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반도체 업계, 가격인상 커녕 수요감소 걱정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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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족' 반도체 업계, 가격인상 커녕 수요감소 걱정 까닭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1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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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제조사 재고 축적 후 생산량 감소 나설 수 있어
텍사스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 여파... 2분기 5G 폰 생산 30% 감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국, 2월 출하량 1월 대비 46% 감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메모리 빅사이클 진입(장기간 반도체 가격 상승기)이 늦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5일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 처음엔 재고축적에 나서던 제조사들이 점차 제품 생산량을 줄이는 수순으로 나아간다”며 “현재 시장 상황은 재고축적과 생산량 감소의 경계선을 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트북, PC, 스마트폰 등 세트 제조사들이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재고축적 단계에서 생산량 감소를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중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고민하는 지점은 모바일 제품 수요다. 이미 가격 상승을 시작한 D램과 2분기 중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낸드플래시 모두 모바일과 PC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가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스마트폰 생산 감소는 반도체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PC역시 수요가 언제까지 증가세를 유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난 2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월 대비 46.1% 감소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IT 매체 씨넷(CNET)과의 인터뷰에서 “갑작스런 수요 회복에 반도체 공급망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게 공급부족의 원인”이라며 “올해말까지 이런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루 웨이빙 샤 부사장은 지난달 신제품 발표회에서 "올해 반도체는 그냥 부족한 게 아니라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고축적에 나섰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도 공급부족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공장 가동 중단 여파로 올 2분기 전체 5G 스마트폰 생산량이 예상 대비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월 대비 4.7% 증가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11월에는 3.7%로 증가폭이 줄더니 지난 1월에는 -6%로 역성장했다. 

수요처별 낸드 플래시 수요 전망. 자료=NH투자증권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난 2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월 대비 46.1%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스마트폰 판매가 생산량이 부족해서 줄었는지 실제 소비가 감소한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요처 중 모바일 제품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판매 감소 원인이 무엇이든 제조사의 생산량 조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에 따른 더블부킹(중복주문) 우려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의 경우 실제로 1억대 분량의 부품이 필요할 때 1억 3000만대 수준의 부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물량일부를 취소하거나 필요 이상의 물량을 다 받아가거나 모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만든 메모리 반도체를 스마트폰 제조사가 주문량 보다 적게 받아갈 경우 만들어 놓고 못파는 물건이 생긴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필요한 물량 이상을 가져가게 될 경우엔 추가 주문량이 줄어들어 향후 반도체 가격에 영향을 준다. 

반도체 제조사는 여러 변수로 인해 스마트폰 제조사가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실제 수요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제조사가 ‘더블부킹 우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올 하반기 낸드 플래시 공급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NH투자증권

더욱이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말부터 집행한 투자의 결과로 삼성전자, 키옥시아,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낸드 플래시 제조사들의 공급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큰 폭의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메모리 빅사이클에 진입하기 위해선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서버 출하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아직 서버 출하가 고점에 오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인텔의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가 출시에 따라 서버 교체 주기가 다가왔고,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기업 뿐만 아니라 산업 전 영역에 있어서 IT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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