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영화와 현실속 '사기 범행'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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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의 사기 안 당하는 法] 영화와 현실속 '사기 범행'의 차이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3.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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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사기, 사악한 놈들이 주인공...붙잡고나면 돈도 회수해
현실속 사기, 빌려준 돈 돌려받을 가능성 매우 희박해
돈 빌려줄 땐 ‘사람’만 볼 게 아니라 ‘계획’과 ‘능력’도 검증해야
류인규 시월 대표변호사
류인규 시월 대표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A는 사업에 실패해서 전 재산을 잃었다. ​

그런데 오랜만에 참석한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친구가 비트코인 투자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A는 그날 바로 수중에 있는 100만원을 가지고 비트코인 투자를 해본다. 신기하게도 몇 시간 안에 돈이 2배가 되었다.  A는 "자본금이 10억이었다면....2배면 20억인데....."라는 생각에 빠져든다.​

A는 주변사람에게 돈을 빌려보려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투자할 테니까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선뜻 빌려줄 사람이 없다. A는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 "중국 거래처에서 코로나 때문에 돈이 묶여서 이번 달 정산금이 한달 늦어지게 되었다. 다음 달에 바로 갚을 수 있으니 1억 원말 빌려 달라"고 말하며, 몇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 그 과정에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거래처 명의의 이메일까지 위조한다.​

순식간에 통장에 수억 원이 생긴 A는 공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A가 빌린 돈은 한 달도 못 돼서 바닥이 났다. A는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되고, 거짓말을 덮기 위한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결국 피해자 중 한명이 A를 고소하면서 A의 사기극은 막을 내린다.

영화와 사뭇 다른 현실에서의 사기

조금 허탈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나타나는 사기꾼들은 대부분 A와 같은 모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사기꾼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기꾼들은 순진한 사람에게 접근하여 이들의 돈을 빼돌린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악한 자들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게 '사기범행'을 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대부분의 금전거래는 통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모든 연락은 핸드폰을 통하기 때문에 사기꾼의 흔적은 곳곳에 남는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쌓이고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도망쳐 봐야 몇 달 안에 잡히기 마련이다. 열심히 돈을 숨겨봐야 결국에는 대부분 발각된다. 기껏해야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 정도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이 도망치기 어렵다면, 도대체 왜 주변에는 사기 피해자들이 그토록 많은 것일까? 현실속의 사기꾼들이 대부분 A와 같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A와 같은 부류는 남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었던 자들이다. 따라서 애초에 도망칠 계획도 없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한방에 크게 돈을 벌어서 빌린 돈도 갚고 자기도 잘 먹고 잘 살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돈을 갚지 못하게 되고 결국 고소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쨌든 남을 속여서 돈을 받아갔으니 엄연한 사기범죄가 성립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다.​

미국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한 장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톰 행크스가 그를 쫓는 FBI 요원으로 나오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사진= 영화 화면 캡처
미국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한 장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톰 행크스가 그를 쫓는 FBI 요원으로 나오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사진= 영화 화면 캡처

돈 되찾는 해피엔딩 거의 없어

이 역시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악독한 사기꾼을 잡아내어 이들을 감옥에 보내고 돈도 되찾는 해피앤딩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기꾼이 감옥에 가도 피해자가 돈을 되찾기는 너무나 어렵다.

피해자들의 돈은 대부분 선물이나 옵션거래, 또는 비트코인과 같은 고위험투자에 이용되었거나 심지어 인터넷 도박을 통해 사라져버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변호사 할아버지가 와도 돈을 받아낼 수 없다. 변호사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사라져 버린 돈을 만들어서 가져올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사기당한 돈을 되찾기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기꾼을 감옥에 보내는 일조차도 쉽지가 않다.

현실에서도 사기꾼이 감옥에 가기는 한다. 그러나 돈은 사라져 버렸으니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피해자들은 결국 사기꾼의 부모나 배우자가 마련해 온 푼돈만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하게 된다. 합의를 해 줬으니 사기꾼은 1~2년 만에 출소한다. 원통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일단 사기를 당하게 되면 돈을 되찾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나한테 사기를 칠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방심하는 것도 금물이다. A같은 부류는 사람이 악(惡)했다기 보다는 그의 계획과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돈을 빌려줄 때는 ‘사람’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계획’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보통 영화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현실보다 과장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기에 있어서는 현실이 영화보다 잔혹하다.

●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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