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속 '3인 각자대표' 구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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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속 '3인 각자대표' 구축한 이유는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3.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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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윤열현·편정범 대표이사 각자대표 3인 체제 출범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 집중… 그룹 신사업 발굴·디지털화는 계속 추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 간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 분쟁을 빚고 있는 교보생명이 3인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했다.

업계에서는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이 풋옵션 분쟁에 집중하는 사이 그룹 성장동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보생명은 29일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하며 각자대표 3인 체제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3인 경영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전략기획·경영지원·보험사업 삼두체제 개편…"양손잡이 경영" 강조

교보생명은 앞으로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과 윤열현 대표이사 사장,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이 함께 경영을 이끌게 된다.

신 회장은 중장기 기업전략을 그리는 전략기획 업무를, 윤 사장은 경영지원·대외협력담당을 맡아 자산운용과 경영지원을 총괄한다. 

편 사장은 보험사업담당을 새롭게 맡아 보험사업과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3인의 대표이사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험사업, 자산운용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디지털과 신사업 분야에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신 회장이 이전부터 쭉 강조해오던 '양손잡이 경영'과도 맞물린다. 신 회장은 "한 손에는 기존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손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해온 바 있다. 

(왼쪽부터)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과 윤열현 대표이사 사장,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교보생명

신 회장, 풋옵션 분쟁에 주력… 전문가 영입으로 실적 개선 기대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2019년 2인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약 1년만에 다시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한 것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 신 회장은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 가격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식을 되사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IPO가 지연되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1주당 40만9000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회장은 어피너티의 가격산정이 터무니없다며 주당 20만원 내외가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어피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신 회장은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할 때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평가 기준일을 고의로 어피너티에 유리하게 적용했다며 지난해 4월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 소속 법인 관계자를 허위 보고 등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ICC 중재재판은 단심제로 운영되며 일반적으로 청문 후 최종 결정까지 6개월 가량이 걸린다. 결과는 9월경 나올 예정이다.

만일 ICC 중재법정이 신청인 어피너티의 손을 들어준다면 신 회장은 소장한 교보생명 지분(33.78%) 중 일부를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풋옵션 청구 규모가 2조원이 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적도 3인대표 체제 개편의 주요 요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382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손보사 빅 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적이 전년대비 각각 29.5%, 71.8%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풋옵션 분쟁으로 바쁜 상황에서 놓칠 수 있는 현안들을 챙기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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