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애플, 예전 같지 않은 ‘갤럭시’...고민 깊어지는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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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애플, 예전 같지 않은 ‘갤럭시’...고민 깊어지는 삼성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03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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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올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애플 1위
삼성전자 플래그십 시장에서 애플에 밀려
"한번 애플에 넘어간 소비자는 안드로이드로 돌아오기 어려워"
"삼성전자 차기작도 플래그십 시장에서 영향력 회복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1 판매량이 갤럭시S10보다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지난 10년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애플에게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아이폰12시리즈’의 인기는 높은데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인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 전자 상가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 중인 A 씨는 3일 “갤럭시S20도 그랬지만 이번 갤럭시S21도 고객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A씨 매장에서 번호이동 없이 갤럭시 S21기본 모델을 공시지원금을 받아 구입하려면 할부 원금 16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24개월 약정에 월 6만원대 요금제 사용이 조건이다. 아이폰12 기본 모델(128GB 기준)은 공시지원금이 적어 선택약정으로 기기값 99만2000원에 한달에 11만원대 요금제를 24개월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스마트폰 업체별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키움증권, 카운터포인트

통신사 이동, 사용 요금제 등에 따라 할인 혜택에 차이가 있지만 아이폰12 기본 모델을 구입할 경우 90만원 후반대의 할부원금을 내고 매달 9만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써야 한다. 

A씨는 “사실상 갤럭시와 가격 차이가 크지만 아이폰12프로 모델은 지금도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변 매장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모델을 구매하려 해도 매장에 따라 공시지원금과 매월 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 중 추천해주는 혜택은 달랐다. 다만 최근 아이폰12 대비 갤럭시 시리즈의 구매 비중이 낮고, 갤럭시S21이 갤럭시S9나 갤럭시S10등 전작과 비교해 인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 매장은 그나마 전체 매출에서 갤럭시S21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온라인 대리점 보다 높은 편이다. 

(왼쪽부터) 아이폰12 프로 맥스, 아이폰12 프로(Pro), 아이폰12, 아이폰12 미니(mini). 사진제공=애플
(왼쪽부터) 아이폰12 프로 맥스, 아이폰12 프로(Pro), 아이폰12, 아이폰12 미니(mini). 사진제공=애플

한 통신사 온라인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온라인은 주로 젊은 고객이 이용해서 아이폰 판매 비중이 높다”며 “사전예약 때부터 갤럭시S21은 반응이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휴대폰 유통업계에서도 아이폰12프로 맥스는 출고가가 147만4000원임에도 지난해 11월 출시후 국내에서 물량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20의 흥행 성적이 워낙 안 좋아 S20대비 S21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이제는 삼성이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해도 매장 앞에 밤을 새워 줄을 서는 예전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등의 영향으로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 맞춰 매장 앞 줄서기 대신 온라인 신청 등으로 구매 방식이 바뀌었지만 시장 반응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T월드강남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삼성 갤럭시노트7' 출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3일 (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올 1분기까지 6개월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디지타임즈는 애플이 이 기간 아이폰 시리즈를 포함해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억5000만대를 출하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에 9000만대, 올 1분기에 6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할 것으로 집계한 것이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 2위는 삼성전자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각각 6000만~6500만대 수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이 소폭 낮아졌다. 

지난 1월 8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키움증권, 카운터포인트

더욱이 800달러(한화 약 90만원) 이상 플래그십 모델 경쟁에서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12시리즈에 밀리고 있는 상황은 삼성전자에게 더 치명적이다. 스마트폰 매출 중 플래그십 모델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은 플래그십 경쟁에서 애플에 밀리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소득 양극화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늘었지만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이 확고한데 삼성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가격대별 시장 점유율 변화추이. 자료=키움증권, 카운터포인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화웨이가 41%, 비보 18%, 오포 16%, 애플이 1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집계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대 였다. 

같은 기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7% 줄어든 상황에서 화웨이(-3%), 비보(-22%), 오포(-26%), 샤오미(-15%)가 역성장할 때 애플(+5%)은 홀로 점유율을 높여 뚜렷한 차이를 만들었다. 

우울한 시장전망… 깊어지는 삼성의 고민

문제는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 모델이 나와도 시장 상황이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갤럭시S21의 출시전에도 시장은 큰 기대가 없었다”며 “초기 갤럭시 시리즈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큰 폭의 성능 향상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상향 평준화로 차별점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의 한 통신사 직영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S20과 S21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며 “게임을 하는 고객이 아니고서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 역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S21은 전작과 차이가 없는데 가격이 비싸다”며 “애플 골수팬들은 가격을 신경쓰지 않아서 현재 갤럭시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폰 시장에서 애플에 한 번 밀린 점유율은 되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운영체제 특성상 안드로이드에서 애플로 넘어가는 것보다 애플을 쓰다가 안드로이드로 넘어오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며 “특히 프리미엄폰의 소비자층은 애플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점유율을 역전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폴더블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플래그십 시장에서 삼성이 앞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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