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롯데家 시즌2 개막…'반등' 나선 신동빈·'능력 검증' 오른 신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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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롯데家 시즌2 개막…'반등' 나선 신동빈·'능력 검증' 오른 신동원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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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신춘호 회장 별세…첫째 故신격호 이어 세 번째
신동빈 롯데 회장, 턴어라운드 위해 인사 단행·신사업 진출
신동원 농심 부회장, 실적호조 이어가야 하는 부담
지난해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데 이어 지난 27일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별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사진제공=각 사
지난해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데 이어 지난 27일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별세하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이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지난해 1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한데 이어 1년2개월만인 지난 27일 신 회장의 둘째 동생이자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별세했다. 범롯데가(家) 1세대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2세들이 경영권 전면에 등장하게 됐다. 

신격호 회장은 5남 5녀의 첫째로, 1948년 일본에서 롯데그룹의 근간인 껌 제조사 (주)롯데를 세웠다. 신춘호 회장은 형을 도와 일본 롯데 부사장과 이사를 지냈으며, 둘째 고 신철호 전 롯데 사장은 한국롯데를 세웠다. 넷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 회장은 롯데리아를, 다섯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이처럼 국내 유통산업의 기틀을 닦은 롯데가의 창업 1세대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되면서 그 아들들이 경영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특히 4남 신선호 회장은 일본이 사업의 주 무대인 점, 5형제 중 막내 신준호 회장의 푸르밀은 비상장사에 사업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다는 점을 견주어볼 때 롯데와 농심의 2세대 경영인들은 부친의 성공신화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한·일 롯데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은 지난해 주력인 유통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대대적인 점포정리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례 없는 위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고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형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신격호 회장이 후계자로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목한 유언장이 나오면서 ‘형제의 난’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후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단일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면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정점에 올라선 동시에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할을 온전하게 계승하게 됐다. 당시 신 회장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사업의 주축인 유통 부문이 휘청거리면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난해 롯데쇼핑 매출은 16조1843억 원으로, 2016년 29조5262억 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영업이익 역시 3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애초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부터 시작해 경영비리 재판 및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오너 부재, 중국의 경제 보복, 일본불매운동 등 근 6년간 내·외부적으로 숱한 위기를 겪었다. 특히 롯데는 한한령으로 약 3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여기에 2년간 3조 원을 쏟아 부어 만든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ON)’이 코로나19로 촉발된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서 위기가 더욱 커졌다. 

20년 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을 선보였을 정도로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순혈주의’에 따른 혁신성 저해와 앱의 매력도 부족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쇄신’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롯데쇼핑의 부실 점포를 도려내기 위해 롯데마트·롯데슈퍼 등 계열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 중이고, 롯데자산개발과 하이마트, 롯데호텔 등은 임직원 희망퇴직이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롯데온 부진의 책임을 물어 조영제 전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을 경질했고,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새 대표로 앉혔다. 사실상 1년도 채 되지 않은 사업임에도 서둘러 대표를 바꾸겠다고 공식 천명한 것은 그만큼 롯데온의 위기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열린 2021년 정기인사를 통해 13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2019년 22개 계열사 대표가 바뀐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약 60%의 계열사 대표가 물갈이됐다. 신동빈 회장이 100% 자신만의 구상으로 단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는 누구보다 롯데의 위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밖에도 롯데그룹은 설립 이래 첫 바이오사업에 진출을 검토 중이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 26일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바이오 사업 진출, 스마트 모빌리티,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 신규 사업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1월 신 회장이 롯데가 처한 위기에 대해 자문을 구하고자 직접 외부 경영학계 인사들을 찾았고, 여기서 ‘미래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들었다는 후문은 롯데가 왜 바이오 사업 진출을 고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농심은 올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사업 확장과 국내 건강기능식품 분야 강화를 투 트랙 전략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농심
농심은 올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 사업 확장과 국내 건강기능식품 분야 강화를 투 트랙 전략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농심

‘역기저 효과 우려’ 신동원 농심 부회장, 올해 실적 고민 깊어

‘라면왕’으로 불린 고 신춘호 회장은 라면 사업을 반대하던 맏형 신 명예회장과 독립한 후 1965년 라면 업체 롯데공업을 세웠다. 이후 ‘농심’으로 사명을 바꾸고, 신라면, 짜파게티 등 글로벌 제품을 탄생시켰다. 

그는 56년간 농심을 이끌며 국내 1위, 세계 5위 라면 업체로 키워냈다. 신춘호 회장이 직접 만든 신라면은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한 농심 대표주자로, 한국의 경제 위상이 낮았던 시절 ‘한국은 몰라도 신라면은 안다’는 말까지 만들어냈을 정도다. 그 사이 농심은 초기자본금 500만 원에서 연매출 2조 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농심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라면 수요가 급증했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효과까지 더해져 라면 매출이 2조86397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4% 증가했고, 순이익은 1490억 원으로 109.7% 늘었다. 

라면으로만 매출 2조 원이 넘은 것은 처음으로, 이는 농심 전체 매출의 79.0%에 달한다. 농심 측은 “라면 사업은 수요가 안정적인 시장이며 코로나19 및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춘호 회장은 지난 25일 농심 주총에서 사상 최대 실적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농심을 이끌게 됐다. 신 부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바통을 이어받기로 정해져 ‘형제의 난’과 같은 경영권 다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 최대 주주 농심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신동원 부회장 지분율이 42.92%로 최대 주주 자리에 있고,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의 보유 지분 13.18%와 격차가 크다. 삼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이 없다. 

율촌화학은 농심홀딩스가 지분 31.94%의 최대주주이고, 신동윤 부회장이 13.93%, 고 신춘호 회장이 13.5%를 가지고 있다. 신동윤 부회장이 고인의 지분을 넘겨받고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지분(31.94%)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지분(13.18%)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리 없이 농심을 이끌게 된 신 부회장은 다만 올해도 지난해 실적에 따른 기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 코로나19 특수에 따른 역기저 효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식료품의 사재기 수요가 컸지만 올해는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7% 줄어든 1193억 원”으로 예상했다. 

라면의 원재료인 곡물, 유지류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라면 가격은 끊임없이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민감한 제품인 만큼, 어떤 식으로 극복해야 할지도 신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라면 값이 유지되면 농심 수익성이 악화하고, 그러면 작년만큼의 실적을 거두기 힘들 수 있다. 

신 부회장은 ‘해외 사업 확장’과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야 강화’를 투 트랙 전략으로 펼칠 예정이다. 고 신춘호 회장이 마지막까지 임직원에게 당부한 메시지도 "세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였다. 

국내에서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대체육 등 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주총을 통해 “신사업은 건기식이 유력하다”며 “콜라겐 제품은 성공적으로 출시한 상황이고, 지난해 선보인 대체육은 올해 제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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