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은 누구?...완성차 기업 Vs. I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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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은 누구?...완성차 기업 Vs. IT 기업
  • 이수민 기자
  • 승인 2021.02.2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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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시대...자동차 산업 과제는 ‘OS 개발’
오는 2025년 자동차OS 시장 57조2000억원↑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운영체제(OS) 개발로 꼽히고 있다. 사진제공=대신증권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운영체제(OS) 개발로 꼽히고 있다. 사진제공=대신증권

[오피니언뉴스=이수민 기자] 자동차와 IT 융합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운영체제(OS)' 개발이 자동차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완성차 기업과 IT 기업 간의 협업은 17건이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25건, 3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약 5000조원 시장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산업은 차량 공유와 자율주행 기술 등의 등장으로 약 3000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을 운영체제(OS) 개발로 꼽고 있다. OS가 각 완성차 제품을 차별화하는 핵심 경쟁력의 요소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OS 개발에 뒤처지는 회사는 IT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OS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특징인 메카(MECA) 기술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전체 운영 체제를 뜻한다.

앞서 지난 2019년 정헌택 현대차 모빌리티 사업실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메카’로 정의했다. 이는 모빌리티(Mobility)·전동화(Electrification)·연결성(Connectivity)·자율주행(Autonomous)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자동차 OS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지난해 180억 달러(약 19조 8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520억달러(약 57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OS는 테슬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테슬라 이전에는 완성차 기업이 통합 OS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지만, 테슬라의 성공 이후 완성차 기업도 경쟁력을 위해 통합 OS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각각의 부품마다 소프트웨어가 다른 기존 완성차 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전자제어장치(ECU)의 개수를 약 10~15개로 줄여서 효율적인 OS를 구축했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단일 운영 체제로 시작한 반면, 완성차 기업들은 부품마다 수십 개의 별도 전자제어 장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엔지니어 중심인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기업이 자율주행 전기차용 통합 OS를 얼마나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규모 전망.
글로벌 차량용 소프트웨어 시장규모 전망.

현대차그룹은 2022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OS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AI컴퓨팅 업체 엔비디아 드라이브는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컴퓨터 플랫폼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한 제네시스 GV80·G80에 처음으로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를 탑재한 바 있다.

현대차의 행보는 자율주행용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본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주역은 고성능 반도체로 꼽힌다.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차량 한 대에 반도체 300여개가 들어간 반면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의 차에는 반도체 2000여개가 필요하다.

차량 한 대당 반도체 원가도 지난 2018년 800달러 수준(전기차 기준)에서 빠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로서는 아웃소싱에만 기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현대차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체 개발이 어려운 앱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는 외부에 맡기되, 비교적 개발이 쉬운 반도체는 최대한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원·구동·센서·전력 등 4가지 반도체는 현대오트론에서 개발하고 있다.

IT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와 오트론(반도체 부문 제외)을 현대오토에버로 흡수 합병을 추진한 것도 소프트웨어 부분을 재편하면서 운영 체제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현대오토에버는 엠엔소프트와 오트론 등 3사 합병 안이 최종 승인됐다고 밝혔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OS와 소프트웨어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하고 있다. MS는 지난달 20일 일본 혼다 등과 함께 제너럴모터스의 자율주행자동차 자회사 크루즈에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S는 크루즈가 개발하는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고성능, 대용량 데이터 처리 기술과 그에 필요한 IT인프라를 지원한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6월 엔비디아와 협력해 차세대 자동차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4년 출시되는 자동차 모델에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탑재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데이트처럼 무선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자율주행 기능까지 지원하는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할 방침이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지난해 8월 아마존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의 개발에 활용할 주행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토요타는 아마존닷컴의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커넥티드 카의 정보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AWS와 업무 제휴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토요타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차량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애플카 생산을 위한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완성차 기업과 IT기업의 의 협력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구글, 애플 등 IT기업은 기존 완성차 기업을 통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S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동차 기업이 제조만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IT기업이 자동차의 전반적인 부분의 설계와 개발 역량을 모두 확보하기에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와 애플 간의 협업 무산도 주도권 싸움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애플은 오는 2024년까지 자율 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고 외신 등을 통해 알려졌다.

현대차는 애플카 생산을 위한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와 애플 모두 ‘갑’의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하기에 계약 조건을 쉽게 굽히지 않아 팽팽한 이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운영체제(OS) 개발은 다가오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핵심으로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자동차 기업과 IT기업 간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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