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새 수장은 이베이 출신…이커머스 성장 위해 순혈주의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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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새 수장은 이베이 출신…이커머스 성장 위해 순혈주의 깬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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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호 이베이코리아 본부장 내정
처음으로 마트사업부 대표 사내이사로 선임
롯데온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시킬 것”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이끌 새 수장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내정됐다. 사진제공=롯데쇼핑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이끌 새 수장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내정됐다. 사진제공=롯데쇼핑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롯데쇼핑이 수장 교체라는 이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하고, 외부전문가 영입으로 ‘순혈주의’를 깨는 등 파격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3조 원을 투입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인 이커머스 사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을 이끌 새 수장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 내정됐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이 롯데온 사업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지 한 달이 지난 후로, 롯데쇼핑은 그간 이커머스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외부 인사들을 물색해왔다.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신임 나영호 대표, '흑자 DNA' 이식할까

업계는 이베이코리아 만의 흑자 경영을 롯데온에도 접목시키고자 나영호 본부장을 스카웃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2005년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한 이래 16년간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 중 거의 유일하다. 

나영호 본부장은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 설립부터 전략, 마케팅 등을 담당하며 롯데쇼핑의 첫 온라인 플랫폼 탄생에 기여한 바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차그룹, 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 이베이코리아 G마켓에서 이커머스 사업 경력을 쌓았다. 

특히 나 본부장은 이베이코리아의 간편결제 시스템 ‘스마일페이’ 사업을 이끌었으며, 현대카드와 함께 선보인 전용 신용카드 ‘스마일카드’ 사업도 주도했다. ‘IT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충성 고객을 늘리는 데 공헌한 인물이라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베이 출신 나영호 대표가 롯데온을 이끌게 되면서,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롯데쇼핑이 20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이커머스 자체 역량과 이베이코리아의 노하우를 접목시켜서 롯데온을 살리고 ‘신(新) 롯데닷컴’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나 본부장은 외부 전문가지만 롯데 출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롯데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강점을 잘 이해할 인물로 평가된다.

롯데쇼핑은 지난 23일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사진)를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강성현 마트 대표, 롯데쇼핑 사내이사에 등재된 이유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3일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를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했다. 

롯데쇼핑 할인점 사업부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롯데쇼핑 이사진은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지주사 임원이나 호텔롯데 등 법인 대표이사, 매출 기여도가 가장 큰 백화점사업부 대표만 사내이사에 발탁돼 왔다.  

더군다나 1970년생이라는 ‘젊은 피’를 사내이사로 선정한 점, 강 대표가 ‘롯데맨’이 아닌 외부수혈 인력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롯데는 유독 공채 출신을 우대하고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대부분 근속연수만 30년이 넘는 로열티 있는 인물들이 임원으로 포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이 강성현 대표를 이사진에 올린 이유는 롯데가 백화점 중심으로 사업을 펼쳤던 것에서 벗어나 마트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롯데온을 키우기 위해서는 롯데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그로서리(식료품) 강화가 필수적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 그로서리 상품을 강화해 트래픽과 충성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며 “마트, 슈퍼 상품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롯데마트의 부실 오프라인 점포 115곳을 정리하고, 롭스 사업부문을 해체해 마트에 흡수시키는 등 군살 빼기 과정을 진행하는 것도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롯데마트는 현재 온라인 배송 수요와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 기존 매장을 물류기지화로 바꾸고 있다. 온라인 주문 30분 안에 점포 내 상품을 담고 포장하는 전 과정을 자동화한 ‘스마트스토어’는 올해 안에 12개 롯데마트 점포에 적용된다.

매장 일부를 온라인 배송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해 매장 영업과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세미 다크 스토어’ 역시 올해 29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전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마트의 힘을 키워 이커머스와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힘이 상당히 약하다”며 “롯데는 보수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외부 인력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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