 주당 평균 376억달러가 늘었다(국채 등 부채 순증 물량 의미). 현재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 미국의 공공부채는 지금보다 1.5조달러 증가한다.

Fed 언제까지 국채 매입 늘릴까...부담 커져 

이처럼 급증하는 공공부채에 Fed의 대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미국의 공공부채 대비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 비중(Fed의 공공부채 분담률)은 35.2%(3월 주차 기준)에 이른다. 지금의 매입 속도라면 현재 7.69조달러인 연준의 총자산은 9월에 8조달러를 넘는다. 3월 FOMC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채권 매입 규모의 확대와 같은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으나, 실제로는 꾸준히 자산을 매입하고 있었다.

문제는 공공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이다. 동시에 현재 Fed가 감당하고 있는 공공부채 대비 총자산 비중은 지금도 ‘역대급’이다. 추후에도 Fed의 매입은 지속될 수 있겠으나, 비대해진 대차대조표에 대한 부담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명확한 선언이나 발표보다는 이처럼 조용한 대응으로 Fed가 정책 행보를 정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자칫 적극적인 채권 매입이 알려지면 경제 주체들에게 섣불리 인플레이션 기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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