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7조→72조원’ 된 쿠팡...공모가 35달러로 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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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57조→72조원’ 된 쿠팡...공모가 35달러로 오른 이유는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11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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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공모가 32~34달러보다 높은 수준…국내 시총 3위
아마존·이베이·알리바바와 비교해 PSR 합리적인 수준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미국식 기업가치 측정 기준
상장 후 주가, 긍정적이나 장기적으론 더 지켜봐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주식 공모가가 35달러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11일 "기업공개 대상인 1억3000만주(클래스A 보통주)에 대한 공모가격을 주당 미화 35달러로 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쿠팡의 공모가가 35달러로 정해졌다. 쿠팡은 11일 "기업공개 대상인 1억3000만주(클래스A 보통주)에 대한 공모가격을 주당 미화 35달러로 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하루 전에 수정한 희망 공모가 32~34달러보다도 높다. 불과 9일 전까지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희망가가 27~30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 사이에 기업가치가 최대 57조 원에서 72조 원으로 대략 15조 원이나 뛴 셈이다.

공모가는 특정 기업을 시장이 평가한 처음 몸값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공모가 35달러를 감안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630억 달러(약71조8000억 원)다.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으로 삼성전자(488조 원), SK하이닉스(99조 원)에 이어 3위다. LG화학(66조 원)은 물론이고 쿠팡의 경쟁상대인 네이버(61조 원)·카카오(41조7000억 원)도 앞지른다.  

11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을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시장에서 사들이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상장 후 직접투자나 ETF를 활용한 간접투자는 가능하다. 

합리적인 PSR·‘성장’에 초점 맞춘 미국식 기업가치 측정

쿠팡이 상장 전날 공모 희망가 범위를 4~5달러 올린 이유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기업설명회)와 청약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며 시장에서 자사 주식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훨씬 더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70조 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을 피어그룹(비교기업)들과 비교해 적정한 수준으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SR는 높은 성장성에도 적자가 많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지표로, 주가를 주당 매출로 계산한다. PSR가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쿠팡의 PSR이 3.7배에 해당하는데, 같은 시점 미국 아마존의 PSR이 3.3배, 이베이의 PSR이 3.2배, 알리바바의 PSR이 6.0배인 것을 감안하면 (쿠팡의 기업가치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의 거래액(GMV) 기준 PSR은 2.7배에 해당하는데, 이는 오픈마켓(C2C)인 이베이나 알리바바의 0.4배, 0.6배 보다는 높으나, 같은 직매입(B2C) 기업인 아마존의 3.1배 보다는 낮아 역시 무리 없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쿠팡 공모 개요. 자료=WSJ, 쿠팡 상장신고서
쿠팡 공모 개요. 자료=WSJ, 쿠팡 상장신고서

또한 미국식 기업가치 측정 방법이 쿠팡에도 적용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해 말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상장한 도어대시, 에어비앤비는 투자설명서 제출-상장신고서에 희망 공모가 제시-최종 공모가 확정 등 3단계를 거치면서 공모가격이 계속 올랐다. 

미국 음식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는 상장 전 로드쇼에서 75~85달러의 공모가를 제시했으나 이후 목표치를 90~95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투자자들은 도어대시의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그 결과 상장 첫날 확정 공모가 102달러보다 92% 상승하며 시초가 186달러로 데뷔했다. 

쿠팡은 도어대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도어대시는 누적 적자에도 플랫폼에 가입하는 음식점 수에 중점을 두고 이 수치를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쿠팡 역시 공격적인 투자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전국에 배송 인프라 망을 구축하기 위해 물류센터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갈수록 매출이 증가하고, 충성고객수가 높은 것도 같다. 

쿠팡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마존은 미국 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47%이지만, 쿠팡은 아직 국내 점유율 13%로 1등 네이버와 4% 포인트 정도 격차난다. 달리 보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지영 연구원은 “쿠팡은 작년 매출 성장률 91%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아마존의 38%와 알리바바의 30%, 그리고 이베이의 19%를 크게 추월하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 역시 “쿠팡의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2024년 25%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며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40%를 훨씬 넘는데 비해 쿠팡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시가총액이) 적절한 범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저금리 기조 유지’ 그래도 오른다…美 기술주, 밝은 전망

미국 저금리 기조에 따른 주식시장 주가 강세 분위기와 기술주의 밝은 전망도 쿠팡이 높은 공모가를 받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지난 4일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올들어 꾸준히 저금리 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달 10일 뉴욕 이코노미 클럽의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서는 “아직 노동시장이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만큼 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선 참을성 있게 순응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올리거나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들어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심한 부침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가들은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월가의 ‘큰손’들은 낙관적인 증시 전망을 내놓으며 아마존 같은 기술주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아마존의 주가가 현재는 비싸 보이지 않는다”며 아마존이 온라인 소비를 늘리는 등 소비자 행동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런 분위기는 쿠팡에게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이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가 급등했던 지난해 대형 기술주 중 가장 큰 매출 성장을 기록한 만큼,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쿠팡도 이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라는 건 일시적으로 폭락하거나 주춤하더라도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돼있다”면서 “쿠팡은 코로나19 흐름도 잘 탔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치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시가총액 100조 원 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상장 직후 주가 움직임이 관건…과로사 문제는 해결해야

이제 관심은 상장 이후의 쿠팡 주가 움직임이다.

시장의 관측은 쿠팡 주가가 공모가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WSJ는 “쿠팡 주가가 에어비앤비나 도어대시처럼 거래 첫 날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쿠팡의 미 증시 상장을 2014년 중국 알리바바 상장 이후 외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예상했다.

실제 최근 뉴욕증시에 상장된 스타트업 기반 기업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최종 공모가 대비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르며 거래가 시작됐다. 만약 쿠팡 주가가 에어비앤비처럼 2배 이상 폭등할 경우 쿠팡의 기업가치는 100조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보다 하루 전날인 10일(현지시간) 상장한 미국 온라인 게임업체 로블록스 역시 시초가 64.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69.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직상장 첫날 기준가인 주당 45달러보다 54.44% 상승한 것이다.

WSJ은 “올해 IPO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로블록스와 쿠팡에 투자 자금이 쏠리면서 초기 투자자들에겐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계속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많은 돈이 몰려있는 미 주식 시장 상황과 첫 등장에 따른 관심으로 단기적으로는 오를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이뤄지기엔 몇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쿠팡의 공격적인 성장을 막기 위해 네이버와 이마트가 손을 잡는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두 기업이 성공적으로 2500억 원 가량의 지분을 맞교환한다면, 네이버는 이마트의 상품 소싱 능력을 얻고, 이마트는 네이버의 플랫폼과 CJ대한통운 물류 서비스를 얻게 된다. 

또한 쿠팡은 상장을 앞두고 지난 6일 쿠팡맨을 관리하는 캠프리더와 택배 기사가 잇따라 숨졌다. 쿠팡은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쿠팡은 노동자들의 일련의 부상과 사망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경찰의 질의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IPO에 대한 투자 열기를 저해할 가능성은 작지만 이 회사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1년 동안 쿠팡에서 일하다가 숨진 근로자만 모두 6명이나 되는 점은 분명 부담스럽다.

김대종 교수는 “이번 상장으로 쿠팡이 5조 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되면 자체 인력 채용에 많이 투자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과로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 명이 피킹·패킹·분류·배달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하지 않도록 업무를 세분화해 인력을 채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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