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왕국 사우디] 이슬람의 장례식: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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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왕국 사우디] 이슬람의 장례식: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 승인 2021.03.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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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또다른 시작" 믿음속...'매장'을 철칙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수장시킨 것, 무슬림들 분노 촉발시켜
시신 옮기고 매장하는 문화, 우리 전통방법과 비슷...간소하게
국왕의 묘지에 표시석 하나뿐..."죽음 앞에 모두가 평등"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필자가 거주하는 주소지 구역은 ferdaws라고 불리는 곳인데 처음 이 이름을 접하고 영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영 감이 안잡히지 않았다. 이 이름은 아랍어 발음으로 '페르도스', 영어 Paradise 의 어원이다. 아랍어로 '낙원'이라는 말이다.   

'무슬림은 반드시 매장'이 원칙

필자가 다니는 대학교 계정 메일로 가끔 받아보는 교직원 부고소식은 항상 "rest his soul in heavenly peace in Jannat Al-Ferdaws (Aameen)", 번역하자면 "망자의 영혼이 잔나 알 페르도스에서 평안할 것을 기원하며"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사우디에 지내며 아직까지 장례식에 참여해본 적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죽는다는 절대적인 명제앞에 이슬람종교의 기원이자 중심지인 이곳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떠나보내는지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이슬람에서 죽음은 '저승(잔나 알 페르도스)'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죽음은 종말이 아닌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며, 고통보다는 기쁨과 물질에서 자유로워지는 고차원적 세계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육체는 비록 흙에서 사라지지만 영혼은 상당기간 육체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육체의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이슬람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매장(埋葬)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몇해전 9.11테러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받아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저격을 받아 사망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사체를 미군이 바다에 수장(水葬) 시킨 일이 있었는데, 사우디 출신이며 독실한 무슬림이었던 그의 사체를 매장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거센 저항과 불만이 있었다. 당시에 이라크의 종교학자 압둘 사타르 자나비는 "무슬림의 주검을 바다에 던진 것은 거의 범죄행위"라며 "무슬림을 자극 할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비무슬림의 경우 사우디땅에 매장되는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비(非)무슬림을 위한 외국인 매장지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망자를 대부분 고국으로 이송하는 편이라고 한다. 십수년전 홀로 생활하던 미국인 교수가 숙소에서 갑작스레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의 가족들이 사체 인수를 거부하는 바람에 옆나라인 바레인으로 이송해 그곳에서 화장으로 마무리했다고 한다.

매장 준비를 위해 매장지를 파고있는 사람들. 사진=구글
매장 준비를 위해 매장지를 파고있는 사람들. 사진=구글

24시간내 매장...신속하고 엄숙하게, 그리고 간소하게  

이슬람의 장례는 사망하자마자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는데 보통 사망후 24시간이내에 매장을 한다. 장례식에서 매장까지 엄숙하면서도 간소하게 진행된다. 매장시 관을 사용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관이 없는 상태에서 그가 평소에 입던 옷을 그대로 입히고 몸전체를 천으로 말아 간단하게 줄로 여며 놓은 형태로 매장을 한다.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인지한 경우에 "الوضوء‎ al-wuḍu(우두)"라는 세정의식(기도전 손, 발, 입속, 코 속, 팔, 머리카락 부위를 물로 씩어내는 행위)후 머리를 메카로 향한뒤 "샤하다"라는 이슬람 신앙고백을 낭송한다. 본인이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대신해서 "샤하다"를 낭송해 들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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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서거한 압둘라 국왕의 소박한 염. 사진= 구글

그가 마지막 숨을 멈추면 머리를 메카로 향하게 한 다음 눈과 입을 다물게 한 후 손과 발을 묽어 가족이나 장의사가 염(殮)을 한다. 솜으로 입, 코, 귀 등을 막고 하얀색이나 푸른색 천으로 여려겹 둘려 싸는 염은 우리와도 비슷한다. 이렇게 매장준비가 끝난다. 매장지로 옮기는 모습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지와 이웃이 상여를 메듯 한폭의 천에 쌓인 시신을 들것에 뉘여 어께에 메고 가까운 모스크에서 장례예배를 진행한다. 장지에 도착해서 매장하는 모든 과정은 모두 낮시간에 진행된다. 

매장은 비교적 깊게판 묘실에 주검의 머리가 메카롤 향하도록 한 후 주검위에 커다란 석판으로 덮는 식으로 진행된다. 묘지는 봉분을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묘지에는 표석이나 비문도 없는 편이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묘지위의 흙을 만지며 고인과의 작별을 한다. 

압둘라 국왕의 소박한 묘. 사람들이 흙을 만지며 국왕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사진= 구글
압둘라 국왕의 소박한 묘. 사람들이 흙을 만지며 국왕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사진= 구글

국왕이 죽어도 달랑 '표시석 하나'뿐...'죽음 앞엔 평등'

지난 2015년 1월 현 사우디왕의 형인 압둘라국왕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슬람의 종주국이자, 종교적 지도자격인 사우디 왕의 장례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사우디를 호령하던 생전 모습과 달리 그는 작으마한 표시석이 전부인 소박한 무덤으로 돌아갔다. 한국에 유적으로 남아 있는 수많은 왕들의 무덤이나 중국에 있는 진시황의 무덤에 있던 병마용 등을 생각하면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죽음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슬람의 신앙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20년초 시작된 covid 19는 이곳 사우디에서도 지금까지 약 66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매일 10명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니 인구가 한국의 절반 수준인 사우디에서는 말그대로 전국이 애도와 애통의 시간이었다. 도심외곽이 있는 공동묘지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장례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반적은 공동묘지. 사진= 구글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반적인 공동묘지. 사진= 구글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中에 있는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한번은 사람을 저편으로 보내야 하며 자신 또한 언젠가는 이곳 생활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래에 묻고 눈물 훔칠 새도 없이 남아있는 식솔들을 위해 척박한 사막 가운데서 버텨내야 했던 모든 사우디인들의 신앙고백에 진심어린 존경을 표한다.  

● 필자인 신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Dharhan(다란)에 위치한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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