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술’ 막걸리도 인상했는데…라면값은 왜 못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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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 막걸리도 인상했는데…라면값은 왜 못 올릴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3.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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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주재료 밀·팜유, 7개월 이상 가격 상승中
업계 관계자 “라면은 가격 인상에 민감한 제품”
오뚜기, 라면 9% 인상 공지했다 번복…업계는 난감
농심, 오뚜기 등 라면 업체가 라면 가격 상승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심, 오뚜기 등 라면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상승에 판매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으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연말연초부터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밥상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식료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햄버거·통조림·빵은 물론 즉석밥에 막걸리까지 가격이 인상됐다. 하지만 유독 가격 인상에 눈치를 보고 있는 식료품이 있다. 바로 ‘서민 대표 음식’이라 불리는 라면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농축산물과 외식 및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1% 높아지며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116.0포인트로 전월(113.2) 대비 2.4%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곡물은 1월(124.2포인트)보다 1.2% 상승한 125.7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해서 26.5% 오른 수준이다. 유지류는 6.2% 상승한 147.4포인트로,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51% 급등한 수치를 기록했다. 팜유는 동남아시아와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 생산량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아 가격이 상승했다.

명목 및 실질 세계 식량가격지수. 자료=농식품부

라면의 원재료는 곡물과 유지류인 소맥분과 팜유다. 라면 원가의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밀은 지난달 변동사항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가격이 19.8% 높다. 팜유 가격 역시 1년 새 37% 상승했다.  

그럼에도 농심,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계들은 라면 가격을 올리는데 고심하고 있다. 서민 필수 식품으로 꼽혀 가격 인상에 대해 유독 예민한 식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은 여태껏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 왔다”면서 “농심의 경우 2016년 말, 삼양식품은 2017년 5월 라면 가격을 조정했는데 그때도 (가격) 인상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면은 소비자들에게 가깝고 친숙한 제품이기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인상 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뚜기는 지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진라면 5개입 가격을 2750원에서 3000원가량으로 9% 정도 올리겠다고 지난 2월 말 발표했으나 없던 일이 됐다. 대형마트에 보냈던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공문도 취소했다. 여론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총대 메고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가 더욱 더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여러 곳에서 팔고 있을 때 (다른 기업에) 뒤이어 가격 인상을 공지하는 건 부담이 덜하지만 먼저 나서서 발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면업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의 각 시장 점유율. 자료=닐슨코리아

농심은 라면 시장에서 약 5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후발주자들은 호시탐탐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어 누구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업계 2위 오뚜기만 해도 지난 2013년 14.1%, 2016년 23.4%, 2019년 23.8%으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팔도는 라면 시장에서는 9.1% 시장 점유율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지만, 비빔면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 1위다. 여기에 하림까지 라면 시장 진출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라면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수혜를 봤음에도 농심과 오뚜기가 올 1분기 증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농심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2조6900억 원,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1182억 원으로 추정 된다”며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 분을 반영해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라면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인상 요인은 분명히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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