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혼란 지속… 시중은행 대출·AI서비스 속속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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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혼란 지속… 시중은행 대출·AI서비스 속속 중단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3.30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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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도 대면 대신 비대면 앱으로 가입 권유
모바일 웹·앱에서 일부 대출서비스 중단
키오스크 서비스도 제한 후 순차적으로 재개 예정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통장을 신규 개설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통장을 신규 개설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5일이 지났음에도 현장에선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한데다 실제 현장에서 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금소법 1호 위반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실정이다. 

30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방문해 펀드 가입안내를 요청하자 "대면으로 진행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앱으로 가입을 도와드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대면은 1시간 이상 걸리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금소법 시행 이후 예·적금, 펀드 가입 시간이 길어졌다"며 "상품 가입에 걸리는 시간을 안내하거나 앱을 통한 비대면 개설을 추천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시중은행, 금소법 대비해 일부 대출상품·서비스 중단

은행들은 금소법 시행에 맞춰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 정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 통장을 신규 개설하는 서비스를 내달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통장을 신규 개설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사진=오피니언뉴스

또 국민은행은 25일부터 리브 앱에서만 가능했던 대출상품인 'KB 리브 간편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이 상품은 최대 한도 300만원의 무보증 소액 신용대출 상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으로 대출 신청인에게 약정서를 메일로 발송해야 하는데 리브 앱에는 해당 기능이 없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한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리브 간편대출을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대신 모바일 앱에서 KB스마트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25일부터 웹에서 ▲신한 마이카대출 ▲소호 CSS 사이버론(개인사업자 인터넷 기업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서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준수를 위해 인터넷뱅킹 전산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한시적으로 일부 상품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이는 인터넷뱅킹 한정이고 모바일과 영업점에서는 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유어스마트라운지(YSL) 키오스크 이용도 9월 25일까지 중단한다. 제공이 중단되는 서비스는 입출금통장 신규와 예적금 신규·해지, 청약 신규, 예금담보대출 신규·연기 등이다. 신한은행은 거점 점포에 모두 37대의 유어스마트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점에 금소법 시행으로 인한 상담 지연 안내문을 부착했다. 사진=오피니언뉴스

앞서 시중은행들은 대부분의 키오스크에서 신규 상품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우리은행 역시 금소법 시행에 따라 스마트 키오스크에서의 예금·펀드 신규 판매, 신용카드 신규 발급 등의 기능을 중단했다. 해당 기능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스마트 키오스크 40대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도 딥러닝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오는 5월 9일까지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하나은행은 또 하나원큐 앱과 모바일 웹에서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판매 중단된 상품은 'HANA온라인사장님 신용대출'과 '플러스 모바일 보증부 대출'이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마련했지만 '땜질' 비판도

금융위원회는 금소법 시행 전날인 24일이 되어서야 시행세칙을 발표했다. 이후 금소법 시행 당일 은행 창구에서 상품에 대한 판매직원의 상세한 설명, 엄격해진 투자자성향 평가 등으로 은행과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자 29일 추가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은 금융상품 추천 단계에서 고객이 전문금융소비자(금융회사 등)이 아닌 일반금융소비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의 적합성 평가는 경우에 따라 간소화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원한다 해도 부적합한 상품은 권유할 수 없다. 

금융상품 설명 단계에서는 신규 계약·소비자 요청 시 설명의무가 발생하며, 설명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설명서를 반드시 구두로 읽을 필요는 없으며 동영상 등을 활용해도 된다. 다만 설명내용을 소비자가 이해했음을 반드시 확인받아야 한다. 

아울러 금융상품 계약 단계에서는 계약서를 제공하되 꼭 종이로 출력할 필요는 없다. 서면, 우편, 문자메시지, 전자문서 다운로드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또한 계약에 대한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대출성·보장성 상품은 원칙을 적용하되 일부 예외를 허용하며, 예금성 상품은 허용되지 않고 투자성 상품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위법계약해지권 역시 원금을 보장하는 권리가 아니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계속적 계약으로 해지 시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은 원칙적으로 모두 적용되며, 위법계약 해지의 효과는 '해지시점' 이후부터다. 

따라서 해지 전까지 계약에 따른 서비스와 관련된 비용(대출 이자, 카드 연회비, 펀드 수수료·보수, 투자손실, 위험보험료 등)은 계약해지 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조속한 시일 내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업권과 함께 가이드라인 마련, 전산시스템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속도감있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러한 추가 조치가 섣부른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다만 금소법의 시행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소법은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하긴 해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현재의 어려움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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