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1년도 안돼 삐걱?...‘온라인 마인드' 제대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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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온’ 1년도 안돼 삐걱?...‘온라인 마인드' 제대로 갖춰야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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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총괄 책임 조영제 사업부장, 사실상 경질
폐쇄적인 기업문화, 이커머스 사업에는 ‘독’
온라인, 단기간내 성과 내기는 무리...시간 필요해
‘롯데온’만의 매력적인 경쟁력이 없는 것도 문제
유통업계 전반의 문제…"아이디어와 혁신 싸움"
롯데그룹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28일 그룹 통합 쇼핑 앱 롯데온을 선보였다.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그룹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28일 그룹 통합 쇼핑 앱 롯데온을 선보였다. 사진제공=롯데그룹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롯데의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사업을 이끈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이 사임했다. 사실상 사업 부진에 대한 경질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출범한 지 1년도 안된 신사업에 대한 평가치고는 좀 이른 게 아닌가라는 지적과 함께 특정 개인의 책임보다는 롯데 고유의 기업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롯데그룹은 1996년 6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이며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였지만, 쿠팡 등 이커머스 공룡 업체들은 물론이고 다른 전통 유통업체들에게도 밀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 선두주자였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오프라인 중심으로 내수 소매 유통업을 하는 롯데가 아직 이커머스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한마디로 그룹 자체에 ‘온라인 DNA’가 제대로 이식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폐쇄적·보수적 조직문화, ‘걸림돌’로 작용

롯데는 유독 공채 출신을 우대하고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기업으로 꼽힌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대부분 근속연수만 30년이 넘는 로열티 있는 인물들이 임원으로 포진하고 있다. 여성 임원도 많지 않다. 롯데쇼핑만 따져 봐도 총 110명의 임원 중 8%만이 여성이다. 

2011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작년 롯데쇼핑 총괄 임원에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이 오며 외부 출신 인사가 처음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그동안 전체 계열사 임원  가운데 외부 출신은 극소수였다.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 조 사업부장도 199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롯데맨’이다. 마케팅1팀장, 분당점장, 기획부문장, 롯데지주 경영전략팀장을 거쳐 작년 1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을 맡아왔다. 

그는 오래도록 매장 중심 노하우를 쌓아왔기에 오프라인 관련 기획과 경영 전략에 능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온라인과 이커머스 사업에 대해서도 그만큼 잘 알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롯데온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 온라인 플랫폼 ‘엘롯데’ 역시 조 사업부장이 이끌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롯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는 과거엔 서로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수직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신동빈 회장은 130여명의 임원이 참석한 올해 첫 가치창조회의(VCM)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략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고 질책하며 롯데의 경직된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커머스 생태계에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온라인 시장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이커머스 사업은 특성 상 소비자를 플랫폼으로 최대한 많이 끌어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랜을 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이커머스 공룡’ 쿠팡은 10년째 누적 적자 4조5500억 원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진행하며 외형을 확대해 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사업은 네트워크 경제라서 참여자가 많아야 한다”면서 “초기에 시장을 장악하기만 하면 해당 플랫폼에 소비자가 익숙해져 다른 곳으로 잘 옮기지 않기 때문에 적자를 내더라도 계속 꾸려 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출범한 롯데온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1년도 안돼서 선장을 전격 교체했다. 성급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유통업계에서는 적어도 5년은 있어야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성패 여부가 결론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롯데는 그간 백화점·마트·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며 시장점유율를 높여 왔다. 롯데쇼핑 7개 계열사는 현재 전국 1만5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0여개가 훌쩍 넘는 매장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업계 1위를 지킬 정도로 인프라가 탄탄하다. 

오프라인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세우기만 하면 바로 수익과 직결됐다. 이커머스 시장은 이와 다르다. 출혈 경쟁을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야 승자가 되기 때문에 초반의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크게 매장을 열어서 ‘롯데’ 간판 붙이기만 하면 손님 오던 시대는 1970년대 이야기”라면서 “그 당시엔 혁신이 맞지만 문제는 지금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온과 쿠팡에서의 '나이키 우먼스 데이브레이크 CK2351-700' 상품 가격 비교 결과, 쿠팡이 더 저렴하다. 사진=각 사 애플리케이션
롯데온과 쿠팡에서의 '나이키 우먼스 데이브레이크 CK2351-700' 상품 가격 비교 결과, 쿠팡이 더 저렴하다. 사진=각 사 애플리케이션

‘롯데온’만의 경쟁력이 부족하다

야심차게 준비한 것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지는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도 있다. 롯데온은 두 달 뒤면 출시 1주년을 맞이하지만,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나 성장 가능성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2년간 3조 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존재감은 미미하다. 

롯데온은 출범 당시부터 트래픽 과부하, 검색 오류 등 기술적 문제를 겪었다. 원래 지난해 4월 28일 오전 10시에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2시간 30분이 지난 뒤에야 정상 작동했다. 6월과 10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서버 과부하로 애를 먹었다. 

또한 계열사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복잡하고 많은 계열사 애플리케이션들이 흩어져 있다. 앱스토어에 ‘롯데온’이라고 검색하면 ‘lotte.com’, ‘롯데 ON’, ‘롯데마트몰’, ‘롯데백화점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몰’ 등 롯데와 관련 앱들이 10개 이상 등장한다. 

특색 있는 할인 이벤트나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일례로, 롯데온에서 ‘나이키 우먼스 데이브레이크 CK2351-700’ 상품을 검색하면 무료배송 기준 최저가가 10만780원이지만 쿠팡은 같은 기준 7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2만 원 넘게 차이가 나니 충성고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건 자명하다.

롯데카드 등으로 유입된 3900만 롯데멤버스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업계 1위의 회원수로도 확실한 팬덤을 만들지 못해 소비자의 충성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교수는 “롯데가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e커머스를 선도한다는 이미지가 없다”면서 “메리트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고객을 사로잡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년 대비 2020년 주요 이커머스 기업 거래액 성장률. 자료제공=각 사

이렇다보니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와중에도 롯데온만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19.1% 성장했는데 이 기간 롯데온은 7%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 거래액은 37% 성장률을 보였고, 쿠팡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이상 늘어났다.

롯데그룹은 조 사업부장의 사임을 발표하면서 롯데온을 살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두명의 외부수혈로 돌파구 마련 내지는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 교수는 “관료화 구조에 익숙한 롯데가 사람 한 명 데리고 온다고 해서 반전을 노릴 수 있겠느냐”라면서 “획기적이고 과감하게 DNA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유통업계는 현장경험이 많아야 일을 잘한다는 인식 때문에 공채 출신이 임원이 되는 순혈주의가 강한 곳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경영을 펼쳐왔기에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산업에 대응하기에도 쉽지 않다. 롯데말고도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아직까지 온라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은희 교수는 “결국 아이디어와 혁신 싸움이기 때문에, 롯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이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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