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대기업·제약사, '품질조작' 또 드러나...수십년간 알고도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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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대기업·제약사, '품질조작' 또 드러나...수십년간 알고도 숨겨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3.08 10: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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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제약사·전자업체가 오랜기간 데이터 조작 드러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기업 구조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두 회사 모두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변
막대한 비용 발생으로 리콜은 엄두도 못 내
다시 큰 흠집이 생긴 日기업의 신뢰도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오피니언뉴스=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지난 2월, 일본과 미국의 유명 완성차 업체에 브레이크를 납품하는 차량용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아케보노 브레이크공업’이 20년간 11만 건의 데이터를 조작한 것이 밝혀져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중견 제약사와 전자 기기 대기업이 오랜 기간동안 품질 조작 및 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 다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의 원인을 일본 기업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복제약 제조 중견 기업인 니치이코(日医工)는 품질시험에서 부적합품이 적합품이 되도록 조작하는 부정을 저질러 온 것이 발각됐다. 그리고 이로 인한 제품의 회수가 반복되자 도야마현은 니치이코에 지난 5일부터 약 1개월간의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작년 2월 도야마현의 불시 조사와 그 후 이뤄진 사내 조사로 전모가 밝혀졌다. 이에 니치이코는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문제가 된 의약품을 회수했다. 그런데 대상이 된 의약품은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고혈압약에서부터 정신안정제 등 75개 품목에 이르고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니치이코, 제조 공정 등에 문제가 있어 복제 의약품 75개 품목을 자율 회수’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TBS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화면 캡처.
지난 5일 '니치이코, 제조 공정 등에 문제가 있어 복제 의약품 75개 품목을 자율 회수’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TBS 메인 뉴스 ‘news23’. 사진=TBS화면 캡처.

게다가 지난 3일, 기자 회견에서 회사 임원이 밝힌 내용은 일본인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주력인 도야마 제1 공장에서 행해진 제품 검사에서 불합격된 약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가공하는 등의 위법한 제조가 이뤄졌으며, 그것도 10년 이상 전인 2009년경부터 행해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도야마현은 지금까지 소비자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산관리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주력인 도야마 제1공장에는 제조 정지 32일, 본사에는 판매 업무정지 24일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니치이코는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 체제 강화를 하는 한편 사장에게 3개월 무급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일본 중견 제약사인 ‘니치이코’의 경영진이 “전 세계의 환자와 가족의 건강에 공헌하는 의약품을 제공하는 회사로써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대규모 검사 조작에 대해 3일 사과했다. 사진=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 9' 화면 캡처.
일본 중견 제약사인 ‘니치이코’의 경영진이 “전 세계의 환자와 가족의 건강에 공헌하는 의약품을 제공하는 회사로써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대규모 검사 조작에 대해 3일 사과했다. 사진=NHK 메인 뉴스 '뉴스워치 9' 화면 캡처.

‘일본 복제약협회’는 3일, 관련 업계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니치이코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도야마현이 발표한 행정 처분의 내용을 근거로 조만간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도 전했다.

품질관리 소홀 문제는 같은시기 대기업이 운영하는 자동차용 오디오 제조업체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4일, 일본의 경영 전문 매체인 ‘프레지던트 온라인(PRESIDENT Online)’은 ‘미쓰비시전기’가 생산하는 자동차 라디오의 품질 비리 문제가 일본 완성차업계 간부들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전기는 일본의 종합 전자 기기 업체이고 미쓰비시 그룹의 핵심이 되는 대기업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자동차 라디오는 일본의 완성차 업체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탑재하는 제품이다. 그런데 미쓰비시전기가 EU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제품임을 알면서도 고객인 완성차 업체에 계속 납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납품한 부적합 제품의 수는 무려 30만 대를 넘는다고 한다.

이 문제가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리고 12월에 사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EU의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지난 2017년 6월부터 3년 4개월에 걸쳐 완성차 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 측은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유럽 지역의 AM 라디오 수신 시 음성에 잡음이 섞일 가능성은 있지만,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레지던트 온라인에 따르면 이 문제는 법령에 따른 리콜이나 벌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자동차회사가 자발적으로 리콜하고 배상금을 요구하는 때도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만약 부적합 제품이 모두 리콜될 경우 배상액은 단순 계산으로 100억 엔(약 104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문제가 된 미쓰비시전기가 유독 소비자 안전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며 분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발각될 것이 두려워 위조 및 은폐 공작을 벌였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인 완성차 업체에는 EU의 규격에 적합하다는 ‘거짓 적합 선언서’까지 버젓이 제출했으면서 정작 제품 검사에는 ‘개조 제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부적합품인 것을 알면서도 문제제품의 생산·출하를 계속한 행위는 지극히 악질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기업 구조를 잘 아는 변호사는 “(미쓰비시전기의 경우)특히 기술계 부문에서는 타 부문으로의 인사이동이 적다”며 “기업 구조상 특정 상사를 오래 모셔야 하고 승진하려면 절대복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전기의 홍보 영상에서 품질(Quality)을 강조하고 있는 장면. 사진=미쓰비시전기 홈페이지의 홍보 영상 화면 캡처.
미쓰비시전기의 홍보 영상에서 품질(Quality)을 강조하고 있는 장면. 사진=미쓰비시전기 홈페이지의 홍보 영상 화면 캡처.

이번 사태에 관한 일본 네티즌들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니... 10년 이상 나쁜 짓을 했는데 이건 아니잖아. 이 회사는 파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제약사는 꽤 큰 회사이다. 이 회사의 복제약을 누구나 한 번은 복용한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복제약에 대한 불신이 계속되면 지금까지 복제약 사용률의 증가에 따른 의료비 절감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등 문제 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월 세상에 드러난 차량 브레이크 제조 업체의 데이터 대량 위조 사태와 이번 사태를 비교해 보면 공통점이 있다. 우선 제품에 대한 위조 및 은폐가 오랜 기간에 걸쳐 대량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매우 심각한 사안임에도 제품에 큰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넘어가려 했었다. 특히, 모든 제품을 회수한 복제약 업체와 달리 미쓰비시전기의 경우, 예상되는 막대한 리콜 비용 때문에 쉬쉬하며 넘기려는 모습은 지난 2월 큰 논란이 됐던 자동차 브레이크 검사 결과 위조 상황과 판박이다.

과거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라는 문구는 전 세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임을 상징하는 동시에 일본인의 긍지이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과거의 영광에 오랫동안 안주해 버려 어느덧 폐쇄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극도로 꺼리는 일본으로 변해 버렸다. 하루가 달리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계정세에 적응하지 못해 점점 도태되어 가고 있는 듯한 상황이 일본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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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쏠라미 2021-03-10 16:04:58
기사 잘 읽고 갑니다!

보렐정리 2021-03-09 07:13:34
국민 목숨을 담보로 장난치는 것들은 사형 시켜야하는데
관련자들 어떻게 처리 할지 궁금하네요

소시민 2021-03-09 02:42:01
역사왜곡을 잘하니 이런것도 잘하네

니모 2021-03-08 23:23:30
일본하면 원칙주의자, 완벽주의자 마냥 홍보하더니만.
이젠 그런말 못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