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초대형 '미즈호은행', 잇따른 시스템 장애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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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초대형 '미즈호은행', 잇따른 시스템 장애 파문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3.14 08: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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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호은행’에서 2주간 시스템 장애가 4차례나 발생
백업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된 시스템은 2019년에 새롭게 구축
일본 ‘전국은행연합’, 이례적인 대응 천명
日 언론, 시스템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 지적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일본의 초대형 은행인 ‘미즈호은행’의 전산 시스템에서 지난 11일 해외 송금 차질 등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은행 임원들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은행에서 대규모 시스템 장애가 지난 1일에도 발생해 이미 은행장이 한 차례 사과를 한데다가 금융청으로부터 자세한 경위에 대한 보고 요구까지 받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포함해 은행 시스템 장애가 지난 2주간 4차례나 발생했기에 일본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며, 다시 한번 일본의 낙후된 IT 환경이 여실히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1일 밤 11시께, 일본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즈호은행’의 외환 송금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법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외환 송금 300건 이상에 지연이 발생했다. 그리고 약 반나절이 지난 12일 정오 이후에야 외환 거래가 재개될 수 있었다. 

이에 후지와라 코지 은행장은 12일 밤에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사과하며 시스템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문제는 미즈호은행에서 지난 2월 28일에도 대규모 시스템 문제가 발생해 3월 1일, 은행 임원진이 이미 한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음에도 다시 시스템 장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주간 4차례나 문제가 발생해 일본 사회에 던지는 충격은 매우 컸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2일, 일본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당일 밤 공중파 방송의 모든 메인 뉴스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다. 

‘미즈호은행, 시스템 장애로 외환 송금 일부에 지연이 생겨 사죄’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TBS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화면 캡처.
‘미즈호은행, 후지와라 코지 은행장이 지난 12일  시스템 장애로 외환 송금 일부에 지연에 대해  사죄하고 있다. 사진=TBS화면 캡처.

이번 문제는 지난 11일 심야 11시 39분에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했다. 외국환 송금 파일을 주고받는 기기에서 장애가 생겼고 백업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던 기기를 12일 오전 3시 50분에 교환해, 오전 6시 38분에 장애가 복구됐다.

그러나 외환결제 시스템에 의한 처리 재개는 정오가 지나서야 가능했다. 이에 각지의 지점 등에서 기업 간의 송금에 지연이 생겼고 시스템 정상화 후, 송금 처리가 끝난 것은 오후 7시 46분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12일 요미우리신문은 ‘이어지는 문제 발생으로 시스템 전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12일 아사히신문은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일본 ‘전국은행협회’가 시스템의 운용 관리와 문제 발생 시의 고객 대응을 철저히 할 것에 관한 내용을 조만간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일본 전국은행협회의 이러한 합의는 이례적인 일이라고도 전했다.

‘미즈호은행, 원인은 기계 고장으로 백업 기능으로의 전환도 되지 않아’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미즈호은행, 원인은 기계 고장으로 백업 기능으로의 전환도 되지 않아’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미즈호은행은 과거에도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 2019년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참이었다. 그러나 지난 2주간 4번에 걸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지난 2월 28일에 시작된 장애로 이달 1일 오후 3시까지에 최대 4318대의 은행 현금 지급기(ATM)가 정지했고 고객의 현금카드 등이 ATM에서 나오지 않는 피해가 5244건 일어났다.

게다가 이번 달 3일과 7일에도 ATM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금융청도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자세한 경위와 원인 등의 보고를 미즈호은행에 요구했다.

‘미즈호은행, 약 2주간 4건이나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모두 다른 요인’이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메인 뉴스 ‘Live News α’. 사진=후지TV화면 캡처.
‘미즈호은행, 약 2주간 4건이나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모두 다른 요인’이라는 자막과 함께 12일 보도하고 있는 후지TV 메인 뉴스 ‘Live News α’. 사진=후지TV화면 캡처.

참고로 미즈호은행은 제일권업은행·후지은행·일본흥업은행의 분할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20세기 일본의 초일류이자 최대급 은행이었다. 이런 미즈호은행의 일본 금융 기관 코드가 ‘0001’인 것에서도 그 규모와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미즈호은행의 전신인 제일권업은행의 전신은 ‘제일은행’이었다. 그리고 이 은행의 초대 은행장은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기업가였고 ‘일본의 설계자’라고도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였다. 제일은행은 1902년부터 1904년까지 대한제국에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 대한제국 지점에서 화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화폐의 1엔, 5엔, 10엔권에는 당시 은행장이었던 시부사와의 초상이 그려져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120년이 지난, 2024년에 발행되는 일본의 새로운 만 엔권 지폐에 이 시부사와의 초상을 넣기로 결정됐고 NHK의 올해 대하드라마에서도 시부사와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가진 일본의 초대형 은행에서 지난 2주간 시스템 장애가 4번이나 발생하며, 현재 일본 IT 환경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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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렐정리 2021-03-14 21:13:39
ㅋㅋ 정치 후진국, IT 후진국 ㅋㅋ 이제 또 뭐 후진국을 할려나요 ㅎㅎ
라미님 좋은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뿅뿅 2021-03-14 15:36:20
ㅋㅋㅋ 그렇게 대단한 은행에서 저렇게 장애가 자주 발생한다니 이건 이거대로 코메디네요
"IT환경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고있다" ㅋㅋㅋ

송이 2021-03-14 15:05:15
일본3대은행중하나인데~헐~
잃어버린100년을향해가는구나~

IO 2021-03-14 14:02:41
세기말에 걱정했던 Y2K가 일본에 정통으로 왔나???시스템이 구리긴 구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