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29)순수의 세계, 백차..'백호은침'
상태바
[문기영의 홍차수업] (29)순수의 세계, 백차..'백호은침'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3.07 0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대 다류중 백차, 중국 푸센성서 소량생산되던 차...물색에 가까워
백호은침, 갓 채엽된 연녹색 싹에 솜털이 붙어있는 그대로 건조시켜
떫은 맛 전혀 없고, 삼키고 나면 고소한 듯 부드러워...달콤한 뒷맛도
"참으로 아련한 맛...마음이 급하거나 안정되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맛"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차는 녹차, 홍차, 우롱차(청차), 보이차(흑차), 백차, 황차 6가지로 분류하며 이를 6대 다류 라고 한다. 6대 다류는 모두 다 차나무의 싹이나 잎으로 가공하되 가공방법 차이로 구분한다.

다양한 차 이름들

그러면 이들 각각의 이름은 무엇을 기준으로 붙였을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은 우려진 차의 수색이다. 영어 표현도 녹차는 Green Tea, 백차는 White Tea, 황차는 Yellow Tea로 그대로 번역했다.

반면에 홍차는 레드 티(Red Tea)라고 하지 않고 블랙 티(Black Tea)라고 부른다. 중국인은 우려진 수색을 붉게 보아 홍차라고 했지만 영국인은 찻잎 색상이 검은색에 가까워 블랙 티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이러다 보니 흑차는 뜻 그대로라면 블랙 티(Black Tea)라고 해야겠지만 “다크 티(Dark Tea)”라고 부른다.

각 차의 이름은 우려진 수색을 보고 붙였다고 하나, 다양한 설이 있다. 사진= 구글
각 차의 이름은 우려진 수색을 보고 붙였다고 하나, 다양한 설이 있다. 사진= 구글

흑차의 한 종류이나 워낙 많이 알려져 흑차를 대표하게 된 보이차는 “푸얼(Puer/Puerh Tea)티” 인데, 생산된 차의 집산지 역할을 한 도시인 보이(普洱)의 중국 발음이다. 모카커피 이름이 예멘의 커피 수출항구인 모카 항에서 유래한 것과 비슷하다. 

우롱차는 청차(Blue Tea)라고도 하지만 그냥 우롱차(Oolong Tea)라고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홍차의 영어식 명칭일 것 같은 레드 티(Red Tea)는 허브 차인 루이보스를 가리킨다.

백차, 그중에서도 '백호은침'

백차는 6대 다류중 하나라고 하지만 2019년 기준으로 중국 차 생산량의 1.3%에 불과한 소량이 생산되었다. 이것도 유럽이나 미국에서 백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지난 10년 동안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서 그렇다. 백차(白茶)는 원 생산지인 중국 푸젠성 에서도 아주 소량 생산되어 귀한 차로 여겨졌다. 이 원래의 귀한 백차가 '백호은침'이라는 전통 백차다.

백호은침은 정화대백, 복정대백 이라는 차나무 품종의 싹으로만 만들어진다.(정화와 복정은 푸젠성에 있는 지명이름이다). 갓 채엽된 싹은 연녹색에 솜털이 붙어있다. 이 싹을 녹차, 홍차와는 달리(즉 살청이나 유념과정 없이) 긴 위조(시들리기)를 거쳐 건조만 한다. 따라서 완성된 백차 외형은 채엽될 때 원래 싹 형태를 그대로 갖고 있다. 다만 긴 위조 과정 중에 싹에 들어있던 엽록소가 증발해 은색을 띠는 흰색으로 변했을 뿐이다.

백호(白毫: 흰색 솜털)로 덮힌 은침(銀針: 은색 바늘). 사진= 구글
백호(白毫: 흰색 솜털)로 덮힌 은침(銀針: 은색 바늘). 사진= 구글

뜻 그대로 백호(白毫-흰색 솜털)로 덮힌 은침(銀針-은색 바늘) 모양이다. 백호은침 명칭은 차 외형을 그대로 묘사했다. 그래서 영어 명칭도 실버 니들(Silver Needle)이다. 차 이름이 수색에서 왔다고 하지만 백차인 백호은침 수색은 흰색 이라기보다는 거의 물색에 가깝다. 게다가 우려진 차 맛 또한 물색에 가까운 수색만큼이나 선명한 특징이 없다.

만일 차 전문점에서 차를 잘 모르는 고객이 비교적 고가인 - 싹으로만 만들어져 비싼 편이다 - 백호은침을 주문하면 찻집 주인은 백호은침의 특징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 명성만 막연히 들어본 적이 있는 초보 차 애호가들이 가격을 통해 기대한 맛과 달라서 당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혹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유념과정 없이 가공된 백호은침은 상처가 없다. 즉 잘 우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싹으로만 되어 있어 여리기도 하다. 따라서 끓였다가 식힌 80도 전후의 물에 6~8분 정도 길게 우려야 한다.

어느 정도 훈련된 미각을 가져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백호은침의 매력이다. 사진= 구글
어느 정도 훈련된 미각을 가져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백호은침의 매력이다. 사진= 구글

백호은침의 독특한 매력

좋은 백호은침으로 잘 우려내면 물색 같다고 표현한 수색은 아주 옅은 베이지색을 띤다. 수색이 매우 안정되어 있고 고급스럽고 예쁘다. 옅은 수색과 달리 입안에서 느껴지는 바디감은 꽤 있다. 떫은맛은 조금도 없다. 삼키고 나면 고소한 듯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뒷맛이 길게 남는다. 참으로 아련한 맛이다. 마음이 급하거나 안정되어 있지 않을 때는 느끼기 어려운 맛이다.

사실 어느 정도 훈련된 미각을 가져야만 그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백호은침의 매력이다.

중국에서만 생산되든 백호은침은 그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다즐링, 아삼, 닐기리, 케냐 등에서도 생산된다. 그 중에서도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백호은침은 실론 실버 팁스(Ceylon Silver Tips)라고 불리면서 저렴한 가격 대비 맛과 향이 뛰어나 인기가 많다.

왼쪽이 백모단, 오른쪽이 수미. 사진= 문기영/구글
왼쪽이 백모단, 오른쪽이 수미. 사진= 문기영/구글

백호은침 외에도 백모단, 수미 라는 이름을 가진 백차도 있다. 이들도 푸젠성에서 생산되며 백호은침과 마찬가지로 대백종 차나무로 만든다. 다만 백모단은 싹 뿐만 아니라 잎도 포함되고, 수미는 주로 잎으로만 만든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맛도 백호은침 보다는 뚜렷한 편이라 서양에서는 백모단이 인기 있다. 저렴한 가향 백차의 베이스 차로는 주로 수미를 사용한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