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탐난다”...이마트·롯데, 어떤 시너지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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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탐난다”...이마트·롯데, 어떤 시너지 노리나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2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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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마트, 이커머스 시장에 투자 의지 강해
이마트, 네이버·CJ대한통운 협력으로 점유율 1위 달성
롯데쇼핑, 중고나라 플랫폼으로 新서비스 제공 가능
강희석 이마트 대표(왼쪽)과 강희대 롯데쇼핑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사진제공=각 사
강희석 이마트 대표(왼쪽)와 강희대 롯데쇼핑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사진제공=각 사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최근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23일 강희태 대표이사는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회 주주총회에서 “인수 검토를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며 이베이코리아 매각과 관련한 공식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인 24일, 강희석 대표 역시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열린 제10기 주주총회에서 "급변하는 이커머스 환경에서 이마트가 성장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내로라하는 유통업계 거물들이 직접 이베이코리아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온라인쇼핑(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50조 원을 넘었다. 2019년 135조 원에서 1년 새 무려 15조 원이 늘어났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 교수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온라인을 꺼리거나 힘들어했던 중장년층이 온라인쇼핑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은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토종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쿠팡의 성공적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가 기존 유통 대기업은 물론이고 이커머스 업체와 네이버·카카오 등 쇼핑사업에 힘쓰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야말로 이커머스 시장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지는 온라인쇼핑 생태계에서 '명함'을 내놓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오랫동안 '유통 공룡'으로 군림해 왔던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입장은 더욱 초조할 수 밖에 없다. 오프라인 매장만 열었다 하면 고객들이 붐비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오프라인 쇠퇴와 온라인 성장 사이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롯데는 '위기가 기회'라는 인식하에 반드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올해 반드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올해 반드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 ‘막강한 사용자 기반’ 데이터로 우위 점한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품게 된다면 가장 큰 강점은 막강한 사용자 기반 데이터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 네이버와 손잡고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혈맹을 맺었다. 

신세계그룹의 이용 고객수는 2000만 명에 달하고, 네이버 이용 고객수는 5400만 명에 이른다. 양사는 이번 결합을 통해 45만 명에 달하는 판매자도 확보하게 됐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 원 규모 지분 교환으로 대규모 물류 협력을 맺었다. 

이마트로서는 네이버와 손을 잡음으로서 단숨에 배가 넘는 고객수를 확보하게 됐다. 또한 네이버의 다양한 물류 파트너사들의 협력을 통해 지금의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물론, 주문 후 2~3시간 내 도착하는 즉시배송까지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까지 손에 넣는다면 이베이코리아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느린 배송 문제를 이마트-네이버의 물류 인프라로 해결하고, 3%대에 머물고 있는 SSG닷컴의 낮은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15%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이 현재 17%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쇼핑-이베이코리아-SSG닷컴이라는 일명 ‘이커머스계 어벤져스’ 혈맹이 구축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쿠팡(13%)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또 다음달 20일부터 오픈마켓 시범 운영을 시작하는 SSG닷컴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입점 셀러 수 부족 문제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돼 한동안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튼튼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셀러 수만 30만 명 이상이다. 셀러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판매하고 있는 물건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SG닷컴은 셀러들을 모집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곧바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아직 미약한 부분인 오픈마켓을 단번에 확대할 수 있고, 20년 넘게 이베이코리아가 쌓아온 다양한 데이터도 추가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4월 선보인 그룹 통합 쇼핑 앱 '롯데온'.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쇼핑이 지난해 4월 선보인 그룹 통합 쇼핑 앱 '롯데온'.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쇼핑, ‘선구안적’ 경험치와 그로서리 강화 시너지

사실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지난 1996년 6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이며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였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유통 대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3조 원을 쏟아 부으며 야심차게 등장한 롯데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부침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19.1% 성장했는데 이 기간 롯데온은 7%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SSG닷컴 거래액은 37% 성장률을 보이고, 쿠팡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실적이다.

강희태 대표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커머스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받아 주주들에게 송구하다”고 밝히며 올해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사업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은 과거 국내 유통사 중 가장 기민한 이커머스 대응으로 주목받았을 만큼 사업 경험치가 쌓여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유통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구축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1위 ‘중고나라’에 300억 원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08년 4조 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조 원으로 다섯 배 이상 성장했다. 롯데쇼핑은 이를 파악해 지난 2018년 중고거래 플랫폼 ‘마켓민트’ 서비스를 직접 론칭하기도 했다.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된다면, 롯데쇼핑만이 가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노하우와 선구안으로 미래 먹거리를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베이코리아와 중고나라 플랫폼,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한데 연결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올해 롯데온은 기존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의 식품 경쟁력을 대폭 강화해 이를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가 공산품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롯데온이 취급하고 있는 품목 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롯데온의 품목 수는 7500만 개로 SSG닷컴의 1000만 개 품목 수에 비해 7배가 넘는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30만 명의 셀러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까지 더하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용구 교수는 “현재 두 기업 모두 온라인이 취약한 상태”라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쪽이 이커머스의 강자로 올라서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역량을 이베이코리아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기 때문에 다루고 있는 제품이 많으면 참여자가 많아지고, 참여자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소비자들도 많아진다"며 "(이베이의 인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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