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출 20조'에도 고심…오프라인 '축소 대신 리뉴얼'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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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매출 20조'에도 고심…오프라인 '축소 대신 리뉴얼' 통할까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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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액 20조 돌파…영업익은 2372억
2013년 7350억 이후 계속 내리막길
5600억 투자해 온 오프라인 사업 재정비
수익 안나는 전문점은 과감히 구조조정
이마트 성수점 본사.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성수점 본사. 사진제공=이마트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이마트가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지난해 매출 20조 원을 넘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3사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모두 실적이 부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총매출액 21조3949억 원, 영업이익 2372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각각 전년 대비 12.2%, 57.4% 증가한 수치다. 

월계점 등 기존 점포 리뉴얼, 그로서리(식선식품)와 비식품 매장 혁신,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식재료 수요 증가가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

또한 코로나19로 장 보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한 번에 대용량을 구매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트레이더스의 매출도 2조89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9% 올라 전체 매출액 신장을 견인했다. 이마트는 지난 해에만 트레이더스 3개 점포를 출점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좋게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마트는 지난 2017년부터 15조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해왔지만 그에 비해 낮은 영업이익으로 골머리를 앓아왔기 때문이다. 

2017년 5849억 원에 달하던 이마트 영업이익은 2018년 4628억 원으로 21%가량 줄었고, 급기야 2019년에는 67% 급감한 1500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 영업이익 최고점 7350억 원을 기록한 이후로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이마트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다른 유통기업들이 외형을 축소하고자 오프라인 매장은 줄이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지난 2019년 취임한 강희석 대표의 지휘아래 이마트는 오프라인 폐점보다 리뉴얼을 통한 체질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 대신 실적이 나오지 않았던 삐에로쑈핑, 부츠, 센텐스 등 전문점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는 전문점들은 출점과 리뉴얼을 진행하고, 동시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들은 축소하는 등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사업 강화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지만 밑바탕에는 철저히 수익성 개선이라는 기본 목표가 전제돼 있다. 

이마트
2009~2020년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현황 비교. 자료제공=이마트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이마트, 올해 5600억 투자

이마트는 지난해 실적반등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해 56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1차적으로는 매출액 23조 원 돌파가 목표다. 각 사업부 별로는 할인점 목표치를 1.6% 신장한 11조3300억 원, 트레이더스를 10.4% 증가한 3조2200억 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이마트는 월계점 등 총 9개 점포를 전면 리뉴얼해 평균 신장률이 26.7%에 달하는 등 큰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만 롯데마트를 포함 총 119개의 점포를 정리한 롯데쇼핑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해도 투자 금액의 37%에 달하는 2100억 원을 대형할인점 리뉴얼 등에 쏟는다. 리뉴얼은 옴니채널마트, 신규PP모델 점포, 몰타입, 그로서리&테넌트, 소형그로서리, 지역 1번점 등 크게 6개의 콘셉트로 구분된다. 

이중 그로서리 경쟁력에 따른 실적 반등을 가속화하기 위해 MD와 신선식품 라인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 또 오프라인과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연계하는 피킹앤드패킹(PP센터)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선식품 라인 리뉴얼에 따른 수요 증가로 빠른 배송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전국 곳곳에 있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배송을 위한 매장형 물류센터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PP센터가 현재 141개 점포 중 110개가 조금 넘는데,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면서 “대형마트 역시 10개 내외로 전관 리뉴얼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대표. 사진제공=신세계그룹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 대표. 사진제공=신세계그룹

강희석 대표,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 개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람들이 모든 물건을 PC·모바일로 구매하자 유통업계는 ‘온라인 가속화’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와 분위기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컨설팅 전문가였던 강희석 대표가 ‘순혈주의’를 깨고 첫 외부 출신 수장이 된 이후부터다. 

실적이 부진하지만 사업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할인점은 폐점 대신 과감한 투자로 리뉴얼을 단행했고, 전문점 사업은 철저히 수익성에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강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답게 모든 결과를 ‘데이터’ 중심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인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을 비롯한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프리미엄 식료품 매장 ‘PK피코크’,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쇼앤텔’ 운영을 종료했다. 최근에는 화장품 전문접 ‘센텐스’도 철수했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점 사업을 접은 건 아니다.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높은 전문점들은 매장을 열거나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PB상품 전문점 노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노브랜드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좋은 품질로 입소문을 타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7개였던 노브랜드 매장은 현재 전국 280여 개로 늘었다. 

또한 필리핀, 몽골, 중국, 홍콩 등 2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 규모는 2015년 약 20억 원에서 2020년 115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국내 인기 상품인 노브랜드 쿠키와 감자칩 등은 필리핀 노브랜드 매장에서도 매출 상위권에 있으며, 식품 판매 중 과자 매출은 무려 30~40%에 달할 정도로 고객 반응이 좋다. 

특히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복합쇼핑몰로 전면 바꾸거나, 매장 일부에 토이킹덤, 일렉트로마트, 몰리스펫숍 등 이마트 전문점을 입점시키고 그로서리를 강화하는 등 전관과 일부를 가리지 않고 리뉴얼 중이다. 

지역별 특성도 감안했다. 이마트 신촌점은 20~30대 인구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1~2인 가구가 많다는 상권 특징에 착안해 소포장과 자체 브랜드(PB) 중심 먹거리를 대폭 늘렸다. 월계점은 주변에 아파트가 많고, 가족 단위 가구가 많다는 특징에 따라 즐길거리가 많은 체험형 매장 중심 복합쇼핑몰로 전관 리뉴얼했다. 

이렇듯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선택과 집중’을 펼치고 있는 강 대표의 사업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강 대표가 취임할 당시 이마트 주가는 9만 원까지 하락했으나, 1년 만에 두배 가까이 뛰었다.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고 봐야 한다.

오프라인 부문의 강화가 타 유통업계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했지만 고객들의 경험을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매장은 꼭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언택트 문화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가 변했기 때문에 신규 출점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면서 “기존점을 활용해서 이마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다시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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