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의 과학과 철학] 개나 소나 전기자동차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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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의 과학과 철학] 개나 소나 전기자동차 사업?
  •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 승인 2021.03.0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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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할 수 있다고 사업에 성공하지는 않아
다이슨도 3조원 투입하고도 사업포기
전기차 기술에 기존차 기술 중요치 않아
엇비슷한 기술속 미묘한 차이기술 누가 가질까 '관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테슬라의 인상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타보고 받은 인상은 하나의 모니터에 텅 빈 대시보드였다. 너무 단순함에 어이가 없어 단시간에 100km/h에 도달한다는 자랑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초창기 미국 투박한 휴대폰에 실망한 적이 있고, 미국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 책상에 덩그러니 놓인 모니터에서 허전함을 느낀 적이 있다. 미적 감각 없이 기능 위주로 설계하는 전형적 공학자의 작품이라 생각했다.

만일 서체를 공부하여 아기자기한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라면 모니터 하나만을 두는 설계를 용납하지 않았으리라. 급정거 시에 사람과 충돌을 대비하여 튀어나온 모니터를 매립하고 운전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배치했을 것이다.

얼마 후에 애플이 전기자동차에 뛰어든다는 기사를 보고 죽은 스티브 잡스가 살아온 줄 알았다. LG전자도 뛰어들었다. 애플 아이폰 제조사인 대만의 홍하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독일 업체 보쉬도 뛰어들었다.

테슬라의 대시보드. 그림=@tesla/트위터
단순하다 못해 투박해보이까지 하는 테슬라 전기차의 대시보드. 사진=@tesla/트위터

필자가 운전자 대시보드를 흉보았지만 정말 개나 소나 뛰어들도록 전기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은가? 디자인을 문제 삼았으니 아름다움 측면에서 진입장벽을 분석하여 보자.

대체로 사람들은 제품의 미와 기능을 상호 독립된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자는 기능을 잘 구현할 때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본다. 르네상스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신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피부 아래 근육을 해부하였다. 스티브 잡스가 미적 디자인으로 성공한 이유도 휴대폰 기능을 제대로 포착한 탓이다. 제품의 아름다움은 눈속임의 포장이 아니라 품질을 최고로 두는 제조 철학을 의미한다.

배터리

기존 완성차 제조사는 내연 엔진을 핵심 기술로 삼았다. 완성차들은 내연 엔진 기술을 움켜쥐고 하청업체들의 부품을 받아 조립하여 수익을 내었다. 그런데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인 엔진이 없고 배터리가 동력을 발생한다. 배터리는 전기를 발생하므로 내연기관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으나 충전시간이 길고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다. 완성차 제조사도 급속 충전 기술, 제동에너지 회수 기술을 개발하여 배터리 충전거리를 높이려 하지만 화학반응에 의해 결정되는 배터리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다.

결국 전기자동차에서는 완성차 제작사 못지않게 배터리 제작사가 중요해진다. LG화학이나 삼성 SDI가 대표적 배터리 제작사이고 이들은 배터리의 용량 증대, 충전 시간 단축에 연구개발을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자체가 정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자동차 외에도 다양한 수요를 지니고 있으므로 이들은 굳이 완성차 사업에 관심이 없다.

동력 전달장치

완성차 제조사는 배터리 외에서 부품 제작사를 끌어당길 핵심장치로 동력 전달장치를 찾았다. 내연 엔진에서 발생한 회전력은 벨트, 변속기, 구동축으로 이루어진 동력 전달장치를 통해 바퀴에 전달된다. 내연 엔진에서는 휘발유 연소 에너지의 10% 정도만 바퀴에 전달된다. 동력 전달 장치의 효율이 낮다고 놀라겠지만 완성차 제조사의 기술개발 덕분에 이 정도라도 나온다. 내연 엔진의 동력 전달 장치는 기계적 장치로 이루어져 변속기 같은 관절을 지날 때마다 효율이 뚝뚝 떨어진다.

반면에 전기자동차의 동력 전달장치는 단순하여 효율이 높다. 기계적 힘 대신에 전압이나 전류로 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서해안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거의 손실 없이 서울로 전달하는 전력선을 보라. 전기자동차 바퀴까지 전기로 돌릴 수가 있으면 효율이 더 높을 텐데 이런 설계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현재 전기자동차 기술은 뒷바퀴 축에 놓인 전동기를 통해 두 바퀴를 돌린다. 그래도 배터리 에너지의 70% 정도가 바퀴에 전달된다. 내연 엔진에 비해 엄청나게 좋은 에너지 전달 효율이다.

완성차 제조사가 동력 전달장치로 부품업체를 끌어 모을 수 있을지 부품을 좀 더 살펴보자. 전동기 앞에 인버터가 있다. 인버터는 배터리에서 온 직류전원을 적절한 주파수와 전압을 지닌 교류전원으로 바꾸어준다. 인버터는 자동차용 전력반도체로 만들어지는데 반도체 산업도 배터리처럼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완성차 제조사의 영역이 아니다.

전동기는 인버터에서 나온 교류전원을 받아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철심에 코일을 감고 전기를 흘려주면 회전이 일어난다. 방바닥에 굴려 다니는 장난감에도 전동기가 들어 있으니 전동기는 보편적 기술이다. 배터리의 주행거리를 높이려 실리콘 카바이드가 함유되고, 시루떡처럼 층을 둔 철심에 코일을 촘촘히 감는다. 그러나 이는 또한 부품 회사의 제조기술이지 기존 완성차 제작사가 코일을 감고 있을 수는 없다. 

자전거도 경사를 오르거나 출발할 때 기어를 변경하듯이 전동기의 회전력은 속도를 저감시키는 감속기를 거쳐 두 바퀴에 전달된다. 전기자동차의 인버터, 전동기, 감속기, 바퀴 등의 동력구동장치를 완성차 제작사가 조립하지만 비중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높지 않다.

연합뉴스
전기차는 말 수완으로 성공할 순 없다. 미묘한 차이 기술을 찾아내는 기업이 성공할 것이다. 연합뉴스

최적제어

완성차 제작사가 자동차 제어 기술에서는 뛰어나지 않겠는가? 자동차는 앞 차와 충돌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제어하고, 옆자리의 연인이 편안하도록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전기자동차에서는 엔진을 제어하는 기능은 제거되고 인버터를 제어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에너지를 회수하는 제어가 추가된다.

제어기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진입요건 분석을 위해 '전체 제어'와 '부분 제어'로 구분할 수 있다. 인체의 반응도 전체와 부분 제어로 나누어져 있다. 손과 발은 부분이고 뇌는 전체를 관장한다. 뜨거운 물체에 손이 닿으면 손은 뇌의 의식과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작동하는데 이는 대표적인 부분 제어 방식이다.

반면에 국민체조는 뇌의 지배를 받아 손발을 움직인다. 신체의 각 부분을 제어하기 위해 감각 신호와 운동신호를 전달하는 신경망이 몸에 퍼져있다. 자동차도 동일하다. 부품은 자체적으로 제어될 수 있고 자동차 전체적으로 제어되는데 이를 위해 신경세포에 해당되는 전선이 곳곳에 깔려 있다.

인터넷이라는 통신망이 도입되자 하늘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전선이 사라졌다. 자동차도 널브러진 전선을 제거하기 위해 CAN이라는 제어 통신망을 사용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인터넷 대신 CAN을 사용하는가?  이유는 인터넷은 간혹 지연이 발생하지만 CAN은 정확한 시간에 신호가 전달되기 때문이다.

제어 통신망은 실시간성이 보장되도록 통신 순서가 사전에 배분한다. 초대받지 않은 부품이나 큰 통신 부하를 야기하는 부품은 CAN 통신망에 참여할 수가 없다. 새 PC를 구매하여 인터넷에 접속하듯이 CAN 통신망에 접속할 수가 없다.

운전 중에 지도를 보여주고 교통상황을 수집하는 작업은 통신량이 많은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법은 CAN 제어망외에 인터넷 정보통신망을 추가하는 방법이다. 전기자동차는 인터넷 정보망 아래에 CAN 제어망을 두도록 계층화한다. 두 통신망은 선택적으로 필수 자료를 상호 교환하여 실시간성을 만족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처리한다.

계층화된 제어구조 속에서 완성차 제조사는 부품 제어에서 강점이 있고 진입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는 전체 제어에서 강점이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내연 엔진의 부품들을 기계적으로 조립했다면 미래의 전기 자동차는 부품들이 통신으로 연결되어 소프트웨어 제작사의 영역이 확장된다.

디자인

필자는 갤럭시를 사용하지만 딸은 아이폰을 쓴다. 아담하고 편리한 아이폰의 디자인에는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녹아 있다. 배터리의 성능이나 제어 성능이 엇비슷하다면 소비자는 디자인으로 전기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공기 저항을 줄이는 유연한 차체 설계뿐만 아니라 아늑한 내부 공간이 탐이 난다. 운전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 배치와 편리한 화면 설계로 단번에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정상 운전뿐만 아니라 충돌 같은 운전 상황을 고려하여 모서리를 최소화해야 한다.

완성차 제작사가 차 외형 등 공간 디자인에서 경험이 풍부하지만 모니터 화면 설계에서 강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스마트폰 업체가 모니터 화면을 멋있게 설계할 수 있다. 인간 인식의 흐름에 따라 화면을 전환하고 운전 조작에 대해 적절한 반응이 나타나야 한다. 운전원 개입 없이 자동 운전이 일어나더라도 운전원이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화면을 제공해야 한다.      

자율운전

배터리와 함께 자동차 산업의 혁신적 도전 분야는 자율운전이다. 자율운전은 차 주변의 상황인식에서 시작된다. 보행자, 차선, 주변 차를 인식하는 초보 자율운전에서 주변의 모든 사물을 인식하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나아간다. 도로에 박혀 있는 조그만 못 하나가 타이어를 훼손할 수 있으므로 상황인식의 수준을 가름할 수 있다.

주변 인식을 위해 지도, GPS, LiDAR, 레이저,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부착한다. 이들 센서에서 들어오는 측정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조합하여 차 주변 3차원 공간에 사물을 그려내어야 한다. 나무못은 밟고 지나갈 수 있지만 쇠못은 피해야 하므로 사물의 인식뿐만 아니라 재질까지 판단해야 한다. 사물의 운동방향을 예측하여 충돌을 막아야 한다.

주변 사물을 신속하게 인지하여 공간을 재구성하는 기술은 자동차만의 기술이 아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지도에도 360도 영상이 올라오고 공장의 기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도 3차원 영상을 그린다. 즉 완성차 제조사가 상황인식 기술에서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구글 같은 인공지능 개발자가 큰소리쳐도 반박하기 어렵다.

승자는 누구인가?

전기자동차의 핵심기술을 분석하면 완성차 제조사의 강점이 부각되지 않으므로 새로운 사업자들이 군침을 흘린다. 테슬라가 선두를 치고 나왔고 LG전자, 애플도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충분히 전기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들이다.

그러나 모두 할 수 있다고 사업에 성공하지는 않는다. 성공하는 기업과 퇴출되는 기업이 나타난다. 성공과 퇴출은 완성차 제조사의 몫이 될 수도 있고 신생 진입 기업의 몫일 수도 있다. 다이슨은 약 3조원을 투입하여 전기자동차를 개발했지만 사업을 포기했고 테슬라는 사업을 선점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니 이 성공이 지속되라는 보장도 없다. 테슬라는 흥행을 일으키는 말 수완을 믿고 있는 듯하지만 필자가 성공 인자를 꼽으라면 기술이고 기술자라고 말하고 싶다. 엇비슷한 기술에서 미묘한 차이 기술을 찾아내는 기업이 수익을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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