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시장발(發) 불안,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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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채권시장발(發) 불안,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없어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1.03.1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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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 재정에 따른 금리급등, 이미 예견된 일
금리변동 반복될 것...금융시장 시간경과하면서 내성 키워가
물가 상승 '일시적'...장기금리만 상승한 점 눈여겨봐야
미 연준 부담 '역대 최대'지만...시장안정 의지 역시 강해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겸 이코노미스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채권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필자와 같은 채권 종사자들이 다른 금융시장에서도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는 시즌이 왔다.

채권시장 안정을 바라겠지만...

사실 채권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인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무리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리 상승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포지션에 손실이 발생하거나 이전에 비해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이를 달갑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금리 상승에 주식을 비롯한 다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보여준 금리 안정을 기원하는(?) 모습은 괜히 낯설다. 또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린 결과에 따른 계산서가 굳이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하기까지 하다.

필자가 이처럼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기 보다는 여타 시장 참가자들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란 측면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만큼 최근 금리 상승이 충분히 사전에 예견됐고,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예상됐던 재료들의 재구성을 통해 반복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예측을 했다고 해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시장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겠으나, 적어도 통화정책 기조가 본격적으로 긴축으로 전환되기까지는 금융시장이 느끼는 채권 발(發) 불안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차츰 내성을 키워갈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동시에 금융시장의 이목을 한꺼번에 집중시킨 요인들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번 금리 상승의 원인들로 1)낮았던 물가의 반등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정상 경로 복귀 2) 경기 개선과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조기 통화정책 전환 우려 그리고 3)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위한 국채 물량 급증에 따른 수급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예상된 금리상승, 확대해석은 금물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 재료들 가운데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내용과 그렇지 않는 내용들 간의 재구성이란 시각에서 금리 경로를 예상해 본다면 향후 금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는 국채 물량과 당국의 대응 의지라고 평가한다. 해당 쟁점들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첫째, 낮았던 물가의 반등과 기대 인플레이션의 정상 경로 복귀에 대한 영향이다. 필자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일련의 이슈들의 경우 이미 채권시장에서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굳이 향후 금리 동향에 새롭게 영향을 줄만한 주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수요 위축 부담으로 급락했다. 또한 다분히 기술적 문제이나 유가가 마이너스에 이르는 등 그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가격 움직임이 나타났다. 따라서 해당 가격들이 급등하지 않고 정상 영역으로 복귀하기만 하더라도 전년대비 상승률로 표시되는 높은 물가 상승률은 이미 예견됐다.

실제 필자가 최근 수년간 전월비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보통 물가 상승률을 일컫는 전년동월대비 값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올해 한국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적잖은 기간에 걸쳐 물가 목표치 2%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지적했던 사안들과 동일한 경로일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난해부터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기대 인플레이션(BEI)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유가가 폭락할 당시 큰 폭으로 하락했던 BEI는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근까지의 금리 상승을 충분히 설명해준다. 하지만 BEI란 결국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해 추후에 물가가 상승하는 것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인 만큼 앞서 언급했던 올해 물가가 2%를 넘어서는 국면에 대한 기대의 반영이란 시각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BEI 5년이 만기가 긴 영역인 BEI 10년이나 30년을 상회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모든 만기에 걸쳐 물가에 대한 기대(BEI)가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BEI 내에서 기간구조별로 지금과 같은 차별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며, 장기적인 경로로 확산되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채권시장발 자산가격 변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이 내성을 갖는 과정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앞으로 채권시장발 자산가격 변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이 내성을 갖는 과정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연합뉴스

미 연준 통화정책기조 아직 변하지 않아

둘째,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현재의 통화완화 기조를 조기에 종료하거나 전환할 것이란 우려다. 필자는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거듭된 발언과 진화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긴축 기조로의 조기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는 스토리라는 것을 사전에 밝히고자 한다.

실제 최근 시중금리 상승은 통화정책과 연결고리가 큰 단기국채가 아닌 장기국채 위주로 이뤄졌다(수익률곡선은 스티프닝됐다). 기준금리 변경의 여지만 발생하면 본능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금리가 큰 변화없이 머물러 있는 반면 장기금리만 크게 상승한 상황을 통화정책과 연결한다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의지 표명과 달리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우려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평가물가목표제(AIT) 도입을 통해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일종의 안전장치까지 확보한 마당에 경제 정상화를 확인하기에 앞서 섣불리 연준이 긴축으로 조기에 기조를 전환한다는 것은 개연성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

셋째, 국채 발행 물량 증가에 따른 수급 부담이다. 필자는 수급 이슈의 경우 당연히 예견된 변수이긴 하나 절대적인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채권시장이 사전적으로 충격의 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2021년 부채 증가 속도가 단기에 가팔랐던 코로나19 직후를 제외하고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공공부채 잔액은 주당 평균 339억달러가 늘었다(국채 등 부채의 순증 물량을 의미함). 현재의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 미국의 공공부채는 지금보다 1.7조달러 증가한다(최근 통과된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은 1.9조달러다).

급증하는 공공부채에 대한 연준의 대응도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미국의 공공부채 대비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총자산의 비중(Fed의 공공부채 분담률)은 34.6%에 이른다. 지금과 같은 자산매입 속도라면 현재 7.56조달러인 연준의 총자산은 10월 말에 8조달러를 상향 돌파한다. 

역대 최대 수준 부담...미 금융당국의 의지 기대

문제는 연준의 공공부채에 대한 부담 비중이 이미 역대 수준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금융위기 당시는 일종의 고점 확인에 그쳤던 상황들이 지금은 그 수준을 유지하거나 혹은 더 높은 비중으로 보유 자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당국이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매우 큰 부담이 따르는 의사 결정이다.

필자는 최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언급들이 향후 연준의 의사 결정에 무게감을 줄일 수 있는 일종의 공론화 과정으로 풀이한다. 또한 지난 주 유럽중앙은행(ECB)의 2분기부터 채권 매입 속도를 강화하겠다는 발표 역시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Fed에게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최근 파월 의장은 자신은 미국 국채 금리 동향을 예의주시하지만 연준은 금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살펴보고 있다는 견해도 함께 시사했는데, 채권 발(發) 충격이 다른 금융시장으로 확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단순히 금리가 상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금융시장이나 발행, 조달시장 등에도 충격이 없는지는 점검하겠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금리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된 3월 이후부터 국채 이외의 여타 금융시장의 여건들은 종전보다 타이트해졌다.

필자는 급증하는 국채 물량 부담에 대해 연준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번 3월 FOMC를 비롯한 여타 통화정책 이벤트를 통해 시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울러 구체적인 명문화 과정이나 선언이 없다고 하더라도 주간으로 집계되는 대차대조표 등을 통해 자신들은 시장 금리의 안정이나 금융시장 전반의 경색을 해소하려는 의지 역시 주기적으로 전달할 것이다.

만만치 않은 국채 발행 부담으로 금리는 당분간 상승 압력이 높아 보이며, 연준의 금리 안정화 행보를 통해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물가, 통화정책 등의 여러 변수들이 중첩된 가운데 불거진 수급 부담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차츰 완화될 전망이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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