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 앞두고 R&D인력 1000명까지 늘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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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매각 앞두고 R&D인력 1000명까지 늘리는 이유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1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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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1000명 늘리고 연봉 2000만 원 ↑
개발인력 확중으로 ‘매각’ 기업가치 높이는 전략
배달 시장 성장세에 배민과의 장기전 준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가 요기요 매각을 위해 티저레터를 발송한 가운데, 연구개발(R&D) 조직을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가 연구개발(R&D) 조직을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투자설명서(티저레터) 발송으로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나선 요기요가 대대적인 연구개발(R&D)인력 수혈에 나선다.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해 몸값을 끌어올리고 배달의 민족의 시장점유율을 점진적으로 빼앗아오겠다는 전략에서다.

국내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지난 15일 연구개발 조직을 3년내 현재 200여 명 규모에서 1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R&D센터 인력에 대해서도 평균 연봉 인상률을 예년보다 2~3배 이상 높게 책정해 최대 2000만원까지 높여 지급하기로 했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인력투자 계획도 내놓았다. 자체 딜리버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에 적용되는 인공지능(AI) 딜리버리 시스템 기술을 집중 개발할 별도 전담 조직을 꾸리기로 한 것이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글로벌 AI 로지스틱스 솔루션 ‘허리어(Hurrier)’가 적용된 배차 시스템으로 평균 주문 처리 시간을 20분까지 단축한 서비스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가 최근 요기요 매각을 위해 티저레터를 발송했다고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빠르면 다음달에 진행될 예비입찰과 관련해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DHK의 투자설명서를 원매자들에게 배포했다. 국내 유력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네이버·카카오·쿠팡 등의 전략적 투자자(SI) 보다는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위주로 원매자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를 팔기로 결정했을 당시 제시했던 몸값은 2조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조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배달업계 시장 점유율 79%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과 업계 3위 쿠팡이츠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데다 라이더 관리 부담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DHK가 이러한 여건 변화를 감지하고 배달 플랫폼의 성장에 필수적인 개발 인력을 확충해 몸값 올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AI전문가, 코딩전문가 등 기술 직군 인력들이 IT업계·게임업계 등으로 이직하면서 (요기요 내)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전문가 영입을 통해 기업의 몸값을 높이고, 원매자들에게도 앞으로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 추이. 자료=통계청

코로나19 사태가 불붙인 음식배달 시장의 급성장세도 공격적인 투자를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조7300억 원이던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은 지난해에는 17조3800억 원으로 6배 이상 늘었으며, 전년 대비 79% 정도 증가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5000만 명의 인구중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배달 시장이 성장하기 용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배달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요기요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 요기요 입장에서는 배달 기술을 고도화해 업계 선두인 배달의 민족과 지속적인 경쟁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특히 최근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00조 원대 기업으로 올라서면서 이커머스·배달 플랫폼·배달대행업체 등의 기업 가치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퀵커머스 침투율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요기요의 인수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DHK 관계자는 공격적인 투자움직임과 관련해 “배달 업계 자체가 계속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기술 투자가 선행돼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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