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사기 잘 당하는 사람들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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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사기 잘 당하는 사람들의 특징
  • 류인규 법무법원 시월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3.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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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교사 공무원, 막 개원한 의사들 공통점
"사회물정 어두운데, 자기 확신은 강한 사람"
사기꾼 먹잇감되기 십상...옆에서 끊임없이 참견해야
혼자 결정하지 말아야.. 의심들면 체면 버리고 끝까지 파고들어야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사기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타겟이 될까? 순진해서 남을 잘 믿는 사람들이 주로 사기를 당할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사기를 많이 당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애초에 피해규모가 소소한 경우가 많다. 큰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조금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상물정에 어두운데 자신에 대한 확신은 엄청나게 강하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 대개는 은퇴한 교사나 공무원, 이제 막 개원하려는 의사 등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다방면의 사회경험은 부족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실제 사례다.

​A는 30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A는 담당한 분야의 박사학위까지 있을 정도의 전문가였다. A는 퇴직 후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고, 아내와 함께 고향에서 베이커리 까페를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A는 부동산의 소개로 B를 알게 되었다. B는 자기가 운영하는 까페가 너무나 장사가 잘되서 다른 지역에 더 크게 2호점을 오픈할 생각인데, 기존 1호점을 맡아서 운영해줄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 B는 "선생님 처럼 공직 생활 오래하신 분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며 A의 경력을 추켜세워 준다.

A는 자신의 30년 공직 경력을 인정해 주는 B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B가 운영해 보라고 하는 까페는 A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규모가 좀 컸다. A는 아내와 둘이 소소하게 운영할 까페를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직원이 여럿 딸린 번화가의 까페를 운영해 보라고 하니 겁도 좀 난다. 

A는 열심히 알아보기 시작한다. 매출에 대한 자료도 확인해 보고, 그 지역 상권도 열심히 분석해 본다. B의 설명대로 꾸준히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본인이 아내와 함께 직접 일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면 수익도 쏠쏠할 것 같다. 당초 예산보다 금액은 더 커졌지만 한번 해 볼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A는 B와 계약을 하고 5억원이라는 거금의 권리금도 B에게 지급했다. 평생을 월급쟁이 생활만 하였는데 이제 이렇게 큰 점포의 사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다. ​

그런데 영업 첫날부터 문제가 생긴다. 까페의 거래처에서 외상이 수억원 있다고 독촉을 시작한다. 직원들도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한다. 놀란 A는 B에게 연락을 해 보지만, 전화가 꺼져 있다고 나온다. 

알고보니 까페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족족 B가 주식과 도박에 탕진한 탓에 거래처에는 돈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A는 황급히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서 B를 고소하기로 한다.결국 B는 사기죄로 감옥에 갔다. 하지만 A가 B에게 준 권리금은 이미 사라져 버린 뒤였다. A는 계약을 무르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꾸역꾸역 까페를 운영해 오다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폐점했다. 

모든걸 혼자하려해선 안돼!

A가 사기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것을 혼자 알아보려 했기 때문이다. A는 까페 창업 분야에 있어서는 완전한 초보자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A가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고, 까페 분야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거래처로부터 거래원장을 받아서 외상을 확인하라"는 귀중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A는 수십년 공직생활을 하고 박사학위도 있는 전문가였다. 여기서 착각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초보자다"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나는 전문가다"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내가 공무원 30년 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까페 하나 인수하는 정도는 문제없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큰 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기꾼은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들도 속이지만, 자기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도 속이기도 한다. 사진= 연합뉴스
사기꾼은 남의 말을 잘 믿는 사람들도 속이지만, 자기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도 속이기도 한다. 사진= 연합뉴스

아는 척하지 마라...체면도 버려라

이런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기 쉬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선 나이가 들고 한 분야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을수록 "제가 잘 몰라서요.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뭔가 아는 척을 해야 협상에서 유리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기꾼 눈에는 그런 것들이 단번에 드러난다. "아. 저사람이 지금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알아듣는 척을 하는 구나"라고 사기꾼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요리하기 좋은 상대를 만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주로 체면을 중시하고 매너있는 관계에 익숙하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이런 것 까지 확인하자고 해도 되는건가', '이런 것 까지 요구하면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것 좀 확인할게요", "무슨무슨 서류 보내주세요"라는 식의 요구를 하지 못한다. 사기꾼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상대인 것이다. 

사기는 일단 당하면 피해를 회복하기가 정말 어렵다. 막을 수 있을 때 막는 것이 최선이다. 혹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사업을 하려 한다면 일단은 말려야 한다. 안되면 옆에서 지겹도록 참견해야,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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