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시장을 아는 것이 투자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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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시장을 아는 것이 투자의 핵심
  •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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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초 현대화랑 오픈...한국 현대식 '미술 시장' 태동
사교계 무대 '경매현장'은 일종의 플랫폼...데이터베이스(DB)도 가치
작년한해 국내 경매거래 약 1139억원...쿠사마 야요이 작품 1위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미술품이 거래되기 시작해 이른바 '미술 시장'이라 할 만한 것이 이루어진 것은 1970년대 초 현대화랑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그리고 1988년부터 1991년 초까지 미술 시장은 최대 호황을 누렸는데, 미술품 가격이 무려 3배에서 5배까지 올라 그림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화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미술품이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1차 미술시장은 화랑, 2차는 경매시장

미술품이 본격적으로 거래된 지도 5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의 우리 미술 시장은 국제적 면모를 갖추며 예술가, 유통자, 소비자를 중심으로 시대적 상황과 밀접히 연결되어 다양한 모색을 해왔다.

미술 시장은 1차 시장(primary market)과 2차 시장(secondary market)으로 구분되는데, 1차 시장은 화랑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시장, 2차 시장은 이미 거래된 작품이 다른 소비자에게 재거래되는 시장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미술품 경매 회사가 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 경매 현장. 사진=_Singulart Magazine
세계적인 경매회사 소더비 경매 현장. 사진=_Singulart Magazine

예술과 유통은 시장의 다양한 체계 속에서 발전해왔다. 문화적 측면에서 시장의 역할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 충족이 아니라 창작자와 소비자의 다양한 의사소통을 발전시키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술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유일무이한 좋은 작품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선점해야 하기 때문에 미술 시장의 구조와 역할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2020년 국내작가 작품낙찰금액 TOP 10.
2020년 국내작가 작품낙찰금액 TOP 10.  자료= K-ARTMARKET 2020년 경매시장 분석(예술경영지원센터, 2020)

화랑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작가 발굴∙후원∙관리, 작품의 수요와 공급 조절, 소비자와 창작가의 소통 관리, 판매한 작품의 가격 유지와 상승 등 작가의 사회화를 돕는다. 따라서 화랑을 통해서 미술 작품을 구매할 때에는 화랑의 안목을 바탕으로 대중성 및 현 미술계의 흐름과 작가의 예술적 공감대가 함께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 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작가를 후원하는 마음으로 지금 당장보다 장기간 수익률을 바라보아야 하고, 보편적으로 작가의 초기작은 소장 가치가 높아 수익률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화랑을 통해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큰 매력이 있다.

2020년 해외작가 작품낙찰금액 TOP 10
2020년 해외작가 작품낙찰금액 TOP 10.  자료= K-ARTMARKET 2020년 경매시장 분석(예술경영지원센터, 2020)

사교계 고급행사장이 된 미술경매 시장

미술품 경매는 1차 시장에서 이미 작품의 예술적, 경제적 가치가 평가되고 진위성 여부가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을 공개경쟁하는 거래 시장이다. 만원 단위 판화에서부터 수백, 수천억 원대의 다양한 종류와 경향의 작품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맞는 작품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된 경매 현장은 사교계의 고급 행사이자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서 고급화된 현대 경매의 정체성을 확립시켰다. 또한 세계적인 온라인화를 시도해 미술의 대중화와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며 현재 미술품 유통의 가장 대표적인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경매를 진행하며 쌓아온 낙찰 작품들의 데이터베이스(DB)는 미술 시장 흐름을 살피는 하나의 척도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는 총 195회가 진행됐고, 작품 낙찰총액은 1139억4586만5855원을 기록했다. 경매 작품 낙찰금액 TOP10중 1위를 기록한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Soul Burning Flashes>로 27억9702만원에 낙찰(서울옥션)됐다. 국내 작가 작품 낙찰금액  TOP10중 1위를 기록한 작품은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 770100>으로 15억2천만원에 낙찰(케이옥션) 됐다. 

2020년 경매 작품낙찰금액 TOP 10
2020년 경매 작품낙찰금액 TOP 10. 자료= K-ARTMARKET 2020년 경매시장 분석(예술경영지원센터, 2020)

물론, 미술품 경매 회사가 미술 시장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미술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경매 낙찰(기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가 ‘결과를 먼저 이루면 원인은 따라온다’라고 말했듯, 최고가 낙찰 작품을 알았으니 이제 그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다음을 예상할 수 있다.

야속하게도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미술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미술 투자는 장시간의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만 하지만, 미술 투자만의 묘한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기대해도 좋다. 다음 칼럼에는 지난해 기준 최고 낙찰 작품,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겠다.

● 필자인 최고운은 11년 차 큐레이터다. 권진규 미술관(춘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진주), 록갤러리(서울) 등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 재조명 전시기획 독립큐레이터 활동(2014-15) 및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 등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강의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보조/자료 리서치 임선미 RA(Research Assis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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