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개발자 구인난] ㊤ 몸값 폭등 아닌 '정상화'..."더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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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개발자 구인난] ㊤ 몸값 폭등 아닌 '정상화'..."더 오를 수 있다"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22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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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급여주는 기업 어딨나"
"개발자 몸값 상승, 과장된 측면있어"
SW기술자 월평균 임금 723만원, 대기업은 515만원
“개발자부족, 앞으로 20~30년 지속될 수도”
IT개발자 부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픽사베이
'초봉 6000만원, 사이닝보너스 1억원.' 최근 IT업계에선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IT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채용 규모를 늘린 탓이다. 전문가들은 개발자 부족이 지속되면서 '몸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개발자가 얼마나, 왜 부족한지, 어떤 해결방법이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IT 업계에서 최근 개발자 몸값 상승은 ‘폭등’이 아닌 정상화 수순이라고 이야기 한다. 개발자 부족이 장기화될 전망이 나오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등 '4차산업혁명'에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T개발자 헤드헌팅 업체인 이브레인(eBrain)의 노상범 대표는 “최근 개발자 몸값 상승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뽑는 숫자도 적지만 기업은 절대로 돈을 공짜로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IT업계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개발자가 많지 않고, 높은 인상 폭에 주목하지만 실상은 제대로된 가치를 인정받는 정상화 과정이란 이야기다.

최근 업계에서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로 불리는 IT 기업들이 신입 개발자 초봉으로 5000만~6000만원을 제시했다.

IT기업에 이어 대형 게임사와 직방, 리디북스를 서비스하는 리디 등 주목받는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연봉 인상에 나섰다. 신한·국민·우리 등 시중은행 대다수가 IT 직군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증권사까지 IT인재 확보전에 참가하면서 ‘개발자 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된 몸값 상승...'정상화 수순'

IT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증가에 따라 서비스를 확장해야 하는 IT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신입 개발자를 확보하고 대형 IT업체로부터 기존의 경력 개발자를 지키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몸값이 올랐다고 말한다. 

노 대표는 "코로나로 폭증한 비대면 수요가 개발자 부족을 수면위로 끌어올렸을 뿐"이라며 "7~8년 전부터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이 좋은 조건에 개발자 영입 규모를 늘리면서 업계에서는 개발자 부족 사태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8개 직종의 소프트웨어 기술자 월평균 임금은 740만4649원이었다. 평균임금은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하는 일체 경비로 기본급, 제수당, 상여금 외에 퇴직급여충당금, 법인부담금 비급여성 항목도 포함한 수치다.

2020년 소프트웨어 기술자 월평균 임금. 자료=한국 소프트웨어 산업협회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19년 대기업 근로자 월평균 세전 소득은 515만원이었다. 같은해 소프트웨어 기술자 월평균 임금이 723만 4665원이었다. 대기업 평균 대비 소프트웨어 기술자의 평균 임금이 200만원 이상 높은 셈이다. 

IT 업체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개발자 몸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코로나 이전부터 몸값은 오르고 있었고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한 차례 더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자의 평균 연봉은 10만달러 (한화 약 1억1120만원)수준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능력과 함께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 시장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개발자를 원한다”며 “이런 개발자는 대기업, 스타트업 등 어느 곳에서나 인기가 있어 연봉을 맞춰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고연봉 스카웃은 아직 소수의 이야기"

최근 IT업계에서는 언택트 수요 확산에 따라 ‘프론트엔드(Front-end)개발자 수요가 늘고 있다. 프론트엔드란 사용자로부터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입력을 받아 데이터베이스 등 백엔드(Back-end)가 사용할 수 있는 규격에 맞게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과 달리 최근의 언택스 서비스는 소비자 편의성, 요구사항을 빠르게 이해하고 사내 디자인·전략·영업·마케팅 등 부서와 다른 개발자들과 협력을 거쳐 개발해야 한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할 개발 능력에 더해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IT개발자 역량에 따라 일의 효율이 100배 이상 차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개발자를 빼앗고 지키는 과정에서 ‘네카라쿠배’의 채용 기준에 해당하는 개발자는 여전히 소수다. 

한 IT기업의 개발 부서 임원은 “개발자는 지식 노동자임에도 공장 노동자처럼 많은 수가 필요하다보니 짧은 기간에 양성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이버·카카오 등에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데리고가 개발자가 1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지난해 사이닝보너스 5000만원을 제공하며 뽑은 경력 개발자 규모도 200여명 수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19년 경력 입사자에게 이전 회사 연봉의 1.5배를 제안하며 동시에 1억원 한도로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사이닝보너스로 일시에 지급하는 경력직원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토스의 임직원 규모는 2019년 380명, 2020년 780명, 올해 초에는 850명 수준이다. 2018년 기준 비바리퍼블리티카 채용 인원 중 개발직군 비중이 46.4%였다. 지난해에서 올해 늘어난 직원이 모두 개발 직군이라 하더라도 그 수는 70여명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소프트웨어, 게임, IT, 인터넷 서비스 등)는 13만5700여명이다. 

“이러다간 IT개발자 부족, 앞으로 20~30년 지속될 수도”

IT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몇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는 “스타트업이 계속 늘어나는데 개발자 찾기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 “며 “특히 최근에는 AI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늘면서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 자체가 적다”고 말했다. 

AI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력도 부족하지만 이런 기술에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갖춘 사람은 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향후 20~30년간 개발자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며 “우리 경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진행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만든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뢰로 컨설팅기업 알파베타(AlphaBeta)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까지 1560만 명의 디지털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는 기존보다 93%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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