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빅사이클' 승부처는 ‘EUV’...D램 3사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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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빅사이클' 승부처는 ‘EUV’...D램 3사 전략은?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3.0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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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상승 시작, EUV 공정 도입시 수익성 극대화
삼성전자, TSMC이어 EUV 도입률 세계 2위 수준
SK하이닉스, 4조7500억원 투자해 EUV 도입
마이크론, '1b(10나노대 5세대)'D램까지 기존 공정 활용
이재용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EUV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EUV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메모리 반도체 빅사이클’(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는 기간)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등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EUV 장비 확보가 이번 메모리 사이클 기간 동안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핵심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EUV 장비 공급 계약을 공시하며 1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EUV 활용해 미세공정 효율화한 기업이 이번 사이클의 승자될 것"

EUV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노광기술(Llithography) 또는 이를 활용한 제조 공정을 뜻한다. EUV 광원의 파장 길이는 기존 공정에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광원 보다 14분의 1 가량 짧다. ArF장비 대신 EUV를 활용하면 웨이퍼(Wafer)에 더 미세한 회로 패턴을 새겨 넣을 수 있다.

D램가격이 이미 추세적 상승을 시작한 상황에서, 미세 공정이 발달할수록 한정된 웨이퍼를 활용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생산성은 높아지고 제조원가는 낮아진다. 제품의 전력효율과 성능도 높아진다. 즉 미세 공정에 앞설수록 ‘싸고 좋은 제품’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셈이다. 

Arf노광장비와 EUV 노광장비를 이용한 미세 회로 패턴 비교. 사진=삼성반도체이야기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자체분석결과 이미 D램 일부 비아홀(Via Hoel, D램 제조 과정에서 쌓아놓은 각 층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뚫은 구멍)에 EUV를 적용했을 때 이론적 원가를 20% 수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이번 반도체 사이클에서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핵심 승부처는 EUV 확보가 될 것”이라며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미세공정 수준을 높인다고 곧 수익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문제는 EUV 장비를 네덜란드 ASML사가 독점 공급한다는 점이다.  기존 ArF 노광장비의 대당 가격은 700억원 수준이었지만 EUV 장비 가격은 대당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ASML은 지난 2010년부터 EUV 장비 공급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12월에야 100번째 장비를 출하했을 정도로 EUV 장비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ASML의 연간 EUV 장비 생산량은 50~7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1위 기업인 TSMC가 50여대, 삼성전자가 20여대 수준의 EUV 장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3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TSMC와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과 인텔 등 종합반도체기업(IDM)과 EUV 장비 수급에서 경쟁해야 하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제조사들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각기 다른 대응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파운드리·메모리 둘다하는 삼성전자…"TSMC 따라잡자"

삼성전자에게 EUV 장비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EUV는 미세공정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삼성전자에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보다는 3나노(nm, 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의 EUV도입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다.  

ASML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4만5000장 당 EUV 장비가 필요한 공정( layer)은 10~20개 정도지만, 16나노 D램 기준으로는 웨이퍼 10만장 당 2~10대의 EUV 장비가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와 D램 공정에 따른 EUV 장비 수요량. 자료=하나금융투자

현재 전세계에서 10나노 이하 파운드리 제조 공정을 갖춘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둘 뿐이다. 최근 파운드리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EUV를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EUV 대부분을 파운드리 공정의 시스템 반도체 제작에 투입하지만 일부는 D램에 활용해 수익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공정 경쟁 중인 파운드리와 달리 D램의 경우 아직 10나노대 제품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가격 등 수익성 역시 파운드리 제품이 앞선다. 다만 10나노대 D램 역시 EUV를 활용해 미세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면 원가가 감소하고 제품 성능은 좋아진다.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 수익성 측면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제조공정에 EUV를 도입해 최적화하기까지는 몇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운드리와 D램 라인에서 모두 EUV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의 운영역량 역시 경쟁사 대비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때를 기다린다"

현시점에서 경쟁사 대비 적은 EUV 장비를 획득한 SK하이닉스의 상황이 향후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실적인 여건상 삼성전자와 달리 D램이 주력 제품인 SK하이닉스 입장에서 EUV 장비 도입 전략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TSMC·삼성전자·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수급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최근 대규모 EUV 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ASML의 EUV 스캐너 기계 장치 구입에 4조75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K 하이닉스 "차세대 공정 양산 대응을 위한 EUV 장비 확보 차원"이라며 "총 5년에 걸쳐 취득할 예정이며 개별 장비의 취득시 마다 분할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SML의 장비 내무 모습. 사진=ASML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EUV 취득 계약으로 SK하이닉스는 D램 공정 일부의 패터닝 속도를 앞당겨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UV가 아닌 Arf를 사용할 경우 광원 파장의 길이가 길어 같은 수준의 미세공정을 위해 여러 차례 노광 공정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경우 제품 생산 주기가 길어지고 제조 단가도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투자액을 고려했을 때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20여대의 장비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다 EUV 장비 획득량이 적어서 불리하다고 보는 건 단편적인 시각일 수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가 획득한 EUV의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 등 성능은 향후 SK하이닉스가 확보할 차세대 장비 성능 대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UV장비 개념도. 자료=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ASML의 EUV 장비는 광원, 광학계, 마스크, 포토 레지스트(Photo Resist, 감광액) 등 다양한 기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장비 성능 개량이 이뤄지는데, 이 중 핵심은 빛 굴절률을 줄이고 해상도를 높이는 렌즈 수차(High-NA) 기술이다. NA값이 높은 렌즈를 사용할수록 회로 정밀도는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확보단 EUV 장비는‘NXE:3400B·NXE:3400C’모델로 추정한다. 해당 모델의 NA값은 0.33 수준으로,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은 125 장(NXE:3400B), 170 장(NEX:3400C) 수준이다. ASML은 2023~2025년에 NA값을 0.55까지 높여 시간당 18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기기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현실적 여건 때문에 소수의 EUV 장비를 확보한 상황이지만 EUV 운영 능력을 축적한 후 ASML이 본격적으로 High-NA EUV를 출시하는 시점을 기다리면 경쟁사 대비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갈길 먼 마이크론...당분간 기존 장비 활용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3분기 전세계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41.3%), SK하이닉스(28.2%)에 이어 25%를 확보하며 3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은 EUV 장비 획득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뒤쳐졌지만 ArF장비를 활용한 공정 효율화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D램은 '1z나노'(3세대)이지만 마이크론은 양사보다 먼저 지난 1월 ‘1a(4세대)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D램 제조사들은 1세대 제품인 '1x' 출하 이후 신제품 D램의 회로 선폭 미세화 정도에 따라 1y, 1z, 1a, 1b 등의 이름을 붙인다. 업계에서는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a 제품엔 13~14나노 공정을 도입한것으로 추정한다.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마이크론은 EUV가 아닌 기존 ArF를 활용해 1a 제품을 양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EUV를 활용해 올 하반기 1a D램을 양산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1bnm까지 고가 EUV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멀티패터닝을 적용하고 팹 운영 효율성을 올려 최적 원가를 구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경쟁사 보다 EUV 도입에 밀렸지만 공정수만 500개가 넘는 반도체 제조의 다양한 지점에서 최적화를 통해 경쟁사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1b(5세대) D램 이후에야 EUV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클이 끝난 뒤에야 1b D램 제품이 시장에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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