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30) 인도양 바람 타고...홍차강국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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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30) 인도양 바람 타고...홍차강국 케냐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3.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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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에 면한 아프리카 홍차강국 케냐
커피 보다 수출 더 많이 하는 홍차
영국인 마시는 티백홍차 60%이상이 케냐산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세계에서 홍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인도(약 135만 톤)다. 두 번째가 케냐(약45만 톤), 세 번째가 스리랑카(약 32만 톤)다. 반면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케냐다. 생산량의 95% 이상을 수출한다. 스리랑카가 2위이며 인도는 3위에 머무는데 생산량의 85% 이상을 자국 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이다.

케냐 외화소득 1위 '홍차'

우리나라에서 케냐는 커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케냐의 외화소득 순위로 보면 홍차가 1위이고 커피는 4위에 불과하다(2위가 꽃 수출, 3위는 관광수입이다). 숨은 홍차강국이 케냐인 셈이다.

하지만 케냐홍차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티백 속에 들어가는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값싼 홍차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티백으로 마시는 비율이 95%가 넘는 영국이 수입하는 홍차 60% 이상이 케냐 산이다. 따라서 우리가 영국산 티백홍차를 마신다면 그 속에는 케냐홍차가 들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홍차의 95%이상이 티백 형태다. 사진= 구글
영국에서 소비되는 홍차의 95%이상이 티백 형태다. 사진= 구글

케냐 항구 도시인 몸바사(Mombasa)에는 거래물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티 옥션(Tea Auction) 센터'가 있다. 케냐에서 생산되는 홍차뿐만 아니라 우간다, 말라위, 탄자니아, 르완다 같은 내륙 아프리카 국가들 홍차도 이곳을 통해서 거래된다. 이들 국가들도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1904년 영국인이 처음 차 재배

영국 식민통치 기간(1895~1963년)인 1904년 영국인에 의해 처음 차나무 재배가 시작되었고, 독립 후에도 케냐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차생산을 지원했다. 케냐는 인도양 쪽 저지대에서 아프리카 내륙으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져 백색고원(White highlands)이라 불리는 농업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곳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협곡(Great Rift Valley)양쪽 고원지대에 차산지가 집중되어 있다. 커피 산지와도 거의 겹친다고 볼 수 있는데, 차산지가 좀 더 내륙 쪽으로 치우쳐 있다. 열대기후와 화산지대 토양이 차 재배에 적합하고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CTC가공법의 홍차는 주로 티백용

홍차는 가공방법에 따라서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공한 정통홍차(Orthodox Method)와 1930년대 아삼에서 개발되어 1950년대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CTC 가공법으로 생산한 홍차. 흔히 잎차라고 부르는 틴에 들어 있는 고급홍차는 대체로 정통홍차라고 보면 된다.

뜨거운 태양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케나 차 밭 풍경. 사진= 구글
뜨거운 태양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케나 차 밭 풍경. 사진= 구글

반면에 CTC(Cut-Tear-Crushing의 약자로 찻잎을 자르고, 찢고, 둥글게 뭉친다는 뜻)는 주로 티백에 들어가는 홍차로 아주 미세하게 분쇄한 찻잎을 다시 뭉친 그래뉼 형태의 아주 작은 구슬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강하게 우러나는 특징이 있다. 주요 생산국 중 인도는 90% 이상, 케냐는 거의 95% 이상을 CTC 홍차로 생산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10% 미만으로 정통홍차 위주로 생산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국 내 홍차 소비의 95%가 티백형태이며 대부분 서양 홍차 소비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이들 국가 대부분은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신다. 따라서 케나는 처음부터 이들 국가들에 수출할 목적으로 빨리 우러나며 강한 맛을 가지는 CTC 홍차 생산에 주력했다.

그래뉼 형태의 전형적인 CTC홍차(왼쪽), 다양한 크기의 CTC홍차(오른쪽). 사진= 문기영
그래뉼 형태의 전형적인 CTC홍차(왼쪽), 다양한 크기의 CTC홍차(오른쪽). 사진= 문기영

하지만 CTC 홍차는 국가별, 지역별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통홍차와는 달리 찻잎 채엽에서부터 섬세함이 부족하고, CTC 홍차 생산기계가 대체로 비슷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생산자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간다, 말라위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주요 홍차생산국들도 대부분 CTC 홍차를 생산한다. 따라서 CTC 홍차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 생산국들은 적정 이윤을 남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케냐도 고급홍차 생산에 나서

이를 탈피하기 위해 이들 국가들은 가능하면 정통홍차 등 고품질 차를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고급차 수요가 늘어나서 기회가 오기도 했다. 케냐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고품질 홍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2~3년 동안의 변화 또한 매우 크다. 

엠록다원(Emrok estate). 케냐 홍차의 변화를 보여주는 홍차다. 사진= 구글
엠록다원(Emrok estate). 케냐 홍차의 변화를 보여주는 홍차다. 사진= 구글

2019년 영국 최고 홍차 브랜드중 하나인 '포트넘앤메이슨(Fortnum&Mason)'에서 판매한 케냐 단일다원홍차(EMROK Estate)는 90g에 37.5파운드로 100g으로 환산하면 6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이런 가격대의 케냐 홍차는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품질에 대한 판단은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전의 케냐홍차와는 외형도 맛과 향도 전혀 다른 스타일임은 분명하다. 

아삼에서도, 케냐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의 고급 홍차가 계속 생산됨으로 전 세계 홍차 애호가들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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