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수에즈 운하 이제 뚫리나...전세계 공급망 우려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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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수에즈 운하 이제 뚫리나...전세계 공급망 우려는 여전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29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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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정상화까지 최소 3~5일 예상...공급차질 불가피
기업들 비용 증가...소비자 가격에 전가될수도
수에즈 운하에서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면서 전세계 공급망 타격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일부 부양작업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상적인 통행이 가능한 시점은 알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수에즈 운하에서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면서 전세계 공급망 타격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일부 부양작업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상적인 통행이 가능한 시점은 알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하필 지금..." 분석가들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수에즈 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좌초되면서 뱃길이 막히자 전세계 공급망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지속되는 인양작업 끝에 에버기븐호의 부양 작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여전히 정상적으로 통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공급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공급망의 충격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기업들의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부터 텍사스 한파·르네사스 화재...공급망 악재 첩첩산중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한 직후부터다. 

코로나19는 전세계 주요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로 인해 주요 부품이 부족해지자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아졌다.

집에 머물던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한 전례없는 수요를 이끌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재고 부족에 직면했다.

이같은 상황이 해결되기도 전에 미국 텍사스에 불어닥친 이례적인 한파는 텍사스주의 석유 시설과 반도체 공장들의 가동을 멈추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일본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일레그로닉스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생산라인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첩첩산중 속에서 수에즈 운하의 사고까지 더해지자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만일 다른 시기에 수에즈 운하 사고가 발생했더라면 관심은 덜 끌었을 것"이라며 "수에즈 운하 사고는 이미 파괴된 공급망들에 더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운송 수단이 막혀 버리면서 전세계 공급망들이 전면적인 위기에 더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사이를 잇는 동서양의 지름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는 전세계 해상 무역의 13%와, 해상 석유 수송의 약 10%를 차지한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 중 하나인 에버기븐호는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에서 좌초됐다. 이후 지속적인 인양 작업 끝에 28일 일부 부양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해상 서비스 제공업체인 인치케이프를 인용해 "에버기븐호를 수에즈 운하에 일부 다시 띄우는데 성공했다"며 "하지만 수에즈 운하 통행 복귀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행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운하를 통과하려고 대기하던 배들이 적지 않아 며칠간은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하 데이터 제공업체인 레스에이전시에 따르면, 현재 양쪽 입구에서 약 327척의 선박이 대기하고 있으며, 40척 이상이 운하 내부의 거대한 수역에서 대기중이다. 

WSJ은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는 한 임원은 운하가 다시 개통된다 하더라도 밀린 물량을 처리하는데 최소 하루에서 사흘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며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운영하는 이들은 정상화까지 최소 5일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비용증가 불가피...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도

정상적으로 운항하기까지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비용 또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선박들은 에버기븐호 인양 작업을 주시하면서 항공이나 대체 공급업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블루욘더는 "일부 유통업체와 소비재업체, 제조업체들은 운송 지연이 그들의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보면서 항공편 혹은 대체 공급업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최소한의 항공편을 통해 부품을 운송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포함한 많은 컨테이너선들은 수에즈 운하의 통행에 차질이 발생하자 아프리카 희망봉 노선으로 항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유럽 지역으로의 도착이 지연될 수 있으며, 이는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CNN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노선의 차질은 공급부족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지연으로 인해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거나, 더 긴 노선으로의 전환 혹은 항공편으로의 전환 등은 기업의 비용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용 증가는 소비자 가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S&P글로벌 판지바의 크리스 로저스 분석가는 "현재 비용의 많은 부분이 공급망 문제 속에 있다"며 "이것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C.H.로빈슨의 로버트 비스터펠드 CEO는 "기업들은 극심한 부품 부족 속에서 항공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들의 비용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머지 않아 소비자들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현재 월가가 가장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CNN은 이를 전하며 "기업들의 비용 지출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며 "물가 상승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은 월가에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그레고리 다코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해 운송비가 더 오를 수 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수는 있지만, 그 폭은 미미할 것"이라며 "그것은 세계 경제를 파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스텐 슬록 역시 "매크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는 공급망에서 일시적으로 뒤틀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 공급망 재검토 계기 될 듯

이번 수에즈 운하에 따른 공급차질 영향이 단기적인 이슈에 그친다 하더라도 많은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WP는 "수에즈 운하 사고는 전세계 기업들에게도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여파를 1년간 겪은 후 수에즈 운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전세계 경영자들은 기존의 비용절감에 중점을 뒀던 생산전략을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재고를 두지 않고 공정에 맞춰 부품을 공급받는 '적시생산방식(JIT)'을 택하고 있다.

적시생산방식은 비용적인 면에서 더 많은 이익으로 연결되지만, 코로나19나 이번 수에즈 운하 사고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을 아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

그러나 재고를 쌓아두는 것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에 직면해있다는 것이 WP의 설명이다.

한 제조업체 경영진은 "우리는 공급망 중단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 재고를 늘리고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너무 많이 재고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WP는 이를 전하며 "수에즈 운하의 사고는 특정 기업들에게는 값비싼 골칫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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