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험난한 美·中 관계 예고한 알래스카 담판
상태바
[글로벌 트렌드] 험난한 美·中 관계 예고한 알래스카 담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21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링컨·설리번-양제츠·왕이 '2+2' 회담
2분씩 할당된 모두발언서 한시간 넘게 설전
주요 언론 "갈등 못 숨긴 양국...향후 험로 예고"
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1박2일 고위급 회담이 공동발표문도 없이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1박2일 고위급 회담이 공동발표문도 없이 마무리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이뤄진 미국과 중국의 1박2일 고위급 회담이 마무리됐다.

양국은 언론 앞 모두발언에서 각종 현안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고, 결국 공동발표문도 내놓지 못한 채 회담을 종료했다.

전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던 최고위급 담판을 통해 향후 양국간 치열한 갈등이 지속될 것임을 오히려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주요 언론들의 평가다. 

양국, 모두발언서 치열한 설전..공동발표문도 없이 종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알래스타 앵커리지에서 '2+2' 회담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양국간 치열한 갈등이 줄곧 이어져온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고위급 대면접촉이었던 만큼 향후 양국이 의견차를 줄여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모두발언에서부터 양국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미국 측은 "신장과 홍콩, 대만 문제 및 사이버 공격 등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 측은 "내정간섭에 반대한다"며 맞섰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 인권은 최저수준"이라며 "미국이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증진하는 것을 멈추는 게 중요하다. 미국의 많은 이들이 미국 민주주의에 신뢰를 거의 갖고 있지 않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초 2분씩 할당된 모두발언 시간은 양측의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한시간 넘도록 이어졌다. 설전을 마친 후에도 양측은 상대방이 모두발언 시간을 어겼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초반부터 치열하게 부딪힌 양측은 결국 공동발표문도 내놓지 못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후 "우리는 광범위한 이슈에서 힘들고 직설적인 대화를 예상했는데,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한 일"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전진할 방법을 위해 동맹,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앞으로 중국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동맹과 공유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전하고, 미국의 정책, 원칙, 세계관을 제시하고 싶었는데, 이번 회담에서 이 일을 했다"며 "홍콩, 신장, 사이버공격,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에 관해서도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회담 이후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그러나 물론 여전히 차이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를 향해 우리 진로를 인도하기 위해 '무갈등 정책'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은 주권이 원칙의 문제이고, 이를 지켜내려는 중국 결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미국 측에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해외 언론 "향후 격동의 시기 암시"

미국과 중국 측은 회담 후 일부 분야를 공유하며, 향후 서로 협력해나가겠다고 언급했으나, 주요 해외 언론들은 양국간 갈등이 험난할 것을 예고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양국간의 치열했던 회담은 앞으로의 격동의 시기를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이 언론은 "일반적으로 고위급 회담의 모두발언은 대개 지루하고 치밀하게 짜여져있으며, 실제 회담을 시작하기 전 언론을 향한 일종의 '쇼케이스'"라면서 "그러나 이같은 몇 분간의 모두발언 시간에도 양국간 갈등을 숨기지 못했다면, 앞으로 훨씬 더 격동적인 시기가 올 것임을 분명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위급 외교회담에서는 이례적으로 비외교적이었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중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는 환상을 완전히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이 언론은 "중국 고위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그 어떠한 공개석상보다도 더욱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양국간 관계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최고위급 회담에서는 보기 힘든 막말이 이어지면서 외교 전통을 깼다"며 "공개석상에서 양국이 치열한 비방전을 펼친 것은 향후 양국이 공통점을 찾아가기가 더욱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중국 분석가인 앨리슨 셜록은 "양국간 긴장 완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적어도 가까운 시일 내에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난타전' 속에서도 협력 분야를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익명의 미 고위관계자는 회담 후 "미국이 중국과 협력할 분야가 있는지 탐색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특히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