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쿠팡이츠, 배민 제치고 강남 사로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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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쿠팡이츠, 배민 제치고 강남 사로잡은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30 17: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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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강점 ‘단건 배달’, 배달속도 최대 50% 줄여
긴장한 배민, 단건 배달 맞불에 신규 서비스 확대
길 헤매고, 음식 흔들려…쿠팡이츠 라이더 전문성 비판도
쿠팡이츠는 라이더 1명이 1건의 배달 만을 수행하는 단건 배달을 앞세워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츠는 라이더 1명이 1건의 배달 만을 수행하는 단건 배달을 앞세워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이츠가 대세가 돼가는 분위기다”, “쿠팡이츠가 너무 커지고 있어서 안 쓸 수가 없다.” 모두 서울 강남에서 요식업을 하고 있는 업주들의 이야기다. 

쿠팡이츠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서울 배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 격전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 등에서는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쿠팡이츠 점유율이 전체 주문의 50%를 넘길 때가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쿠팡이츠의 추격세는 배달 앱 전체 시장점유율에서도 두드러진다. 30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해 하루 평균 모바일 기기 4000만개의 데이터 20억 건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7.1%에 불과했던 쿠팡이츠는 지난 2월 18.7%까지 올라왔다. 5개월 사이 2배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뉴욕증시(NYSE) 상장으로 5조 원이란 실탄을 확보한 쿠팡이 1~2년 사이에 배민을 말 그대로 집어 삼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세에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제공=쿠팡이츠
쿠팡이츠의 가파른 성장세에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제공=쿠팡이츠

쿠팡, ‘단건 배달’로 서울 포섭 중…올해 전국구 확대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민이 탄생 10주년을 맞은 가운데, 쿠팡이츠는 2019년 5월 국내 배달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010년 탄생한 배민과는 무려 9년이라는 차이가 난다. 

배달앱은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특정 플랫폼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참여자가 많은 플랫폼은 계속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그 안에 있는 소비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는 형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무서운 이유는 뭘까. 바로 쿠팡이츠가 지속적으로 밀고 있는 ‘단건 배달’ 서비스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쿠팡이츠 라이더(쿠리어)들이 음식 배달 시 다른 집을 들리지 않고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기 때문에 최소시간 안에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배민은 배달음식 3~5건을 묶음 배달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은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배민의 경우 고객들이 상품을 받아보기까지 평균 60분 안팎이 소요되지만 쿠팡이츠에서는 평균 20~30분 내외면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타 서비스 대비 배달 시간을 약 50% 단축했다. 

속도가 빠르다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가게에서 막 만든 음식을 집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이는 곧바로 사용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쿠팡이츠의 하루 평균 주문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46만235명으로, 지난해 1월(2만9869명)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 

경쟁업체들과의 격차 속도도 빠르게 줄어드는 중이다. 쿠팡이츠의 지난달 사용자수는 391만 명으로 배민 1728만 명, 요기요 697만 명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론칭 초기 쿠팡이츠 사용자는 배민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8분의 1, 최근엔 4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 

가입업소 수도 늘었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 약 10년 만에 전국 25만 업주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쿠팡이츠는 2년도 안 된 현재 12만 업주가 가입했다. 쿠팡이츠가 이달 호남 지역, 내달 중 강원도와 제주도까지 서비스 지역을 늘리게 되면 입점 가게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공세에 지난 1월부터 강남 지역을 대상으로 단건 배달만 수행하는 ‘번쩍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공세에 지난 1월부터 강남 지역을 대상으로 단건 배달만 수행하는 ‘번쩍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긴장한’ 배민, 단건 배달 시범 운영에 라이더도 늘린다

쿠팡이츠의 공세에 배민 역시 단건 배달 맞불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배민은 지난 1월부터 강남 지역을 대상으로 단건 배달만 수행하는 ‘번쩍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번쩍 배달의 경우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를 최대 1만5000원까지 올리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매출 1조 원에 거래액 15조 원을 넘어서며 시장 개척 11년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했을 만큼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음에도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심상찮다는 판단에서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계속 확대된다면 배민의 기존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안 좋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쿠팡이츠의 치타배달(2~30분 만에 배달)을 이용한 고객들은 “배달 음식 기다리다가 지칠 틈이 없다”, “너무 빨리 배달되니까 ‘벌써?’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호평했다. 

다만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 보다 재무적 출혈이 훨씬 크다. 현재 쿠팡이츠는 입점 가게와 계약할 때 수수료를 ‘음식 값의 15%(중개 수수료)+3.3%(결제 수수료)+6000원(배달비)’으로 정하고 있으나 프로모션을 적용으로 해당 수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업체를 최대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다. 이는 쿠팡을 성장시키기 위해 ‘계획된 적자’를 감내했던 것과 같은 전략이다. 

또 배민은 라이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민 커넥트(일반인 라이더)’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6일 배민 커넥트를 위한 자사 배달앱 ‘배민배달앱(가제)’을 출시한다.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국별미’ 서비스로 전국 각지의 신선한 먹거리를 산지 직송으로 전달해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배달 로봇 상용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손잡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선보이긴 힘들 수 있지만 로봇이 고객의 집 앞까지 가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로봇으로 배달할 수 있게 되면 점주·소비자·라이더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의 배달원 '쿠팡이츠 파트너'가 배달의민족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쿠팡이츠의 배달원 '쿠팡이츠 파트너'가 배달의민족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쿠팡

프리랜서형 파트너에 의존…전문성 부족 문제

쿠팡이츠는 생각대로·부릉·띵동 등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주로 배달하는 배민, 요기요와 달리 개인 프리랜서형 배달 파트너인 ‘쿠팡이츠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배민에 비해 배달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쿠팡이츠의 약점이다. 

이 같은 단점은 동호수를 찾기 어려운 아파트나, 빽빽하게 들어선 주택단지 등 복잡한 구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배달원이 빠르게 도착해놓고도 집을 찾지 못해 뺑뺑 돌아 음식이 식기 일쑤다. 또한 음식이 흔들리지 않도록 들고 가야 함에도 이를 모르고 마구잡이로 들어 항의전화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쿠팡이츠가 최소 배달 수수료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춘 점도 쿠팡이츠의 치타배달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막고 있는 주요인이다. 

라이더들은 묶음배송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소 배달료까지 낮아지자 멀리 갈수록 배달비가 높아지는 원거리 주문만 배달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기본단가 2500원으로 내려가고 나서 배차가 너무 안된다"며 "지난 2일부로 배달 기사 단가가 내려가서 개인적으로 파업하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쿠팡이츠 배달원은 전업이 아닌 일반인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사들이 쉽게 취소하고 더 비싼 콜로 넘어간다"며 "배달원 입장에서는 배달 기본단가도 내리고 거리할증료도 내리니 주문을 기다릴 수가 없어 바로 취소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이츠 관계자는 “기본 배달비를 낮췄다기보다 (범위를) 25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넓히고 먼 거리별 할증을 최대 1만원까지 추가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원거리 배달 기피 사례가 많아 배달비를 기본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으로 구성하고, 원거리 배달 보상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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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린 2021-03-31 12:29:36
배다트 네이버카페에서 보고왓어요
배달하시는분들도 마니힘듭니다
상생의길을 같이 찾앗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