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가치와 의미가 내재된 미술 투자의 원리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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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가치와 의미가 내재된 미술 투자의 원리원칙
  •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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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중산층, 미술과 문화콘텐츠에 관심 커져...'新구매층' 부상
미술품 컬렉션은 투자·수집 욕구 실현에다 '창작활동 후원' 의미도 지녀
올바른 투자자, 투자상품의 미래가치 볼줄 알아야...'최적의 판매 시기' 기다릴 줄도
최고운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예술은 창작하는 사람, 공감하는 사람에 의해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다. 공감하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만큼 예술 작품의 생명성은 강해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중산층이 미술과 문화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공감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꺼이 투자하고, 자신만을 위한 작은 사치에 돈 쓸 의지도 갖고 있다.

가치 소비를 통해 힐링도 하고 예술적 안목까지 높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자산가와 일부 미술품 수집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미술품 구입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일반인들에게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 컬렉션이란?

인간은 태생적으로 무언가에 대한 수집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미술품 컬렉션은 본래의 수집 욕구 충족 차원을 넘어서 작가 및 미술단체들의 생활을 돕고, 예술가들이 원활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후원(後援)' 역할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미술 투자의 가장 큰 매력적인 특징인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뒷받침하고 장려하는 아주 의미 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에서 젊은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중산층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작가중 한 사람인 하태임 작가의 작품이다.하태임 Ha TaeIm 통로 Un Passage No. 201002, 140x14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020 © Image Copyright Artist Estate
미술시장에서 젊은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 중산층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작가중 한 사람인 하태임 작가의 작품이다. 하태임 Ha TaeIm 통로 Un Passage No. 201002, 140x14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Acrylic on Canvas, 2020 © Image Copyright Artist Estate

이러한 효용 및 가치, 때때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미술품의 가격 등의 이유로 미술품은 다른 투자 자산들과 구분되는 매력적인 투자재로 우뚝 서게 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금융자산 및 다른 투자상품과 동일한 잣대로 미술 투자의 수익률과 위험률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미술품은 유일무이한 '유일성'을 갖고 있어 어떤 투자 상품보다도 소유자가 한정된다. 또한 미술품을 만드는 작가 역시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제작을 무제한으로 할 수 없다. 결국 미술품은 공급과 소유가 제한적이기에 시장의 요구에 따라 가격도 큰 변동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나아가 미술품 가격은 동일한 작가의 작업이라 할지라도 크기, 제작년도, 내용, 재질, 보존 상태, 소유 경로, 작가의 철학, 작가가 작업에 임하는 태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점들을 헤아려 작품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것을 소위 말해 ‘안목’이라 하는데, 이 안목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경험과 관심, 지식이 융합되는 어려운 학습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술 투자가 일반인들에게 깊숙히 전파되지 못했다.

명품 대신 미술품을 사는 시대가 진작에 도래되었지만, 여전히 미술품보다 명품 구입이 훨씬 더 익숙한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첫 미술 투자 입문에서는 반드시 안목을 겸비한 미술 전문가를 통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고 구매하는 경로를 추천한다.

미술시장의 구조부터 알아야

그렇다면, 안목은 어떻게 키워야 하며, 미술 투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미술시장 구조의 정확한 파악’이다. 미술시장은 크게 작가, 중개자(화랑, 경매 회사, 아트 딜러), 수요자(컬렉터)가 있으며, 이들은 바람직한 미술시장 형성을 위해 서로 균형을 맞춰 상호 보완적으로 각각 중요한 역할 및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현재 미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품 유통경로인 경매 회사의 역할과 기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미술품 경매 회사가 1996년부터 설립돼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으로 확장됐다. 유럽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경매 회사만이 갖는 투명성과 공개적이면서도 경쟁적인 판매 방식이라는 면에서 급부상하였다. (미술품 경매 회사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중심적으로 다룰 예정.)

자료=2020 미술시장실태조사(2019년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재)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
자료=2020 미술시장실태조사(2019년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재)예술경영지원센터 발행

훌륭한 투자자는 당장의 수지 타산보다 투자상품의 미래가치를 본다고 한다. 미술 투자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 못지않게 판매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까지 기다리는 인내력이 중요하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단순히 투자수익률에만 집착하다 보면 견뎌내기 힘들 수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미술품 컬렉션은 양질의 예술 작품을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작가를 뒤에서 응원하는 역할과 국내 미술시장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주역의 역할까지 포함하는 것이기에 자긍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이 주는 감상의 기능을 즐기며, 진정성 있는 미술품 컬렉터로서 미술 투자를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

● 필자인 최고운은 11년 차 큐레이터다. 권진규 미술관(춘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진주), 록갤러리(서울) 등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 재조명 전시기획 독립큐레이터 활동(2014-15) 및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 등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강의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보조/자료 리서치 임선미 RA(Research Assis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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