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영향력] ② 그래도 불안한 금리..."SLR 연장이 관건"
상태바
[美 연준 영향력] ② 그래도 불안한 금리..."SLR 연장이 관건"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3.19 15: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준 압박 더욱 강해질 듯
은행의 SLR 완화 조치 연장 여부 주목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긴축 조짐
미 국채금리가 재차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압박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국채금리가 재차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압박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효과가 단 하루만에 모두 사라졌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장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시장이 우려하는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과 관련,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며 일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일관성 있는 발언은 17일(현지시각)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일조했으나, 그 약발은 하루만에 소멸됐다.

18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75%까지 뚫었으며, 30년물 국채금리는 한 때 2.5%를 넘어섰다. 이는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채금리의 움직임에 대해 '시장이 여전히 연준의 물가통제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준은 전일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제 시장은 연준이 갖고 있는 도구가 무엇인지 주목하고 있다. 

SLR 완화 조치 연장될지 주목

연준의 '카드'로 시장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은행의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완화 조치의 연장 여부다. 

SLR이란 은행들이 국채를 포함한 위험 자산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자기 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타격을 막기 위해 연준은 국채를 이 비율 계산에 넣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 은행들이 대출과 국채매입을 늘릴수 있게끔 했다. SLR 완화조치는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FOMC에서 SLR과 관련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파월 의장은 "수일 내 SLR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답변을 미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채권금리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준이 은행의 SLR 완화 조치를 연장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이달 초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젤레나 맥윌리엄스 의장은 "은행의 현금과 미 국채 보유를 더 싸게 만들었던 비상조치를 연장할 필요성을 보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주에는 '월가 매파'로 분류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상원 금융위 산하 은행위의 셰로드 브라운 위원장 등이 'SLR 완화 조치를 연장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연준과 FDIC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이 SLR 완화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미 대형은행들은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지금까지는 자본금을 더 늘릴 필요 없이 국채를 보유할 수 있었으나, SLR 완화 조치가 끝나게 되면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내다 팔아야 한다.

아이포렉스에 따르면, 미국 8대 대형은행은 약 2조달러 규모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SLR 완화조치가 끝날 경우 약 3500억~55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 경우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즉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LR 완화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국채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연장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질적인 진전을 확인한 후 통화정책 변경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굳이 연장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골드만삭스의 리처드 램스든 애널리스트는 "SLR 연장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것이 은행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SLR 완화조치 연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시장에 남아있는 만큼 국채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LR 완화조치의 연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금리 재급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중앙은행 긴축 조짐... 도구 잃은 연준

당초 연준이 내놓을 카드로 점쳐졌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나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 YCC)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장기 채권 매입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다. 연준은 매월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고 있는데,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등의 변화를 주지 않겠냐는 시각이 있었다.

파월 의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통화정책이 적절하다"며 국채 시장에 개입할 일이 없다고 언급,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수익률곡선관리란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 목표를 정하고 해당 국채를 사고 팔면서 목표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보다도 더 과감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만큼 사용가능성은 더욱 제한적이다. 

연준이 쓸 수 있는 도구가 점차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긴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일 시장에서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원인 중 하나로 일본은행(BOJ)이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 허용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진 점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BOJ는 19일 성명을 통해 '10년물 국채금리 변동 허용 범위를 ±0.20%에서 ±0.2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장지수펀드(ETF)의 연간 매입 목표치 6조엔은 폐기하고, 연간 매입 상한선인 12조엔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만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역시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상 시점을 올해 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에 비해 3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기 시작하면, 연준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르면 2022년 인플레이션이 연준 허용치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며 "강력한 노동시장 회복과 인플레이션 오버슈팅이 연준을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에 나서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허용하는 문턱인 2.5%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연준은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인상하고, 자산매입을 줄여나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시장은 높아진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자료=하이투자증권

강한 경기 성장이 금리 리스크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면에 주목한다. 이날 유가는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7% 이상 폭락했다.

박 연구위원은 "급등세를 보이던 유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물가 압력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압력이 진정되면 금리 상승 속도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달러화 지수의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급등이 안전자산의 선호도를 자극하지 않았다는 것은 금융시장 역시 금리 상승에 대해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경기와 금리간 줄다리기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지속적 물가압력 확대 리스크가 없다면, 강한 성장 사이클이 금리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동균 2021-03-19 22:30:04
김지은 기자님...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막기 위해 연준은 이 비율 계산시 국채 매입금액은 포함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여 은행들이 대출과 국채매입을 늘릴수 있게끔 했다. SLR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