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누구 품에?…신세계·롯데·카카오, 3인3색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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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누구 품에?…신세계·롯데·카카오, 3인3색 ‘동상이몽’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15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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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업계 눈치 작전
롯데·신세계, 인수 시 시장점유율 3위로 ‘우뚝’
카카오, ‘인수합병 DNA’로 이커머스 투자할 수도
SK텔레콤·MBK파트너스 등도 인수 의지 드러내
G마켓·옥션·G9을 보유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이 오는 16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다양한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G마켓·옥션·G9을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이 16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다수의 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오는 16일 진행되는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쿠팡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와 동시에 45억5000만 달러(약 5조2000억 원)를 조달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이베이코리아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시장 판도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2위인 쿠팡은 조달금을 통한 공격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로 1위 탈환을 예고하고 나섰다. 1위 네이버는 ‘소상공인(SME) 맞춤 물류’ 콘셉트를 내세우며 쿠팡과 정면 승부에 나선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지 않으면 점점 커지는 온라인쇼핑 생태계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GS리테일, SK텔레콤, MBK파트너스, 큐텐,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유통업계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이베이코리아의 투자설명서(IM)을 받아간 상태다. 이들 외에도 롯데그룹·신세계그룹·카카오 등 굵직한 인수후보자들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SSG닷컴 세 번째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003 내부 모습. 사진제공=SSG닷컴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있는 SSG닷컴 세 번째 온라인 자동물류센터 네오003 내부 모습. 사진제공=SSG닷컴

신세계, 이베이 품고 오픈마켓 新강자 노려

국내 유통산업의 대표주자격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전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다. 매출액이 늘고 영업손실은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이커머스 업계의 ‘루키’로 부상 중인 신세계그룹은 가격만 합리적이면 충분히 인수 의지를 보일 것이라는 방침이다. 

신세계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SSG닷컴의 오픈마켓 진출을 알려왔다.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시, 지난해 거래액 3조9000억 원대로 시장점유율 3% 수준인 신세계는 단숨에 시장점유율 15%로 올라서며 오픈마켓 1위 사업자 타이틀을 얻게 된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은 20조 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주 내에 이마트가 네이버와 1500억~2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예정대로 성사시키면, 네이버가 지니고 있는 오픈마켓 노하우와 기술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초체력을 확실하게 다지는 셈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으로 커머스와 풀필먼트 부문을 확장시키고,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SSG닷컴 오픈마켓 사업 진출의 물꼬를 튼다면 가장 이상적인 확장 방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세계는 신선식품 강점을 제외하고는 아직 위치가 미미한 실정인 데다 오픈마켓도 5개월 넘도록 연기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절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주요 이커머스 기업 거래액 성장률. 자료제공=각 사
지난 2020년 주요 이커머스 기업 거래액 성장률. 자료제공=각 사

위기의 롯데쇼핑, 이베이 인수로 돌파구 여나

롯데그룹은 사정이 더 절박하다. 지난달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지속된 사업 부진으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책임지고 사임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전체 이커머스 시장이 전년 대비 19.1% 성장하는 동안 롯데온은 7%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쿠팡은 41% 성장했으며, 네이버쇼핑은 38%, SSG닷컴은 37%가 성장했다. 

때문에 이베이 인수전은 롯데온의 부진을 타개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4%의 시장점유율이 17%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지지부진한 오픈마켓 사업을 단번에 확장시킬 수 있으며, 오랜 라이벌인 신세계와도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다만 롯데가 인수전에 참여할 만큼 충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다. 롯데쇼핑은 현재 전례 없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까지 혹독한 ‘군살 빼기’에 집중하고 있어 이베이코리아의 몸값 5조 원을 감당할 체력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롯데쇼핑은 2017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으며 지난해에는 1조9720억 원의 손실을 냈다. 영업 손실의 2배가 넘는 금액을 내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지라도, 아직 조영제 사업부장의 후임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꾸려나갈지 우려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거래액 27조 원으로 1위 온라인 유통사업자가 될 수 있지만, 20조원의 신규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물류 인프라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 롯데온의 거래액은 7개 계열사 온라인 거래액 합산인데 각각 별도의 물류센터와 방식으로 배송되고 있다”며 “(롯데온이) 지금 시스템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시장점유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카카오, 이베이 인수시 네이버 '위협'

네이버와 함께 국내 IT기업 양대 산맥인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중 하나다. 

모바일 메신저로 사업을 시작한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로엔엔터테인먼트 등 몸집이 큰 기업은 물론 유망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을 끊임없이 사들이며 몸집을 불려왔다. 

네이버가 규제에 따른 우회 전략으로 지분 교환을 택한 것과 달리 카카오에겐 ‘M&A DNA’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한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2%로 네이버와 비교할 수준은 못된다. 메신저 내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거래량도 작다. 

커머스 사업을 제공하는 톡비즈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 성장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으나 총 3603억 원으로,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1조897억 원과 3배 이상 차이난다. 

여기에 네이버가 최근 빠른 배송 도입과 일본 시장 진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쇼핑 서비스 판 키우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만큼, 카카오로선 네이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이커머스의 성장 동력이 필요한 셈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 플랫폼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시,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네이버의 검색광고에서 스마트스토어로 유입되는 커머스 시너지만큼 비즈보드에서 카카오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트래픽 유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오픈마켓 11번가를 보유한 SK텔레콤도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4파전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역시 인수 의향을 밝혀왔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베이코리아는) 오랫동안 축적된 거래 경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인수하냐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베이코리아에 오래 몸담았던 인력들 역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탈하지 않도록 인수 기업이 피인수기업에게 비전이나 실질적인 혜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경쟁력이 소용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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