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쿠팡·이베이까지...커머스 공룡들, 왜 'OTT'에 뛰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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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쿠팡·이베이까지...커머스 공룡들, 왜 'OTT'에 뛰어들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12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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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아마존, 한국에선 네이버가 시작
소비자 묶는 락인 효과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수단
이커머스(E-Commerce) 업계가 쇼핑과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OTT) 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이커머스(E-Commerce) 업계가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OTT)와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2일 “최근 네이버와 티빙처럼 이커머스와 미디어 콘텐츠 산업간 연계가 늘고 있다”며 “아직 한국에서 이커머스와 미디어를 연계해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CJ ENM이 운영하는 OTT 서비스 티빙은 지난 4일부터 네이버와 연동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별도 추가비용 없이 영화를 제외한 ‘빈센조’, ‘윤스테이’ 등 7만 여편의 드라마·예능 콘텐츠를 제공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을 내면 네이버 페이 결제액의 최대 5%를 적립해주고 웹툰·영화·오디오 북 대여할인 등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다. 멤버십 회원이 아닐 경우 네이버페이 결제액의 1% 가량만 적립할 수 있기 때문에 쇼핑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미국에선 아마존, 한국에선 네이버가 시작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에서 쇼핑 등 플랫폼 서비스에 콘텐츠를 결합한 구독 상품은 네이버가 처음”이라며 “처음부터 외부확장을 염두에 두고 네이버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고 사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미디어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은 지난 2005년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서비스가 시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회원은 월 회비 12.99달러(한화 1만4671원)을 내면 이틀 내 무료 배송, 홀마켓 식료품 구매시 5% 적립, 전자책·음악·게임 이용 혜택과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말 기준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혜택에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이 추가된다. 사진제공=티빙

아마존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추구하는 쿠팡 역시 월 2900원을 내는 쿠팡 와우 멤버십회원은무료로 쿠팡이 서비스하는 OTT인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직접 OTT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OTT업체와 협력하는 이유를 ▲락인효과(Lock-in)로 인한 객단가 상승 ▲ 싼 가격, 빠른 배송 등 기존 서비스 경쟁의 한계 극복 ▲ 해외진출을 염두한 마케팅 전략 등으로 꼽는다. 

소비자 묶는 락인 효과

락인효과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말한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기준 지난해 12위 수준이었던 한국의 경제 규모는 올해 9위로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한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한국이 전세계 5위다. 더욱이 이커머스 분야 성장속도도 빨라 업체간 소비자를 뺏고 빼앗기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창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어제는 11번가에서 물건을 산 소비자가 오늘은 네이버나 쿠팡에서 쉽게 물건을 산다”며 “OTT 등 미디어 서비스는 이런 소비자 이동을 막기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OTT가 독점 수급하거나 자체제작한 오리지널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 경우 락인 효과를 넘어서 콘텐츠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 소비자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아마존에서 쇼핑에 쓴 돈은 연평균 1400달러(약 158만원)인 반면 프라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국가의 연평균 아마존 쇼핑 소비액은 600달러(67만 8342원)였다. 

이 연구원은 “아마존은 OTT 등을 서비스하는 멤버십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객단가가 높아졌다”면서도 “아직까지 배송속도와 물건 가격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에게 OTT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커머스 플랫폼 로얄티가 높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싼 가격, 빠른 배송' 경쟁...미래 없어

문제는 빠른 배송과 낮은 가격 경쟁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등 기술발전이 필요하고 개별 업체가 일정정도의 영업이익을 유지할 필요도 있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결국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은 한계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경쟁은 치열한데 고객 혜택을 늘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쉬운 수단이 잘 만든 영화 한 편이나 드라마다”고 말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2017년 오스카 파티에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가 2017년 오스카 파티에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함께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아마존 창립자 제프베조스는 지난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오스카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회비를 내기 때문에 공짜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수준 높은 ‘작품’을 제공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이 자체제작한 ‘맨체스터 바이더씨’ , ‘세일즈맨’ 등이 각각 201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남우주연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2019년엔 TV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플리백', '더 마블러스 미세스 메이즐' 등 다양한 작품이 상을 받았다. 

해외 진출위한 마케팅 수단

업계에선 쿠팡의 해외진출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본다.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진출 가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시장은 동남아시아, 일본 또는 중국으로 꼽힌다. 이들 국가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OTT를 통해 공급하는 '한류' 미디어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참여해야 하는 국내 업체의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글로벌 사업자가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려는 이유를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로 본다”며 “한국 콘텐츠가 동남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콘텐츠 투자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숍이 웹드라마를 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마켓 글로벌숍은 중국이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국 제품을 파는 온라인플랫폼이다. 

G마켓 측은 “글로벌숍이 전세계적인 신한류 콘텐츠 허브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컨텐츠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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